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벌어서 5개월 여행한 셈이에요. 그냥 인도가 끌렸어요. 3개월 인도 남부의 방갈로라는 도시에서 어학연수하고, 나머지 두 달은 인도와 네팔, 스리랑카, 몰디브까지 여행을 했습니다. 어차피 여행은 가진 게 없는 사람들이 떠나요. 번듯한 직장도, 가족도, 돈도 없으니 떠나는 거죠. 빈약한 여행 자금 정도로 최대한 누릴 수 있는 시간이 5개월이었어요.”

백은록 씨는 2001년부터 배낭여행을 시작한 여행자이다. 영국, 프랑스, 그리스, 이탈리아 터키에서부터 중동 쪽의 이집트, 시리아, 요르단과 아시아 쪽의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미얀마,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인도까지 많은 나라를 여행했다. 거의 20년 가까이 유목민처럼 여행자의 삶을 살고 있다.

“여행을 다니면 사는 게 지겹지 않아요. 항상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니까요. 오히려 국내 여행을 하지 않게 돼요. 젊은 여자 혼자 다닌다고 이상한 시선으로 볼 때가 많거든요. 해외는 그런 점에서 자유롭죠.”

최근에는 SNS를 통해서 전 세계 사람들이 교류하기 때문에 여행 이후에도 계속 연락이 닿기도 한다. 해외의 친구 집을 방문하기 위한 여행도 이루어진다. 여행은 오히려 책상에서 책 읽고 공부하는 것보다 자극이 많고 배우는 게 크다. 어학연수는 보통 20대 대학생들의 필수코스로 여겨진다. 하지만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인도 어학연수는 어떤 쓸모가 있을까.

“실제로 인도 어학원에 가보니 50-60대도 있었고, 연령은 다양했어요. 주로 어학연수 하고 워킹홀리데이 떠나는 20대가 많긴 해요. 인도식 영어, 영미권이나 호주식 영어 등 다양한 발음을 접할 수 있는 게 인도 어학연수의 장점이에요. 선생님의 티칭 스타일도 제각각이고 인도라는 문화를 함께 배울 수 있다는 좋은 점도 있어요. 서구권에 비하여 물론 가격도 저렴하고요. 어학원에서 3개월 공부한 후 인도 여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니 현지 적응도 되고, 여행하는데 자신감도 생겼어요.”

인도는 땅이 넓어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려면 최소한 8시간에서 12시간 이상씩 버스를 타고 가기도 한다. 3개월 어학원을 마친 후에는 스리랑카를 거쳐 몰디브까지 여행한 후 다시 북인도를 여행했다. 오로지 배낭 하나에 자신의 모든 짐을 짊어맨 채. 인도 요가의 성지 같은 마이솔, 돌무더기 유적지로 유명한 함피, 프랑스 스타일의 바닷가 마을 폰디체리, 영화 ‘김종욱 찾기’로 유명해진 조드뿌르, 파키스탄 접경의 낙타 사파리로 유명한 자이살메르, 호수의 도시 우다이푸르, 타지마할이 있는 아그라, 갠지스강이 있는 바라나시, 스리랑카의 엘라까지 가는 기차여행 등 인도는 지역마다 특색이 강렬하다. 그 중 최고의 경험은 인도북쪽 스피티 지역 히말라야 산맥이 있는 곳을 일주일간 바이크를 탄 여행이다.

“파키스탄에서 만난 페루 여자 애가 인도의 델리에 갈 거라면서 같이 가게 되었어요. 같은 아파트에서 머무르면서 전직 공군 출신이자 야생 동물 사진작가이자, 정글 가이드 일을 하는 집주인과 함께 바이크 여행을 하게 되었어요. 히말라야 산맥 보면서 3000미터 이상 되는 스피티 계곡을 가는 것인데 잊을 수 없는 모험이었습니다. 바이크 타고 가다가 만나는 마을에서 먹고 자고, 또 달리면서 히말라야 산맥과 변화무쌍한 자연을 두 눈으로 마주하는 경험은 돈 주고도 못 살 거예요.”

백은록 씨는 여행의 배움이 강렬하여 책이나 영화 등은 오히려 시시하게 느껴진다고 한다. 예상치 못한 즐거움과 자신이 결정한 것에 대한 만족도가 크다. 정해진 계획대로 사는 삶을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곳에서 자신을 만나게 된다. 안정과 자유는 동시에 얻을 수 없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면서 살게 된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 하지만 여행은 안정된 삶을 포기해도 좋을 만큼 가치가 크다. 인도에서 3000원 주고 샀다는 그녀가 입은 인도 옷에 계속 눈길이 간다. 여행의 고수가 말하는 인도는 참으로 매력적이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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