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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봐야 알지!
김소라 기자 | 승인 2017.01.30 10:18

내 기억에 “살아보고 결혼합시다” 라는 이야기가 보편화된 것은 90년대 후반이었다. 결혼하고 살아야 한다는 과거의 고정관념은 완벽하게 깨어졌다. 남녀의 동거는 더 이상 쉬쉬할 일이 아니다. 분명 인간은 같이 살면서 일상생활의 구질구질함을 함께 겪어 보아야 서로를 알게 되는 부분이 있다. ‘살아봐야 알게 된다’는 말을 한 달 간의 여행에서 뼈저리게 느꼈다.

지난 12월부터 2017년 1월까지 한 달간을 사이판에서 보냈다. 여동생과 조카, 그리고 나와 아들은 들뜬 마음에 한 달간의 여행을 인생에서 계획했다. 한국은 겨울인 상태에서 따뜻한 나라에서 한 달 간 보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환상이었다. 시작은 순조로웠다. 마음도 잘 맞았고 재미도 있었다. 그런데 하루, 이틀, 일주일 시간이 흘러가면서 동생과 나는 크고 작은 부분에서 부딪히기 시작했다.

‘예전에 내가 알았던 동생 맞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의아했다. 내가 결혼 전이었던 스물일곱 살까지 한 집에서 살았다. 서로 결혼 후 떨어져 살아온 13년의 시간보다 27년을 친자매로 한 집에서 동거 동락했다. 서로에 대해서 이미 잘 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여행의 피로감이 쌓일 정도로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동생은 정리정돈이 완벽하고 깔끔한 성격이다. 반면 나는 털털하고 자유롭다. 마트에서 장을 봐서 숙소로 들어오면 동생은 우선 봉투에서 물건을 다 꺼내어 냉장고와 선반 등에 차곡차곡 정리한다. 방도 매일 쓸고 닦을 정도이고, 머리카락 보기 싫다고 박스테이프를 사서 방바닥을 계속 찍고 다녔다. 밥 먹은 후에는 바로 설거지를 해치우고, 씽크대 위에는 물기 하나 없이 말끔하다. 이러한 생활습관은 아마도 결혼 후 서로의 살림을 각자 하면서 굳어진 것 같다.

여기다가 두 살 차이 나는 조카와 아들과의 갈등도 큰 문제였다. 남자 아이들이라 사사건건 싸우고 때리고 장난친다. 나이가 어린 조카가 주로 당하는 입장이다. 자신의 아들이 매번 형 때문에 놀림 받는다는 생각에 화가 났나보다. 한 번은 “언니 도저히 여행 같이 못하겠어. 나 한국 갈거야” 라면서 뛰쳐나간 적이 있다. 물론 몇 시간 뒤에 서로 화해하고 풀어졌지만.

마음이 통하거나 서로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부분도 있었다. 나는 사이판 여행에서 얼마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사람들을 잘 사귀면서 수많은 정보를 얻게 되었다. 싸고 맛있는 식당이나 여행객들이 잘 찾지 않는 멋진 해변을 찾아내었다. 운전을 동생보다 잘 하기 때문에 큰 차를 운전했다. 음식을 맛있고 빨리 해낼 수 있어서 주로 아침, 저녁 식사를 담당했다.

동생과 나는 한 달간의 긴 여행을 통해서 과거 어린 시절 서로 한 집에서 살았던 추억을 되새길 수 있었다. 그러나 자매이지만 서로 너무 몰랐던 점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아마도 한 달이라는 여행기간동안 살아보지 않았다면 나는 동생에 대해 영영 알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을 거다. 부모와 자식, 형제와 자매, 남녀 연인사이 모두 서로 살아보아야만 상대방을 알게 된다. 싸우면서 문제 해결하는 방식을 겪으면서 서로 맞추어가는 과정을 배운다. 이번 여행에서 얻게 된 큰 교훈이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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