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여중생의 10명 중 9명이 화장을 한다는 통계가 있다. 앳된 모습의 여중생들의 가방에는 화장품 파우치가 필수다. 입술 틴트는 물론이거니와 아이섀도와 아이라이너 등 성인 부럽지 않은 다양한 화장품이 가득하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화장을 시작한 경우가 60% 이상이다.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화장품 사용을 방지하기 위해 식약처는 ‘소중한 내 피부를 위한 똑똑한 화장품 사용법’ 책자를 전국 초‧중‧고등학교에 배포하기도 했다. 화장품은 피부를 통해 흡수된다. 음식이나 약처럼 직접적으로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하지만 10대의 화장이 개성의 표출인지 일탈의 우려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아이들은 화장하고 예뻐진 자신의 모습에 만족한다. 눈썹을 정리하고 간단한 피부화장을 한 다음 붉은 틴트를 바른다. 화장품 가게에서는 색상이 연한 틴트, 피부색 보정 효과가 있는 선크림, 미백 크림, 비비크림, 아이브로우, 쿠션이 중고생들에게 불티나게 팔린다. 사실 학생의 화장 허용기준은 각 학교 재량이다.

아무리 아이들에게 “그건 피부에 좋지 않아. 너희들은 가만히 있어도 빛이 나고 예뻐”라고 말을 해도 듣지 않는다. 나의 경우 중학교 시절 스프레이나 무스로 앞머리를 높이 세우는 것이 유행이었다. 얼마나 단단하게 앞머리를 세우느냐가 당시 학생들의 멋이었다. 지금의 얼굴 화장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그렇다면 10대 아이들에게 화장은 자신의 존재감의 표출이다.

모 고등학교에서는 ‘립글로스, 선크림, 비비크림 등 간단한 기초화장은 가능하지만, '색조 화장'은 할 수 없다. 이를 어기면 학칙에 따라 벌점을 받게 된다’는 규정을 정해 놓았다. 색조화장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교사와 학생 간의 논란이 잦다. 얼굴이 뽀얀 아이들에게 “너 화장했지?”라고 혼내지만 아이들은 “그냥 썬크림 바른 거에요”라고 하기도 한다. 선생님이 기분 나쁘면 “너 벌점이야”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화장을 하는 자유까지 차단된 아이들이다.

화장은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함이다.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욕망이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까지 포함된다. 아무리 10대 아이들에게 피부가 건강하려면 채소나 과일 잘 먹고, 운동하면서 땀을 내야 한다고 말해도 소용없다. 눈에 금방 보이지 않는 피부 건강법보다 즉각 또렷하게 튀는 화장이 더 낫다. 즉각적인 만족감과 인정 욕구를 충족시키기 때문이다.

10대에게 화장할 자유를 허하라. 선생님들이 10대 아이들에게 화장을 금하고자 하는 이유가 진정 피부가 상하기 위함인가? “아이들 화장한 얼굴이 보기 싫어서” 혹은 “일탈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라는 답변이 많다. 화장한 얼굴이 보기 싫으시다면 좀 더 자연스럽게 예쁘게 화장하는 법을 가르치면 어떨지. 일탈의 소지가 있는 야한 화장이 좋지 않다면 청순한 화장법을 알려주는 것도 방법이다.

아이들은 은연 중에 “나 좀 봐주세요”라는 메시지를 어른들에게 던지고 있다. 존재감만으로도 빛이 나야 할 시기의 아이들에게 여전히 어른들은 성적이나 명문대 입학 등의 효용성으로 평가한다. 내면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서 외모를 가꾸려고 하는 욕망이 10대부터 자라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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