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곰두리봉사회의 전신인 ‘곰두리차량봉사대’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단체는 원래 88올림픽 이후 장애인 올림픽이 개최되면서 만들어진 거였어요. 국내외 장애인 선수들을 이동시켜주는 일을 목적으로 30여 명의 장애인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었어요. 올림픽 이후 자연스레 장애인들의 이동을 돕는 차량봉사로 확장되었고, 그것이 곰두리봉사회로 발전하였죠.”

한 조직의 미약한 시작과 발전을 수 십 년간 함께 한다는 것은 보통의 열정과 마음씀으로 불가능하다. 돈이 안 되는 일일 때는 더더욱 그렇다. 한국곰두리봉사회의 회장 직을 맡고 있는 김현덕 회장은 본인 역시 어린 시절 소아마비를 앓은 장애인이다. 장애인의 사회 진출이 어려웠던 당시 국립대학의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사법고시도 본 적 있다. 취업문을 두드렸으나 되지 않았다. 1년간 백수로 지낸 적도 있다.

그러다가 둘째 매형이 장사를 권하며 안산 한양대 앞에서 구멍가게 점방을 시작한 것이 사회생활의 시작이었다. 문구류를 파는 곳이었는데 “복사 되나요?”라는 학생들의 잦은 요구 때문에 복사기를 놓았다. 그리고 인쇄업으로 확장했고, 이후 디자인 회사까지 만들었다. 지금은 경기첨단인쇄디자인센터의 14개 인쇄업체가 모인 공동법인의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

자신이 하는 모든 일들은 ‘우연’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사실 그렇게 마음이 이끌려서 하게 된 경우보다는 큰 고민이나 생각 없이 ‘그냥’ 되어진 것들이 많다. 1987년 곰두리차량봉사대의 회원이 연락사무소를 차려야 할 때 안산에 있었던 자신의 사업장에 찾아왔다. 전화를 개설하고, 간판을 붙이게 해주었다. 이후 장애인들이 사업장에 찾아오면서 자주 어울리게 되면서 자연스레 곰두리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곰두리차량봉사대’라는 임의단체가 2002년도에는 정식허가단체로 바뀌면서 법인이 되어 ‘한국곰두리봉사회’가 되었다. 그리고 현재까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3선 회장을 맡고 있다.

“곰두리차량봉사대가 이제는 장애인 이동봉사 형태로 바뀌었어요.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장애인들은 꼼짝없이 집안에서만 생활해야 합니다. 15년가량 장애인 이동봉사 사업을 해오면서 2004년에는 사회복지공동모금으로부터 리프트 차량 13대를 기증받았죠. 이후 기아, 현대자동차로부터 차량을 기증받기도 했습니다. 현재 곰두리는 다양한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하고 있으며 전국 4600명의 회원들이 있어요.”

27년간 한 단체에서 봉사를 꾸준히 하면서 본인의 삶에 어떠한 변화가 있었을까. 장애당사자로서 취업이나 사업의 어려움도 컸으며 거기다가 장애인 봉사단체까지 활동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김현덕 회장은 ‘우연’ 과 ‘그냥’ 시작된 일을 꾸준히 지속한 것뿐이라고 한다. 그곳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 어떤 모습으로든 자연스레 성장하고 자란다. 사업도 마찬가지다.

작은 점방에 복사기를 놓고 시작한 일이 인쇄소와 디자인 회사로 커졌다. 인쇄출판문화협회를 만들어 지역의 동종업계 작은 기업들과 함께 성장했다. 수원산업단지가 들어서면서 인쇄출판단지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실현하고 싶었고 협동화사업장까지 만들었다. 모두 혼자서 잘 먹고 잘 살고자 한 목표가 아니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마지막으로 앞으로 꿈이 무엇인지 물었다.

“사실 민간단체의 수장으로도 정치적인 활동을 하는데 어려움이 없는 사회가 민주적인 사회죠. 하지만 민원이나 규제 등의 문제에 있어서 아무리 정부와 협의를 해도 제도적으로 바뀌지 않는 부분들이 많아요. 장애 당사자로서 어려움을 겪어 보니 힘이 있어야겠더라고요. 물질적인 힘뿐 아니라 정치적인 힘이 장애인들의 삶을 바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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