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색동은 부모님의 고향이기도 하고, 제가 태어난 곳이기도 합니다. 평생 터를 잡고 살았고, 결혼하고 아이 낳고 살고 있는 지역이어서 애착이 커요. 마을에서 서로 소통하면서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했고, 마을만들기협의회에서 크고 작은 일들에 참여했습니다. 글쓰기도 좋아하기에 마을의 소식을 담는 일이 의미 있을 것 같았어요.”

고색동, 오목천동, 평동이라는 수원의 끝자락은 항상 비행기 소음이 심하고, 발전에서 소외된 지역이다. 아직까지 시골 정서가 남아 있고, 아파트보다는 주택가가 많다. 고색동 농악놀이처럼 전통 농경시대의 유산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수원의 유일한 공동체 마을이라 할 수 있다. 이곳에서 박윤희 대표는 ‘고오평’이라는 마을신문을 2015년 창간했다.

창간호를 위해 기자교육을 시작하였고 이후 기자단이 구성되었다. 하지만 회의하는데 모이기도 힘들고 대다수 주부이다 보니 글쓰기, 인터뷰, 취재 역량도 부족하다. 그리고 개인적인 일이 바쁠 때 기사 한 편 쓰는 것도 어려운 사람도 많다. 대표로서 모든 일을 책임지기 때문에 신문이 매달 발행되는 것도 아닌데 힘에 부친다.

박윤희 씨는 원래 혼자 글을 쓰는 일을 좋아했다.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어 받은 사은품이나 선물 등이 집안을 가득 채울 정도였다고 한다. 에어컨, 냉장고, 청소기, 텔레비전, 김치냉장고, 녹즙기 등을 받았다. 몇 군데 라디오에 겹치지 않게 사연을 보내면서 아마도 감동을 전하는 글이 무엇인지 스스로 터득한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이후 수필이나 시로 공모전에서 상을 탄 적도 많다. 하지만 아직까지 스스로 등단할 작가 깜냥은 아니라고 겸손히 이야기한다. 박윤희 씨에게 글쓰기는 무엇일까.

“나를 드러내는 것은 힘들어요. 하지만 글을 쓰면서 스스로 치유되고 내 안의 나를 돌아보게 됩니다. 좀 더 근사한 나를 찾게 된다고나 할까요.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하면 일한 만큼의 시급을 받죠. 그런데 그게 끝이에요. 하지만 글쓰기는 차곡차곡 쌓이는 일이고 절대 내 능력이 사라지지 않아요. 앞으로도 글을 쓰는 일을 놓지 않을 거예요.”

자유롭게 혼자 글을 쓰는 것과 마을 신문을 만드는 일은 다른 영역일텐데 지속하고자 하는 이유는 뭘까. 과정이 힘든 만큼 결과만큼은 값진 일이라고 한다.

“혼자 세무서 다니고, 서류등록하고 문서작업하고, 금전관리 하는 것이 힘들더라고요. 주민기자 만나고, 회의하고, 기사 써 달라고 부탁하는 일까지. 앞으로는 공동체의식을 갖고 함께 해 나간다는 사람들과 해야 할 것 같아요. 작년 겨울에는 청소년 기자단을 모아 고오평 청소년 기자단까지 만들었어요.”

서서히 지역에 스미듯 마을 신문은 느리지만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 어려움이 있지만 보람도 크다. 작고 사소한 아파트 행사, 고오평 지역의 따스한 이야기가 글로 전해질 때 훈훈한 감동을 얻게 된다. 수원지역에 8개에서 10개 정도의 마을신문이 있는데 좀 더 소통을 하는 마을신문간의 긴밀한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인터넷 신문과도 연계하여 전체 수원마을신문의 소식을 둘러 볼 수 있는 채널이 마련되면 좋겠다.

분명 마을신문은 거대 언론사의 뉴스에서 다루지 않는 시민들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마음에 와 닿기도 한다. 실질적으로 내가 사는 동네에 관심을 갖게 되는 방안이기도 하다. 하지만 마을신문을 꾸준히 제작하기 위해서는 인력의 문제, 재정의 문제, 시스템의 문제 등이 해결되어야 한다. 수원마을르네상스센터에서 수원시 전체의 마을신문을 총괄하는 ‘마주넷’을 구성하여 협의해 나가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함께 뭉치면 더욱 큰일을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이 사는 동네의 스토리를 발굴해 나갈 때 더욱 따뜻한 마을이 만들어진다. ‘고오평’ 을 만든 박윤희 씨처럼 말이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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