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옷이나 음식같이 익숙하다. 그러나 추상적인 가치이기 때문에 삶에 와 닿지 않는다. 대부분 민주주의와 밥의 문제는 관련 없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 직후 2012년 12월 4명의 노동자가 자살했다. 미래에 대한 절망감 때문이었다. ‘사는 게 죽는 것만 못하다’는 절망감에 휩싸였다. 하필이면 왜 박근혜 대통령 당선 이후 자살한 걸까. 박근혜 보다 더 민주적인 후보가 당선되었다고 생각하면 그들이 자살했을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들 노동자는 민주주의와 밥의 문제를 함께 생각했던 것이다.

과거 이명박 대통령 당선 당시 사회에는 ‘민주주의가 밥 먹여주냐?’라는 말이 떠돌았다. 경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결과다. 5년간의 이명박 대통령 임기동안 부자들은 돈을 더 많이 벌게 되었고, 대기업은 비대해졌다. 공평한 사회와 점점 멀어지고, 소수의 기득권층만 부를 세습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다. ‘민주주의가 밥 먹여 주냐’고 말하며 토건사업에만 심취하여 4대강 사업을 한 결과 국민은 쓰라린 대가를 치루고 있다. 박근혜 정권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이후 걷잡을 수 없이 정치권의 비리가 파헤쳐졌다. 국민의 손으로 대통령을 탄핵하며 민주주의의 절차를 차근차근 밟았다.

민주주의가 우선이냐 밥이 우선이냐를 놓고 볼 때 사람들은 밥을 선택한다. 민주주의가 밥을 직접 만들어주지는 않지만 밥의 크기는 민주주의가 결정한다. 민주주의는 한 사회의 일자리의 양과 질을 구성하는 핵심 수단이다. 밥은 일, 즉 노동이다. 목숨 걸고 피 흘려 투쟁한 민주주의를 박근혜 탄핵으로 또다시 이루어내었다. 맹자는 항산이 있어야 항심이 있다고 했다. ‘밥은 백성의 하늘이요, 백성은 임금의 하늘이다’라는 의미다.

민주주의야말로 밥을 먹여 주는 핵심적인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민주주의야말로 바로 한 사회 일자리의 양과 질을 구성하는 데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밥이란 곧 일, 즉 노동을 의미하는 거 아닌가. 민주주의는 우리가 더불어 살아가는 길을 고민하는 삶의 현장이다. 입시와 성공을 위한 전쟁터, 승자독식의 경제논리에서는 민주주의가 작동되지 않는다. ‘내가 내 삶의 주인’ 이라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며 비판적인 사고를 가져야 한다.

토론과 집단지성을 통해 민주주의를 성숙시키고 ‘좋은 정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우리가 만들어내는 좋은 정부는 다시 우리 삶에 ‘사람을 위한 변화’를 이끌어낸다. 정작 투표를 안 하거나, 투표해놓고 관심을 끄는 헛똑똑이들을 위한 자리는 어디에도 없다. 좋은 정부와 더 나은 민주주의는 좋은 선택과 정직한 참여 속에서 빛난다.

박근혜 탄핵으로 가장 큰 성취는 아마도 ‘민주주의로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점 아닐까. 아이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조그마한 작은 성취가 쌓여야 하듯이 우리에겐 점점 더 성공적인 민주주의 변화를 체득해 나가고 있다. 강제와 형식은 타율적이고 수동적인 인간을 만든다. 헌법에 보장된 권리 보호를 주장하는 것, 불공정한 거래로 이루어지는 시장 경제에 문제제기 하는 것은 자신의 밥그릇을 만들어나가는 일이기도 하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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