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유투브 동영상 캡처)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 18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연설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추진 의사를 밝혔다. “지난 5년간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2배 이상 늘어났다”며 “한·미 FTA 개정(reform)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한 것이다. 미국 최고위층의 한·미 FTA에 대한 공식적인 첫 언급이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 대선과정에서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이나 ‘한·미 FTA 재협상 추진 의사’를 밝힌 것을 고려하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한·미 FTA 이후 무역적자가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통계상 한국의 대미 흑자는 2011년 116억 달러에서 2016년 232억 달러로 증가했다. 그러나 미국은 오직 자신들에게 불리한 부분만 보고 한국의 피해상황은 눈을 감는다.

서비스 수지 부문에서 미국의 흑자는 2011년 109억 달러에서 2015년 141억 달러로 늘어났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미국산 쇠고기나 오렌지 등 과일로 인해 국내 농가가 붕괴 직전에 있다. 이뿐이랴. 미국은 한국에 매년 천문학적인 액수의 무기를 독점 판매한다. 서비스 산업이나 지적재산권 부문에서도 미국은 비교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이 자동차산업 등에서 미국시장을 잠식하는 것처럼 미국 역시 여러 부문에서 한국의 시장을 잠식 중이다. 그런데도 미국은 자국 산업의 피해만 부각시키면서 일방적으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FTA 재협상만을 부각시킨다. 국가적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직간접적인 압력을 행사하는 셈이다.

흔히 한국과 미국은 전통적인 혈맹관계로 규정한다. 그러나 국제관계는 냉혹해 국익만이 최우선의 가치로 여겨진다. 엄밀히 말해 북핵 위협에 대한 미국의 대응 역시 한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국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함이다. 주한미군이나 최근의 사드배치 추진은 미국의 전 세계적 차원의 군사전략이나 안보이익을 위해 추진하는 것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에 이어 트럼트 대통령이 한국을 전쟁으로 몰아갈 수 있는 북한 선제타격을 고려하고 있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남북민이 비참하게 죽어가는 건 그들에게 부차적인 일이다.

자국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데 그들이 자국민에게 희생을 강요하거나 비용을 지출할 이유는 없다. 이런 인식만이 왜 트럼트 대통령과 미국이 한편으로는 동맹을 강조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한·미 FTA의 개정을 요구하는 압력을 행사하는가에 대해 이해하게 한다.

미국의 FTA 개정 공세에 맞서기 위해서는 박근혜 정부나 일부 맹목적인 보수 사대주의자들처럼 미국에 종속적인 사고로는 곤란하다. 국익과 자주성을 우선으로 해서 주권 국가로서 미국과 당당하고 대등한 관계에서의 협상 자세가 필요하다.

국제관계는 일방적인 이익만 관철되는 부당한 관계가 아니라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호혜의 관계가 되어야 한다. 대선 이후 새롭게 들어설 정부는 미국의 부당한 요구에 끌려 다녀선 안 된다. 객관적 현실과 자료를 바탕으로 치밀한 전략과 전술을 세워서 국익을 지키고 국민의 삶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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