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실 입구가 풀로 뒤덮여 있다. 숲을 들어서는 듯한 혹은 잔디밭을 걸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다. 풀냄새가 진하게 진동한다. 갤러리인지 야외 잔디밭인지 알 수 없을 듯하다. 전시를 보고 가려는데 우연히 장용선 작가가 들어선다. 풀을 교체하러 왔다고 하시면서 전시 해설을 해주었다. 전시에서 사용된 모든 재료들은 폐기물 모음이라고 한다. 제초기로 제거한 풀을 모았다가 자신만의 의미를 구현한 전시다.

장용선 작가는 작품을 통해 ‘나는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 세상의 모든 인간이라면 평생 던져야 할 질문이다. 그는 특히 자신을 포함한 자연을 형성하는 보이지 않는 원인을 생각한다. 작가 본인의 인간으로서의 탄생과 죽음뿐만 아니라 우리가 몸담고 있는 이 세계, 즉 전 우주의 탄생과 죽음에 대한 호기심으로 연결됐다. 자연스레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된다. 버려진 자연의 폐기물이라고는 하지만 그것의 쓸모를 인간이 재단하는 것 자체가 문제 아닐까.

“폐기물이 무덤처럼 보였습니다. 사실 풀이 잘라져서 그 목숨을 다한 거죠. 이름도 없는 풀들입니다. 공원, 녹지 정비사업으로 마구 자란 풀들을 잘라내어 놓은 것을 보니 무덤 같았죠. 풀냄새가 진동하고 있지만 어쩌면 이것은 자연의 죽음이죠. 죽음의 냄새가 풀냄새인 거예요.”

작가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작품이 더욱 또렷하게 보인다. 또한 강아지풀을 말려서 만든 전등도 독특하다. LED전등인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강아지풀을 말려서 끼워놓은 거다. 여러 가지 자연물 중 강아지풀이 보존도 잘되고, 말렸을 때 흐트러지지 않는단다. 어떠한 의미로 만든 작품일까 물었다.

“사실 강아지풀도 버려진 거였어요. 그런데 전등으로 만들어 천장에 걸어 놓으니 사람들이 뭔가 갖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죠. 버려지는 것들이었는데 말이에요. 원래 좀 더 등을 높이 달아서 사람들의 손이 닿을락 말락 하도록 설치하려 했죠. 갖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지만, 사실 원래는 하찮게 여겨진 것이었죠. 다른 풀은 말리면 부스러지는데 강아지풀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3년이 지나도 잘 보존되는 재료였어요.”

‘ON THE ROAD 잠재적 천연기념물’ 전시의 장용선 작가는 환경조각학과를 졸업하고 다양한 설치 작품전시를 한 이력이 있다. 김포의 작업장이 있지만 수원의 ‘대안공간 눈’을 찾은 이유가 있다. 자연물이라는 환경적인 재료를 선택하였기에 희고 네모난 벽면을 원치 않았다고 한다. ‘대안공간 눈’의 전시 공간은 옛날 집이라는 공간 그리고 야외의 정원과 화단이 조화로운 편안한 곳이다. 그래서 전시의 느낌이 더욱 잘 구현되었다.

“도심의 가로수나 관목, 가로등, 공원 등을 보면 마구 자란 풀들이 항상 있어요. 정기적으로 계속 관리해주어야 하죠. 사소한 자연물이 모두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어요.”

‘대안공간 눈’에서 만난 장용선 작가로 인해 일상을 새롭게 보는 시간을 가졌다. 세상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말을 건다. 사소한 것도 의미를 지니고 있다. 마음을 열고 바라볼 때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 예술이 필요한 이유는 바로 다른 분야에 눈을 돌리면서 융합과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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