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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사이즈’라고 말하는 폭력
김소라 기자 | 승인 2017.06.14 07:27

상의는 55, 하의는 66이나 77사이즈를 입어야 되는 비루한 몸을 갖고 있다. 출산 전에는 55사이즈의 옷도 거뜬히 맞았지만, 아이를 낳은 후 점점 하비(하체비만)가 되어 간다. 태생적으로 상체가 작고 어깨가 좁아 보이는 체격 덕에 실제 몸무게보다 8kg정도는 덜 나가 보인다. 그나마 행운이라고 할까. 그런데 생각해 보면 여성들의 옷 사이즈는 얼마나 다양성을 축소해버리는가. 맞지 않은 옷을 탓하는 게 아닌 비굴한 자신의 신체 사이즈를 탓한다. 죄라도 지은 것 마냥.

지난 주 러시아 여행을 하면서 놀랐던 점 한 가지가 있다. 정말 뚱뚱한 사람부터 정말 날씬한 사람들까지 몸이 다양하다는 것이다. 발레 공연을 보러 마린스키 극장에 갔는데 영화 시사회에서나 보던 연예인들의 드레스 코드가 다 있었다. 살집이 넉넉한 아줌마는 가슴이 훤히 파인 빨간색의 드레스를 입었다. 키가 180cm는 됨직해 보이는 금발의 여성은 하늘하늘한 쉬폰 스카프로 온 몸을 감싼 듯했다. 눈이 현란할 정도로 선명한 초록색의 위아래 정장을 세트로 입은 여성은 멀리서도 한 눈에 띄었다. 88~99사이즈는 되어 보인다.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하지도 않는다. 어쩜 그토록 다양한 체형과 옷의 디자인이 있을까 싶다.

대한민국 여성복의 표준 사이즈라고 불리우는 55사이즈의 진실. 55사이즈는 70년대 여성 1700명을 대상으로 신체검사하여 만들어진 결과다. 당시 20대 여성의 평균 신장 155cm, 가슴둘레는 85cm로 집계되었다. 평균 신장 끝자리에서 5를 떼어다가 55라는 숫자를 만들었다. 44사이즈는 150cm의 키에 가슴둘레 82cm인 사이즈다. 44-55-66사이즈는 이제 ‘어머니 세대’ 키와 가슴둘레다. 더 이상 해외에서는 이 분류법을 폐지한지 오래다. 그럼에도 여전히 여성복 매장에서는 44-55-66으로 분류한다. 그 이상의 옷은 판매하지 않는 곳도 많다.

또한 free사이즈라고 표기한 옷도 많이 판매한다. 과연 free는 누구에게 free한 사이즈인가.직접 free사이즈 옷을 입어 보면 66이나 77사이즈의 몸은 들어가지 않는 44혹은 마른 55사이즈가 입어야 하는 조그마한 옷일 경우가 많다. 44사이즈의 몸만이 자유롭다고 이야기하는 어처구니없는 free사이즈 표기는 여성의 몸에 가해지는 폭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표준’ 이라는 단어는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평균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표준 사이즈가 되기 위해 혹독한 다이어트를 하면서 44-55사이즈를 얻기 위한 행동을 표준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표준사이즈에 맞추기 위해 비상식적인 몸을 만들어야 하는 기형적인 대한민국 사회다. 표준사이즈에 도달하지 못한 여성은 스스로를 비하할 수밖에 없다. 옷이 몸에 맞지 않아서 ‘미안하다’ 는 생각을 한다. 미안함을 넘어 ‘창피하다’ ‘비굴하다’ ‘쓸모없다’ 등의 감정을 갖는다.

몸은 다양하다. 몸무게에 따라 획일적인 신체 사이즈를 갖고 있지도 않다. 60kg의 여성이 55사이즈 옷을 입기도 하고, 77사이즈 옷을 입기도 한다. 취향에 따라 넉넉한 사이즈를 선호하기도 하고, 타이트한 옷을 즐겨 입기도 한다. 표준의 기준이 사라진 오늘날 존재하지도 않은 표준사이즈에 몸을 맞추기 위해 살아야 하는 건 획일성을 추구하는 전근대적인 사고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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