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1일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행사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저는 유치원 과정에 대해서는 대형 단설유치원 신설은 자제하고, 지금 현재 사립유치원에 대해서는 독립운영 보장하고….”라는 발언을 했다. 이후 사립유치원장들보다 더 많은 투표권을 가지고 있는 엄마들의 여론이 좋지 않자 안 후보 측은 “단설유치원 신설을 억제한다는 것은 병설유치원을 늘리겠다는 의미”라고 더욱 앞뒤 안 맞는 해명을 한다. 아니, 단설과 병설의 차이는 알고나 이야기하는 것인가?

전국민이 단설과 병설의 차이에 대해 공부하게 한 안 후보의 이 같은 발언은 본인의 대선 공약과도 맞지 않는 주장이다. 안 후보는 ‘학제개편안’을 앞세운 대선 교육공약에서 “만 3세부터 의무교육을 시작해 유치원 2년 과정도 국가가 책임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학부모 대부분이 경제적 이유로 선호하는 단설(혹은 병설)유치원 확대 대신 사립유치원에 대한 전폭적 지원을 언급했다. 국공립 유치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병설이든 단설이든 늘려도 모자를 판에 오히려 신설을 자제하겠다고 한 것이다.

유치원 과정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면서 사립을 늘리겠다는 이 앞뒤 안 맞는 이야기는 안철수 후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실제 유치원 문제에 얼마나 깜깜한 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우리나라는 어린이집의 95%가 사립이고, 유치원은 80%, 초등학교는 1%, 중학교는 20%, 고등학교는 40%, 대학교는 80%가 사립이다. 비율만 봐도 사립과 국공립이 아무런 기준 없이 운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른 과정은 옆으로 두고 유치원 과정만 볼 때 국공립 유치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을 알 수 있다. 유치원 과정의 20%를 책임지고 있는 국공립 유치원 중에서도 대부분이 병설 유치원인데 병설 유치원의 경우 초등학교 내에 있고 1년 과정만 운영한다. 거기에 병설유치원은 초등학교장이 운영을 겸한다. 즉, 국가에서 책임지는 유치원의 형태는 대부분 1년 정도이고 유치원 전문가를 통해 운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결국 국가가 유치원 과정에서 책임을 지는 부분은 매우 적은 부분이라는 얘기다.

혹자는 단설 유치원을 건설하는 데에는 많은 돈이 드니까 국가의 막대한 예산을 끌어다 단설을 짓는 게 무리라고 이야기한다. 대학 입시보다 치열한 유치원 추첨 경쟁을 해 보고나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걸까? 단설 유치원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독립된 유치원(병설과 달리 독립됨)으로 3년 과정을 운영하며 유아교육전공자가 원장을 맡아 운영한다. 즉, 경제적인 부분을 떠나서 국가가 유치원 과정을 전반적으로 책임지는 모델은 단설유치원이 유일하다. 병설은 유아시기에서도 교육책임자에서도 일부만 국가가 책임지고 있는 모델이다.

그러므로 원칙적으로 국가가 유치원 과정을 책임지겠다고 한다면 단설 유치원을 늘려서 책임을 지는 것이 맞다. 만일 여기에 경제적인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정치적으로 풀어내야 한다. 경제적인 이유가 원칙을 흔들어선 안 된다. 덧붙여 단설유치원의 경우 새로 개발되는 주택단지를 중심으로 부지를 마련해서 짓는다면 부지마련이나 설립 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다. 즉, 경제적 이유는 수단의 문제이지 목적이 아니다.

누리과정 예산을 두고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이 갈등을 겪을 때 결국 민간어린이집연합회, 사립유치원연합회 등 이익집단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경우가 많다. 서울의 한 지역에서는 사립유치원장들이 반대해 단설유치원 설립이 무산 됐다고 한다. 교육에 있어서 이익집단의 의견만 반영하지 말고 지켜야할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시행하는 대통령이 19대 대선에는 꼭 뽑히길 바란다.

서지은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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