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 이라는 단어는 사전에 허락이 없음, 또는 아무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무단복제, 무단 투기, 무단불참, 무단점유, 무단시행, 무단횡단, 무단이탈, 무단도용, 무단통치, 무단결석 등 으로 사용된다. 무단이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인 어감 때문이지 범죄의 느낌이 든다. 며칠 전 6학년 아이는 학교를 무단결석했다. 왜냐하면 계획없는 여행을 떠났고, 학교를 하루 빠지라고 했기 때문이다. 무단결석은 사전에 학교로부터 허락을 받거나 사유를 말하지 않고 결석하는 행위다. 그런데 무단결석이라는 단어 사용이 합당한가 의문이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무단결석은 아니었다. 담임 선생님께 아침 일찍 결석하겠다는 사유를 전달했기 때문이다. 무단결석은 허락없이 별다른 사유 없이 결석하는 것을 뜻한다. 결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학교 측에서는 ‘무단결석으로 처리됩니다’라는 답변을 보내왔다. 최소한 3일 전에 ‘체험학습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덧붙여 말한다.

물론 학생들의 무단결석이 장기화될 때 아동학대나 방임, 유기 등의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에 철저히 학교 측에서 관리한다. 학교에 이틀 이상 무단결석할 경우에 직접 교사가 찾아가 확인해야 하는 등 법령이 강화됐다. 장기 무단결석으로 이어지는 방치된 아이들이 범죄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초·중·고 학생들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학교를 결석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사고가 자리 잡혀 있다. 부모 역시 어떤 일이 있어도 학교를 빠지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과거보다 덜하겠지만 개근상을 여전히 성실함의 증표로 여긴다. 십 수 년 전만 해도 개근상은 우등상보다 최고의 상이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아프거나 가기 싫어도 학교는 가야만 하는 곳이다. 그래야 개근상을 받는다. 어릴 때 지독한 독감이 걸려 학교에 하루 빠지게 된 날 제일 먼저 든 생각이 ‘개근상 못 받으면 어떡하지?’ 였다. 누가 강요하지도 않는데 결석은 해서는 안 되는 범죄라고 여겼나보다.

인간의 사고는 철저히 독립적이지 않다. 사회와 가정 주변 환경 등에 영향을 받는다. 나의 생각이 온전한 내 생각이 아니다. 내 생각이 만들어진 연유를 파고 들어가다 보면 분명 영향을 준 계기가 있다. 그래서인지 결석을 시키는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그런 불편한 마음에 더욱 불을 지피는 ‘무단결석’이라는 단어 때문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사회가 정한 법을 어기는 것이 바로 무단이다. 무단을 행하면 누군가로부터 질타를 받고, 법적인 처벌을 받는다.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위해서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아이가 허락을 받고 결석을 하려고 하는데도 ‘무단결석’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 언어는 행동을 규정짓는다. 결석이라고 해도 충분한데, ‘무단결석’이라고 강력하게 말하는 것은 왜일까.

사회안전망에서 이탈되어 장기간 무단결석하는 아이들은 물론 사회적 문제다. 그렇지만 사전에 결석 의사를 밝히고도 무단결석으로 처리되는 것은 뭔가 찜찜하다. 무단결석을 시킨 이상한 엄마, 잘못된 아이가 되어 버린 듯하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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