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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 같은 정유라 이대입시 부정 부역자들남궁곤 전 입학처장 구속… 하나둘 밝혀지는 실체
이소영 기자 | 승인 2017.01.11 13:38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양파다. 까도 까도 끝이 없다. 아니 이쯤 되면 양파보다 더하다. 정부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1·구속기소)씨를 둘러싼 의혹의 끝이 어디인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이번에는 덴마크에서 긴급체포 된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 관한 이화여대 입시가 그렇다.

지난 10일 남궁곤(56) 전 이화여대 입학처장이 특검에 구속(업무방해·위증)됐다. 류철균(52·필명 이인화)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에 이어 두 번째다. 남궁 전 처장은 2015년 체육특기자 선발 때 면접 평가위원 교수들에게 “수험생 중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가 있으니 뽑으라”고 강조하는 등 정씨에게 여러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실제 정유라 씨는 금메달을 달고 면접관들에게 보여주는 등의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의혹의 핵심인물은 따로 있다. 김경숙(62) 전 신산업융학대 학장과 최경희(55) 전 총장이다. 특히 김 전 학장은 정 씨가 과제 제출은 물론 수업 출석을 소홀히 했음에도 불구, 학점을 딸 수 있도록 하는 데 관여한 의혹이 있다. 남궁 전 처장은 지난해 12월 15일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정씨의 지원 사실을 김 전 학장에게 들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이에 특검은 김 전 학장 ‘기획’→최 전 총장 ‘승인’→남궁 전 차장, 류 교수 등 ‘실행’ 구도로 입시 비리가 이뤄진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덴마크 경찰에 구금된 정유라 씨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어머니와 함께 류철균 교수와 최경희 총장님을 만나고 나서 나도 모르게 학점이 나왔다”고 말한 바 있다.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났음에도 김 전 학장과 최 전 총장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그는 작년 11월 이대에 대한 교육부 감사 과정에서 류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말맞추기를 요구한 정황도 특검팀에 포착됐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일 “김경숙 학장이 최순실에게 수시로 전화를 하면서 유라의 학사 문제에 대한 의논을 했다. 김경숙 학장은 (청문회에서) 최순실을 학교에서 두 번밖에 본 일이 없다고 했는데,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고) 했다는 그런 내부자의 이야기가 있었다”며 김 전 학장이 이대 입시부정 학사비리의 ‘몸통’이라고 말했다.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 역시 최순실 씨와 김 전 학장이 수차례 통화하는 것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9일 열린 ‘최순실 게이트’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마지막 7차 청문회에서 “최순실과 김경숙 학장이 통화하는 건 블루K 사무실에서 여러 번 들었다”고 증언했다. 최 전 총장도 최 씨를 두 번 만났을 뿐이라는 청문회 증언과는 달리 수십 차례나 통화한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학내 문제로만 머물 수 있었던 사태가 주목을 받은 것은 이대생들의 ‘양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단지 최순실·정유라 모녀의 부정입학과 학점 비리 사실이 학교 이미지 관리에 어려움을 줄 수 있는 ‘악재’ 정도로 보지 않고 '양심의 반대편'에 선 김 전 학장과 최 전 총장 등에 맞섰다. 그리고 은밀히 이루어졌던 예체능계 고질적인 입학비리, 학사부정에 대응해 총장 사퇴까지 이끌어냈다. 이화여대 교수들도 개교 이래 처음으로 집단행동에 나섰다. 청출어람(靑出於藍). ‘제자가 스승보다 더 낫다’는 말이 여기에 어울릴 듯싶다.

이대 사회학과 99학번의 한 졸업생은 “이번 일은 우리 모두가 직면해있는 사회 문제와 연장선상에 있는 부분이었고, 그걸 집단행동으로 꾸준히 이어가고 결집해낸 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으론 학교에서 드러난 비리들이 좀 슬프기도 하지만, 밝혀지고 정화하는 게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더 낫다”고도 했다.

바위에 들러붙어 적응하며 악착같이 사는 이끼는 강자에 약한 인간에 비유되곤 한다. 영화 ‘이끼’는 마을의 대통령이었던 천용덕 이장(정재영 분)의 말 한마디면 다 따랐던 주민들을 이끼 같은 존재로 표현했다. “니, 감당이나 할 수 있겠나?” 극중 마을의 정체를 파헤치는 유해국(박해일 분)에게 마치 경고의 메시지를 남기듯 던지는 천용덕 이장의 이 말 한마디는 관객의 소름을 돋게 했다. 극중 천 이장은 검찰에 적발돼 비리를 쏟아내며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이는 현실세계에도 적용된다. 앞으로 ‘감당 못 할 일’들이 더 쏟아질 수 있다. 하지만 이끼 같은 이들을 하나둘 찾는다면, 교육계의 비리를 뿌리 뽑는 계기가 되고, 교육 개혁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소영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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