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의 시대로 들어섰지만 새 생명의 잉태와 탄생의 과정은 우리를 항상 경이의 세계로 이끈다. 오늘은 이 놀랍고 신비로운 경험의 출발점인 태아 초음파 검사를 들여다보기로 하자.

모니터 스크린에 보이는 작은 아기집이나 스피커를 통해 들리는 태아의 심장 소리가 안겨주던 감동은 부모라면 누구나 가슴 속 깊이 간직하고 있는 소중한 경험일 것이다. 초음파 영상법은 어떻게 작동되기에 양수 속 태아의 작은 형상과 움직임을 잡아내는 것일까? 검사 장비에 연결된 차가운 젤이 발린 도구(변환기)를 통해 감지하는 것이 자기에게 부딪히는 음파에 대한 아가의 메아리라는 점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안개가 자욱한 산 정상에서 소리를 질러본다고 상상해 보자. 목청껏 성대를 울려 주변의 공기를 흔들면서 만들어진 소리가 시원스럽게 사방으로 퍼진다. 성대의 진동으로 주변 공기가 밀려나며 압축되고 성긴 부분들이 주기적으로 생기고 이 밀도 변화의 패턴이 진동하며 퍼져나가는 것이 바로 소리, 즉 음의 파동(음파)이다. “야호~!”라는 소리에 반향하는 메아리가 들리면, 우리는 퍼져나간 소리의 파동을 우리에게 되돌리는 산들이 짙은 안개 속에 웅크리고 있음을 확신하게 된다. 이 메아리를 잘 분석하면 안개 속에 숨어 있는 산들의 위치나 크기에 대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음파와 같이 어떤 주기적인 패턴이 진동하며 퍼져나가는 것을 과학자들은 “파동”이라 한다. 공기의 진동이 음파를 만들 듯이 호수 위 물의 진동이 수면파를 만들며 지각 변동에 의한 땅의 진동은 공포스러운 지진파로 느껴진다. 이런 파동들의 가장 중요한 속성 중 하나는 파동을 만드는 패턴이 일 초에 몇 번 진동하는가를 나타내는 “주파수(혹은 진동수)”이다. 음파의 경우 공기의 밀도 패턴이 일 초 동안에 진동하는 횟수로 규정된다. 인간이 귀로 들을 수 있는 음파의 가청주파수는 대략 초 당 스무 번에서 이만 번 사이의 범위를 가진다. 이보다 높은 주파수를 가진 음파는 인간의 가청 주파수를 초월하는 초(超)음파라 불린다. 이런 높은 주파수의 음파가 바로 바로 초음파 영상법에 사용되는 음파이다.

아니, 산모의 뱃속으로 음파를 집어넣는다고? 바로 그렇다. 넓은 의미의 음파는 물질의 밀도가 주기적으로 변해 전달되는 모든 파동을 말한다. 이를 전달시키는 매질이 공기든지, 액체든지, 아니면 생체조직이나 금속과 같은 고체이든지, 음파는 매질을 구분하지 않는다. 물속에 푹 잠겨 헤엄치며 바로 옆으로 잠수한 친구를 향해 말을 건다고 하자. 성대가 물을 진동시킨다면 이로 야기되는 물의 밀도 변화가 친구의 고막을 흔들며 물속으로 전달되는 소리가 들릴 것이다. 공기 중 소리는 일 초에 약 340 미터를 날아가지만 물속에서 지르는 소리는 초속 약 1500 미터 정도이다. 쇠막대의 한 쪽을 손으로 툭툭 치면 어떻게 될까? 막대를 구성하는 철이 주기적으로 압축되고 성기게 되면서 그 변화의 패턴이 막대의 반대편으로 전달된다. 그 속도는 초속 약 5천 미터 정도로 공기 속 음속도의 10배를 훨씬 뛰어 넘는다.

의사가 산모의 배 위에 갖다 대는 초음파 영상 장비의 변환기에는 두 가지 역할이 있다. 우선 산모의 배에 약한 진동을 펄스 형태로 주어 그 진동이 생체조직을 거쳐 태아로 향하게 한다. 초음파 영상법에 사용되는 음파의 주파수는 가청주파수를 한참 벗어난 (일 초 당) 백만 번에서 천만 번 정도다. 이렇게 배를 거쳐 몸속으로 입사된 파동은 양수와 태아처럼 밀도의 차이가 나는 경계면에서 반사되어 메아리로 되돌아온다. 이 반향을 측정하는 것 역시 초음파를 만들어 낸 변환기이다. 이런 변환기 속에는 전기에너지를 진동에너지로, 역으로 진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시켜주는 압전(壓電)소자가 들어 있다. 따라서 태아에 부딪혀 되돌아온 초음파가 변환기를 때리면 그 압력이 전기신호로 바뀌게 되고 이를 처리해 태아의 영상을 재구성할 수 있게 된다. 바다 속 물체를 탐지하는 수중초음파나 건물이나 다리의 균열을 탐지하는 비파괴 검사도 기본적인 원리는 초음파 영상법과 동일하다. 최근 언론을 통해 실험에 성공했다고 보도된 수중통신망 역시 바다 속에서 이루어지는 음파의 발생과 전송, 탐지를 통해 정보 전달이 가능해 진 것이다.

그렇지만 태아뿐 아니라 인체의 각종 기관을 탐지해 이상 유무를 진단하는 만능의 초음파 영상법도 접근하기 힘든 영역이 있다. 밀도가 매우 다른 두 매질이 맞닿는 경계면의 경우 초음파의 통과가 힘들어진다. 특히 부드러운 생체조직을 통과한 파동은 뼈와 같은 단단한 조직을 만나면 대부분 반사가 된다. 이에 따라 두개골로 보호되는 뇌의 구조를 초음파 영상법으로 진단하는 것은 매우 도전적인 과제이다. 최근 과학자들은 기존의 초음파 영상법으로 접근이 불가능했던 뇌의 구조를 탐사하기 위해 다양한 기법들을 연구하고 있다. 이런 새로운 접근법이 초음파 영상법에 적용된다면 두개골로 보호되는 뇌에 대한 신뢰성 있는 영상을 손쉽게 획득할 수 있는 날도 멀지 않을 것이다. 그뿐 아니라 비행기나 건축물 속의 내부 균열 탐지, 기체 파이프라인의 누출 감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비파괴 검사 방법을 혁신할 가능성도 기대된다. 7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초음파 영상법이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 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고재현 교수(한림대학교 응용광물리학과)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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