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12일 새벽 또다시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의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혐의 내용에 관하여 범죄 성립을 다툴 여지가 있고, 이미 진행된 수사와 수집된 증거에 비추어 증거인멸 및 도망의 염려가 있음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우병우 구속에 대한 국민적인 열망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수사가 그만큼 부실했다는 의미다.

사실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해 묵인한 의혹의 우병우와 공범관계로 의심받는 검찰이 제대로 수사할 것이라고 생각한 국민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특검은 지난해 7~10월 우 전 수석이 김수남 검찰총장과 12회, 검찰사건 수사를 지휘·관장하는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과는 160회 등 거의 매일 연락을 취하며 검찰간부들과 무려 2000여회에 걸쳐 전화와 문자를 주고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가 한창일 때 벌어진 이러한 의혹에 대해 관련 자료를 넘겨받은 2기 특수본은 그러나 해당 검찰 간부들에 대한 소환조사를 하지 않았다. 광주지검의 세월호 관련 수사 외압과 우 전 수석의 개인비리 역시 구속영장 혐의에 넣지 않았다고 한다. 핵심 의혹에 대한 제대로 된 수사 결과가 담겨있지 않았으니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지 않은 것에 대해 검찰이 할 말이 있을 리 없다.

여전히 우병우 사단이 검찰 조직을 장악하고 있다느니, 우병우가 사건의 본질을 왜곡시킨 정윤회 비선실세 관련 청와대 문서유출 사건에 대해 공동의 원초적 책임이 있다느니, 검찰 간부들이 우병우와 공범관계에 있어 부실수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과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검찰은 지난해 8월 1차 수사 당시에도 다른 수사 대상자와 달리 우 전 수색의 자택과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지 않았고, 통화내역 조차 확보하지 않아 수사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산 바 있다. 우병우는 검찰에 불려 와서도 검은 잠바를 입고 수사진들 앞에서 팔짱을 끼고 거만하게 ‘황제조사’를 받는 모습이 사진에 찍혀 국민적 공분을 샀다.

절대 권력을 휘둘렀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구속되고 심지어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회장까지 구속되는 마당에 최순실 게이트를 사전에 막았어야 할 민정수석 출신의 핵심 의혹 인물은 불사조처럼 건재하니 우병우가 대한민국 최고실세 아닌가 하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그동안 정치검찰 오명 속에 권력층 비리에 약한 모습을 보여 왔고, 촛불로 대변되는 국민여론에 떠밀려 왔던 검찰은 특검의 수사와 비교되며 굴욕을 당해왔다. 그런데도 이번에 또 다시 우병우 사건에서 부실수사로 여전히 한계를 드러냄으로써 개혁1순위 대상임을 스스로 증명했다.

차기정부는 우병우의 최순실 국정농단 개입과 직권남용, 검찰 인사 농단, 우병우 사단의 실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엄단, 우병우와 가족의 비리 의혹에 대한 철저한 재조사를 진행해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 필요하면 우병우 특검도 추진해 검찰총장 등 검찰 간부들까지 모두 조사해야 한다. 또한 검사장 직선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기소독점의 폐지 등 개혁을 통해 검찰의 무소불위 권력을 견제하고 사정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되찾게 해야 할 것이다.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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