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6일 첫 방영된 SBS 《사임당, 빛의 일기》는 5만원권 화폐 인물 신사임당을 소재로 내세운 드라마다. 13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이영애를 중심에 세우고 200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화제작이기도 하다. 시작 전부터 이슈를 몰고 온 이 드라마를 누구보다 손꼽아 기다린 이가 있다. 교육연구소 ‘노강의 참 아름다운 세상’ 대표인 노유진(39) 씨다. 자칭 타칭 ‘신사임당 전문가’인 그는 최근 책 ‘사임당의 엄마 코칭’(w 미디어)을 펴냈다. 2009년 출간된 ‘신사임당의 어머니 리더십’에 이어 9년 만이다.

“예전에 강릉으로 여행을 갔다 우연히 본 사임당 동상을 봤어요. 그때 진로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데 ‘너는 네 이름으로 살고 있느냐?’ 귀를 울리는 먹먹한 소리에 깨우침을 얻었어요.

한 5년 동안 강릉 오죽헌에 가서 그녀의 향기를 찾아다녔어요. 관련 사료와 자료는 닥치는 대로 모으기 시작했죠. 그러면서 점점 더 빠지게 된 것 같아요. 초충도를 그릴 때 붓이 지나간 자리를 따라 그려보기도 했었을 정도니까요. 드라마에서도 주인공이 사임당의 사료를 찾아 여기저기 다니는데 제 모습이 오버랩 되어 보인답니다.”

‘사임당의 엄마 코칭’은 ‘여자의 삶은 무엇인가’, ‘사임당 따라 하기’, ‘현모양처 실천 편’, ‘세상의 절반을 넘어 세상의 전부로’ 등 총 4장으로 구성됐다. 노 씨는 각 섹션마다 사임당의 일화를 통해 여성들이 어떤 점을 배워야 할지 예시와 실천법을 구체적으로 담았다. 강의 현장에서 겪은 에피소드들이 곁들어져 그가 여성에게 건네는 애틋한 마음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실제 노 씨는 ‘사임당의 엄마 코칭’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 2회 가량 경력단절 여성들의 조력자로 함께 하고 있다. 그녀가 “엄마, 아내, 며느리, 딸이라는 굴레를 잠시나마 벗어던지고 여자로서의 삶을 찾아보자”라고 독려하면 강의실 곳곳에서 작은 울음소리가 새어 나온다.

“강단에서 저는 결혼과 동시에 자신을 놓아 버린 것을 후회하는 분, 가정에서 아이들과의 대화법을 모르시는 분 등등 여러 여성분들을 보곤 합니다. 코칭 프로그램을 책에 넣은 이유는 우리들이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를 모른다는 것 때문이었어요. 그래서 도움이 되고자 제가 알고 있는 지식들과 강단에서 귀동냥으로 얻은 지식들로 책을 꾸몄지요. 당장 일하고 싶은 엄마, 아이에게 희생만 하는 엄마, 여자로서의 삶보다 한 아이만 바라보는 엄마들이 자존감을 가지고 아이와 함께 하되 각자의 삶을 걸어갈 수 있도록 말이죠. 저는 한 번 뿐인 인생, 가족을 벗어나 오롯이 자신만을 생각해 볼 수 있는 내 이름을 빛내주는 ‘나 편’을 강조하고 싶어요. 남편과 아이들을 벗어나 엄마, 아내가 아닌 그대로의 나, 그냥 여자인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거든요.”

‘타인을 의식하지 말고 나 자신에게 먼저 묻고 길을 찾아라’는 조언은 그가 걸어온 삶의 발자취와도 맞닿아 있다. 노유진 씨는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아나운서로 시작했다. 그러나 석 달도 안 돼 ‘이 길이 아니다 싶어’ 그만두고 방황을 했다. 이후 은행텔러로 입사, 사내·사외 강의를 맡게 됐다. 그런 다음 본격적으로 리더십·스피치 교육을 진행하기 위해 ‘노강의 참 아름다운 세상’ 연구소를 차렸다. 현재 노 씨는 경기도 인재개발원,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관공서는 물론 기업체, 대학 등 여러 곳에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신사임당 같은 친정엄마가 있어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엄마의 역할, 중요성을 몸소 체험했다고 할 수 있다.

“친정엄마는 그 옛날 저의 꿈을 위해 단 한 명의 팬을 자처하신 분이세요. 사임당이 현룡을 키워냈던 것처럼 숨은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해 주고 계신 분이시죠. 잘 나가던 은행을 그만두고 ‘강사가 되겠다’고 했을 때에도 아버지는 엄청난 반대를 하셨거든요. 좋은 직장 그만두고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요. 걱정이 앞섰던 모양이에요. 하지만 저의 어머니는 저와 어울린다며 잘 할 것 같다며 누구보다 팬이 되어 주셨지요. 저희 어머니는 제게 늘 ‘넌 뭐가 돼도 될 아인데....’라는 말을 달고 사셨어요. 크고 작은 실수 앞에서도 훈계 후 항시 이 말을 빼놓지 않으셨습니다. 강의를 위해 밤을 새워 일하는 저를 보곤 설거지도 못하게 하셨어요. 제가 하고픈 일 잘하고 있는 일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셨지요. 가끔 먼 곳으로 강의를 갈 때면 함께 강의 여행을 갑니다.”

‘노강의 참 아름다운 세상’ 연구소에는 여섯 명의 강사 중 1명을 제외하고 모두 기혼여성이다. 노 씨는 완벽한 분들보다는 자신의 인생을 노력으로 완성해가고 있는 모습을 주로 보고 강사를 뽑는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가르치는 강사 보다 함께 배우고 변화하는 리더십 강사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우리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고 아주 멋지게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롤모델이 되어준다면 좀 더 빠르고 쉽게 내 인생을 주체적으로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저도 이 책대로 살 수 없어요. 하지만 노력이라는 것을 해보고 겪어보고 실패도 하면서 나름대로의 삶을 살아내고 있답니다. ‘책대로 살아라’가 아니라 내 삶을 살아가라는 큰 메시지를 꼭 알아주셨으면 해요. 행복한 나를 위해서 말이죠.”

이소영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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