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수원문인협회 홈페이지 캡처)

수원 광교산의 주민들이 상수원보호법 등으로 규제를 당하는 것에 대해 수원시에 항의하면서 애꿎게 ‘고은 시인에게 나가라’고 요구해 말썽이다. 시인의 주택 주변에서 집회를 갖고 ‘고은시인 떠나라’고 플래카드를 내거는가 하면 수원지검에까지 몰려가 떠날 것을 요구했다.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당하는 주민의 입장에서 (지방)정부에 항의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한국을 대표하는 존경받는 원로시인에게 애꿎게 화풀이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환경보호와 규제를 둘러싼 갈등의 당사자인 주민과 수원시, 혹은 정부와 풀어야 할 문제에 대해 고은 시인을 끼워 넣어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려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고, 집단이기주의로 오히려 고립을 자초할 뿐이다. 주민들의 성숙한 자세를 촉구한다.

고은 시인은 안성에서 거주하다가 인문학의 도시를 표방하는 수원시의 거듭된 요청으로 2013년 8월 광교산 자락에 터를 잡았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수원시가 고은 시인의 주택 리모델링을 위해 9억5천만원과 4년간 매년 1천만원이 넘는 운영비 등 상당한 혈세를 투여해 특혜를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상수원보호구역과 개발제한구역에 묶여 주택 신·증축과 음식점 영업에 지장을 받고 있는 자신들의 처지와 비교해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주민들의 입장에서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환경보호와 규제에 대한 법적인 문제는 관계당국과 사법기관의 판단을 구하면 된다. 다만 주민들이 주장하듯 수원시가 고은 시인에게 일방적으로 혈세를 투여하고 특혜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은 보는 시각에 따라 입장이 다를 수 있다. 인문학 도시를 표방하는 수원시가 고은 시인을 모시고, 지역 활동을 하게 함으로써 얻게 되는 경제적, 문화적, 사회적 유무형의 가치는 수원시가 투여하는 예산의 가치를 훨씬 넘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수원시는 장기적으로 고은 시인을 매개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모색하면서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올 수 있다. 예컨대 시인이 떠난 후 해마다 단골 노벨문학상 후보자로 언급되는 고은 시인의 수상이 결정되면 수원시는 하늘을 치며 후회할 일이 벌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벌써부터 시인의 고향인 전북 군산에서는 이 기회에 시인을 모시고 오자는 움직임도 있다고 한다.

수원문인협회는 지난달 30일 “고은 시인은 인문학도시 구현을 위해 시장께서 삼고초려해 광교산 자락으로 모신 한국 문학계의 큰 별이다. 그런 고은 선생에게 상처를 안겨준 일부 시민의 금도를 벗어난 행동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고은 시인을 수원에서 떠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표한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환경과 정치와 관련 없는 시인을 끌어들여 자신의 이익을 챙기고 사회문제화하려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 지역의 문단이나 생각 있는 사람들의 중평이다.

주민과 수원시, 관계 당국은 감정적인 대립을 일단 중단하고 장기적으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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