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네 차례의 대선후보 TV토론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이며 진보정당의 도약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24일~26일까지 실시한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심 후보는 7.5%의 지지율로 33석 임에도 5.4%에 그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를 제치고 4위를 기록했다.

심 후보는 27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13%를 기록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지지율 하락 추세에 접어 든 안철수 후보를 제치고 “1등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양자대결 구도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야심찬 계획을 제시했다.

TV토론에서 드러났듯이 심 후보의 부상은 그와 진보정당의 정책능력과 진정성에 대해 국민들이 인정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심 후보는 돼지발정제 성폭행 공범 논란과 가사노동의 여성 전가로 지탄을 받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후보를 혼내주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증세 없는 복지공약의 허구를 꼬집고, 사드배치와 햇볕정책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며 입장을 번복하는 안철수 후보의 기회주의를 질타했을 뿐만 아니라 사드배치를 둘러싸고 바른정당의 유승민 후보와도 당당하게 논쟁을 진행했다.

전 세계적으로 주류 기득권 세력이 몰락하고 새로운 정치세력이 떠오르는 요즘 분위기도 심 후보에게는 좋은 사회적 환경이다. 무엇보다 신자유주의 폐해로 인한 ‘사회양극화’와 ‘노동의 비정규직화’가 극심하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사회적 약자 보호’와 ‘재벌개혁’, ‘복지국가 지향’이라는 진보세력의 이념이 잘 맞아떨어진 측면이 강하다.

심 후보는 기득권으로 편입될 수 있는 충분한 능력과 조건을 갖췄음에도 젊은 시절부터 노동운동에 헌신하고 진보정당의 외길을 걸어왔다. 사회적 차별이 여전한 이 사회에서 여성으로서, 또한 분단국가의 기울어진 이념의 지형에서 자신의 신념과 철학을 지키며 척박한 진보세력의 토양을 개척했다. 이제 그동안 민생현장에서 대중의 삶과 고통에 함께하며 현실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국회로 들어가 정책 역량을 가다듬었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기회가 열리고 있다.

보수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의 부패와 반민주성, 불통으로 스스로 몰락하면서 정권교체가 거의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유권자 역시 진보세력인 정의당에게 투표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진보세력에게는 대선에서의 지지율 3% 박스권을 돌파하고 보수일변도의 한국정치 지형을 바꿀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이다.

심 후보와 정의당의 분투를 기대한다. 지역감정 및 재벌과 유착된 낙후된 정치 질서를 극복하고 한국 사회가 좀 더 평등하고 인간적이면서 미래지향적인 발전전략을 놓고 경쟁할 수 있는 있기를 희망한다. 비정규직이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넘고 청년들이 취직을 못해 결혼조차 포기하는 현상은 너무나 비정상적이다. 이러한 사회적 약자의 고통은 정의당과 같은 진보적인 세력의 힘이 커져야 줄어들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심 후보와 정의당의 약진 가능성은 큰 의미를 갖는다. 정치와 사회의 발전은 보수와 진보의 양 날개가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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