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통령 선거 결과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세대 간 차이이다. 50대 이하 세대와 이후 세대에서 지지하는 후보가 양분되었다. 어느 시대나 세대 갈등과 차이가 있지만 이번 선거에서처럼 세대 차이로 표가 급격하게 갈리는 선거는 없었다. 이는 정치를 바라보는 시각과 관점이 다양해졌다는 뜻이다.

이제는 선거에서 국민들을 단순히 지역을 기준으로 영남과 호남으로만 나누어 바라볼 수 없다. 즉, 국민을 대표하려는 이들은 좀 더 많은 경우의 수를 두고 머리를 써야 한다. 우리를 대표하는 이들이 우리의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는 것은 좋은 징조이다. 권력의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 명확해 지고 있다.

원시사회에서 추장은 권력이 없었다고 한다. 야노마미족 전쟁 추장 푸시웨(Fousiwe) 이야기에서 그 예를 볼 수 있다.

푸시웨는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전쟁 영웅으로 부족원들로부터 신망을 얻어 추장이 되었다. 그는 전사로서 능력과 용기를 부족에게 선물함으로써 그 사회의 훌륭한 도구가 되었다. 그러나 추장이 영원히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가 명성을 얻기 위해서는 계속 전쟁을 해야 했지만 여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의 전쟁에 대한 욕망과 부족의 욕망이 일치하는 한에서만 그는 힘을 갖는다. 그러나 전쟁에 대한 추장의 욕망이 평화를 갈구하는 부족의 욕망을 압도할 때, 추장과 부족의 관계는 역전된다. 원시사회에서 추장은 ‘권력 없는 추장’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푸시웨는 부족민들이 원치 않는 전쟁에 홀로 참가해 적의 화살을 맞고 죽었다. 원시사회에서 권력에 대한 의지는 곧 죽음을 선고받은 존재였다.

대중들로부터 버림받은 추장에 관한 이 이야기는 촛불민심으로 새로운 대통령을 뽑은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준다. 우린 국민의 뜻을 외면하고 자신의 욕망만을 내세워 왕으로 군림하려는 대통령을 ‘왕따’ 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우리의 도구가 되어줄 또 다른 이를 대표로 내세웠다.

그동안 우리 국민은 고분고분 말 잘 듣는 역할을 수행하며 강한 지도자가 나타나 이끌어 주길 바랐다. 이런 열망은 “박정희 처럼 그냥 밀어붙여야 된다니까”라는 말을 양산하며 그 딸에게까지 왕권을 세습하기에 이르렀다. 나는 가만히 있고 좋은 왕이 탕평책을 써주길 바라는 안일한 마음은 정치에 대한 외면과 무관심으로 나타났고, 정당정치와 정책정치가 아닌 개인의 학력과 고향을 중시하는 전근대적 연줄 선거로도 나타났다. 그 결과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부 10년 간 민주주의는 후퇴했다.

이제 국민들은 더 이상 왕에게 기대선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지난 겨울 촛불을 통해 알게 되었다. 우리가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모든 일에 참여해야 우리의 대표가 권력자가 아닌 일꾼이 된다. 강한 지도자에 대한 열망에 빠지지 않고, 우리 스스로 ‘왕’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대표가 권력을 가지려고 할 때 그를 ‘따’ 시킬 수 있어야 한다.

서지은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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