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와 미세먼지가 가득했던 하늘이 밤새 내린 비로 말끔해졌다. 푸른 하늘이 드러났고 모처럼 시야가 깨끗하다. 5월 9일의 대통령 선거로 대한민국은 새 날을 맞이했다. 역사적인 날임을 하늘도 알았나 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구 시대의 잘못된 관행과 과감히 결별하겠다. 대통령부터 새로워지겠다”고 운을 떼었다. ‘새로운’ 이라는 대통령의 문화를 만들어나갈 것을 제시했다. 권위주의를 스스로 청산하겠다는 다짐이 반복되었다. 역대 대통령 취임사 중 가장 소박하고 짧고 간명했다. 대통령의 취임사는 어쩌면 한 시대를 이끌어 갈 핵심 메시지다.

취임사를 본 네티즌들의 댓글을 유심히 살펴보니 대부분 취임식의 연설에 호감을 보였다.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진실된 말의 울림이 전파를 타고 모든 국민의 마음에 닿았다.

“담담하면서도 강인한 인상의 취임사였다. 그의 연설은 진짜 연설다웠다.”
“소박하고 짧은 취임사는 본인이 직접 쓴 메시지가 분명한 연설이었다. 신선하고 감동적이다.”
“역대 대통령 취임사 중 최고였다. 가슴 속에 있는 연설은 원고가 필요 없다.”
“문재인 지지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취임사 하나는 최고였다고 본다.”
“온 우주가 돕는다느니 하는 연설을 듣다가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를 들으니 귀가 정화된다.”
“12분 넘는 연설을 원고 한 번 안보고 할 수 있는 건 본인이 썼기 때문이다. 그만큼 진정성이 느껴진다.”

뉴스의 댓글과 sns상의 의견들 중 몇몇이다. 20여 분 간 진행된 행사는 허례허식이 전혀 없었고, 엄중한 나라의 현실을 반영한 조촐한 분위기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식 행사 당일 31억원을 썼다는 것과는 상반된다. 가수 싸이가 현란한 공연을 한 화려한 취임식을 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 때와는 사뭇 달랐다. 과도한 의전이나 축하공연을 모두 생략하고 국민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선 느낌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철학이 취임식 날부터 드러난다. 호화로운 취임식을 할 때가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신념에 찬 목소리가 감동으로 다가온다.

“국민과 가까운 곳에 있겠습니다. 따뜻한 대통령, 친구 같은 대통령으로 남겠습니다”라는 취임사는 시민들에게 크게 환영받았다. 갑자기 나타난 대통령 지지자는 셀카를 촬영 요청했고, 이에 응했으며 시민들의 스킨십도 마다하지 않았다. 일일이 악수하거나 사진 촬영을 함께 하는 모습은 친근했다.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휴대전화로 찍은 문 대통령의 사진은 이미 SNS상에 무수히 돌아다니고 있다. 그만큼 소통 대통령의 면모를 보이는 취임식 현장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준비를 마치는 대로 지금의 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 대통령의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었다. 구시대의 관행과 결별하고 스스로 새로워지겠다는 다짐을 ‘광화문 대통령 시대’로 표현했다. 촛불 광장이 되었던 광화문, 불통이 아닌 소통의 문화가 광화문에서 시작되었음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저작권자 © 뉴스타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