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이명박 박근혜 정권 9년 동안의 심각한 적폐로 몸살을 앓는 대한민국을 바꿀 새로운 선장이 되었다. 새 대통령의 앞에는 북핵 위기에서 비롯된 사드배치와 한반도 전쟁위기설 등 안보 위협에서부터 2%대의 저성장과 두자릿 수에 육박하는 청년실업률, 세계 최고 수준의 저출산과 고령화 등 심각한 사회 문제가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은 박정희 시대에서 본격화돼 박근혜 정권에 이르러 폐해가 극에 달했던 정경유착과 만연한 부정부패, 반칙과 특권을 혁파하고 우리 사회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만들기 위한 개혁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그동안 정치권은 여, 야를 떠나 중소기업을 약탈하고 서민경제를 죽이면서 자신의 탐욕만을 채워왔던 재벌에 유독 약했다. 한국 사회를 장악한 재벌이 막대한 돈과 전경련 등의 이익단체를 내세워 정치권력을 좌지우지해 왔기 때문이다. 경제와 정치, 언론 등 사회 각 부문을 장악한 재벌은 소위 ‘낙수효과’를 내세우며 “재벌을 키우면 그 혜택이 사회 구성원에게 골고루 돌아간다”는 달콤한 이데올로기를 퍼트려 왔다.

그러나 이명박 박근혜, 더 나아가 박정희 시대에 이르기까지 한국사회의 역사에서 경제권력과 정치권력이 유착한 결과는 90대 10의 극단적인 사회양극화와 대중의 빈곤 심화였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이 나오고, 최첨단 스마트폰과 고급 자동차, 아파트가 늘어났지만 다수 국민은 일자리도 잡지 못하거나 비정규직으로 죽지 않을 정도의 낮은 임금만을 받으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문재인 정부는 허울 좋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나 ‘선진국 진입’ 등 과거 집권세력이 해 왔던 화려한 말을 늘어놓기보단 선거 과정에서 국민에게 약속한 소득보장을 통한 경제와 내수의 성장, 실질적인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길 바란다.

새 정부는 또한 정치권력과 자기 식구의 비리에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검찰의 기소권 독점을 방지하기 위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이나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권력기관의 개조 작업에 적극 나서야 한다. 법을 집행하는 사정기관이 정의롭지 못하고 기울어진 잣대로 법을 농단하니 기득권의 비리가 근절되지 않고 국민들의 사회에 대한 불신은 줄어들지 않는다. 과거 정권이 선거 과정에서는 검찰개혁을 부르짖다가 막상 집권을 하고 나면 자신들에게 유리한 인물로 교체만 할 뿐 제도적인 개혁에는 나서지 않았던 과오를 더 이상 되풀이해선 안 된다. 정파적 이해가 아닌 한국사회를 정상화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의 하나로 검찰개혁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공영방송과 종편 및 언론도 개혁의 주요 대상이다. 사회에 올바른 여론을 전달하고 정화작용을 해야 할 언론은 중앙과 지방 할 것 없이 오히려 민주주의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전락했다.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정부가 공영방송을 장악하고 여론을 조작하려 했다는 것은 이미 백일하에 드러났고 집행부와 방통위 등은 낙하산 인물로 채워졌다. 종편은 ‘종일 펀파방송’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주류 신문사 역시 천편일률적으로 기득권의 입맛에 맞는 여론만 조성했다.

정당과 국회의 개혁을 위해서는 선거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선거제도를 개혁해야만 진정한 의미의 정치개혁이 가능하다. 다수 득표자 한 사람만이 당선돼 독식하는 현재의 소선구제를 바꿔 정당에 대한 지지율에 맞게끔 의석수가 배포돼 사표 없이 민심이 올바르게 반영될 수 있는 정당명부 비례대표제가 도입돼야 한다. 돈 많고 빽 있는 기득권 보수 세력들만이 야합해 영구적으로 권력을 나눠먹는 현재와 같은 잘못된 선거제도로는 노동자, 서민 등 사회적 약자들의 이해관계가 제대로 정치적으로 반영될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촛불민심의 온전한 반영과 적폐청산,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강조해왔다. 이제 자신의 진정성을 보여줘야 하고, 국민은 후보였을 때보다 더욱 엄중한 검증의 칼날을 들이대야 한다. 국민은 새로운 대통령이 통합만을 강조하며 개혁을 등한시하는지, 재벌 등 기득권 세력과 타협하며 약자의 눈물에 등을 돌리는지, 권력을 잡기 전후의 언행이 일치하는지 등에 대해 감시하고 개혁이 성공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언급한 ‘민주주의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라는 명제는 부정한 정권을 교체하고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여전히 작동하는 진리이다.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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