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콜센터에서 베트남어 지원 업무를 맡고 있는 김은하 씨는 올해 한국에 온지 9년차 되는 주부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한국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해 한국에 와서 살기 시작한 그녀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직장 여성이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제가 한국어도 서툴고 해서 모든 게 낯설었어요. 그런데 시부모님이 많이 도와주시고 해서 아이들도 어렵지 않게 키울 수 있었고 한국어도 많이 배웠어요. 언어가 익숙해지니 그때부터는 생활하는 게 조금 수월해 졌어요.”

그녀는 현재 수원시 정책 모니터단 활동과 라디오 팟캐스트 ‘비정상회담’과 베트남어 이주민 방송도 진행하고 있다. 한국어와 베트남어로 하는 활동을 자유자재로 하고 있는 그녀의 저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제가 이렇게 활동할 수 있는 건 무엇보다 저희 시부모님이 아이들도 잘 봐주시고 남편이 많이 도와줘서 가능한 거지요. 또, 저희 아버지를 닮아서 그런 것도 같아요. 저희 아버지가 예전에 베트남을 북에서 남까지 전국을 돌아다니며 여행 하셨는데 여기말로 무전여행처럼 다니셨어요. 소금이랑 물, 주먹밥 같은 것만 싸가지고 다니셨다는 데 아마도 그런 면을 제가 닮지 않았나 싶어요.”

밝게 웃는 미소가 아름다운 그녀는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고 있어서 한국 생활에 불편함이 없었을 듯한데 꼭 그렇지도 않다고 한다.

“제가 아무리 한국어를 잘 해도 억양이나 이런 게 완벽하지 않으니까 아이 친구 엄마들이랑 어울리는 데 어려움이 있었어요. 그런데, 또 베트남 친구들을 만나면 제가 한국어를 잘 하는 게 그들에게 밉상으로 보일까 싶어 한국어를 할 수 없고, 한국 사람들하고 있을 땐 완벽하지 않은 것 같아 조심스럽고 했죠. 한국어로 마음 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적었어요. 그래서 아이들은 저보다 한국어를 빨리 배우게 하고 싶어 제가 일을 안 했지만 아주 어릴 때부터 보냈고, 다행히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서 아이들은 잘 적응하고 한국어도 잘 하게 되었죠. 이후 학교에 들어가서는 학부모들과 가깝게 지내는 게 쉽지 않았는데 이제 조금씩 친해지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어요.”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결혼 이주 여성들은 농촌 총각들과 결혼하는 경우가 많은 데 은하 씨는 도시에 사는 남편을 만나 다른 이주 여성들에 비해 풍족한 생활을 누리고 있어 베트남 공동체의 다른 친구들과의 관계 맺음에 있어서 많은 부분 조심하고 있다.

“저는 시부모님들도 잘 해 주시고 경제적으로도 그다지 어려운 편이 아니라 다른 분들에 비하면 아주 좋은 경우에요. 이렇게 일도 할 수 있고요. 그래서 베트남 이주 여성들이나 베트남 이주민들을 위해 도와주고 봉사하는 일을 하고 싶어요. 그런 점에서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이 콜센터라 그 분들의 고충을 들어주고 하는 일이어서 무척 보람되고요. 아직 많은 회차를 방송하진 않았지만 베트남어 이주민 방송 팟 캐스트도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베트남과 한국의 문화가 비슷한 듯 다른 면이 많이 있지만 그 다름을 재미로 받아들이고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도록 자신의 활동 영역을 넓혀 가고 있는 그녀를 보니 한국에서 아줌마로 산 지 5년차 밖에 되지 않은 내가 배울 점이 많았다.

“제 고향 베트남 보다 한국은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요. 그래서 부족한 점이 없지만 자연환경 같은 것은 베트남이 훨씬 좋아서 그리울 때가 가끔 있어요. 하지만, 이제 저는 한국 아줌마니까 여기가 더 좋아요.”

자신이 위치한 곳에서 무엇을 해야 할 지를 명확하게 알고, 자신이 가진 것을 주위 사람들과 함께 기꺼이 나눌 줄 아는 그녀의 활발한 활동이 앞으로도 더욱 왕성해지길 기대한다.

서지은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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