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 학창시절을 보냈어요. 초등학생 땐 일기장이 전시되기도 했고, 백일장도 곧잘 나갔어요. 좋아하긴 했지만 문학으로 밥 벌어먹기 힘드니까 부모님은 실업계를 가라 하셨죠. 당시 국어를 가르치셨던 중3 담임선생님이 설득하셨어요. 졸업 후에도 글과는 무관하게 살았어요. 취미 정도였어요.”

별로 인터뷰할 게 없을 거라며 겸손하게 말하는 권지영 시인은 얼굴빛이 맑다. 시를 쓰는 사람이어서 그럴까. 누가 보아도 ‘나 착해’라고 쓰인 얼굴이다. 글쓰는 특별한 재주가 없었다고 말하는 권지영 시인은 최근 용인문화재단 창작지원 수혜로 동시집 『재주 많은 내 친구』를 냈다. 2015년에 『수원문학』과 『리토피아』에서 신인상을 받으며 시를 세상에 내놓기 시작했고, 『붉은 재즈가 퍼지는 시간』이 첫 시집이다. 2016년에 아동문예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오랫동안 어린이들에게 독서논술을 가르친 경험으로 쓴 『꿈꾸는 독서논술』도 저서이다. 뒤늦게 활동하게 된 시인의 이력이지만 캠페인송으로 동시가 작곡되었고, 서울농수산식품공사 희망글판 우수작에 선정된 바 있다. 취미로 시작한 글쓰기로 어떻게 시인이 될 수 있을까 보통 사람에겐 부러움의 대상이다.

“집 앞에 있는 태장마루 도서관에서 인문학 강좌로 시 수업을 들었고, 서울디지털대학 문창과에 입학하여 글쓰기 창작을 공부했어요. 20대 때 울산에서 문학 동아리를 잠시한 적 있었어요. 시간이 흐르고 난 뒤 당시 문학하던 선, 후배들이 신춘문예로 시나 소설로 당선되는 것을 많이 보았죠.”

어쩌면 권지영 시인 곁에는 끊임없이 문학을 향한 열정과 관심을 가진 이들이 있지 않았을까. 본인의 관심사에 따라 흘러왔다고는 하지만 노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권 시인은 오랫동안 논술교육회사에서 몸담은 적 있다. 매일 회사에 파묻혀서 수업 교안 만들고, 주말에는 회원 모집 홍보하러 다니고, 수업도 많이 했다. 아이들에게 교재 위주의 수업보다 글쓰기를 많이 했는데 매번 글을 모아서 책을 만들어 주었다. 어느 날 ‘나도 뭔가를 남겨야겠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그렇다면 시인으로서 어디에서 영감을 얻을까. 사실 본 것, 느낀 것, 경험한 모든 것이 시의 소재가 된다. 대상을 관찰하면서 곰곰이 생각하는 사유 과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붉은 재즈가 퍼지는 시간』에 실린 시 ‘귓속말’ 은 자신의 아이 귀를 파 주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을 시로 쓴 거라 한다. ‘소리가 귓속에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 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듣고 싶지 않은 말이 귓가에 머물다 소화되지 않은 이물질이 된 것은 아닐까 상상을 해본 시다.

또한 동시집 『재주 많은 내 친구』는 알록달록 크레파스로 칠한 아이들의 그림이 가득하다. 심지어 권 시인이 직접 그린 그림도 다수 있다고 한다. ‘재주 많은 내 친구’ 는 바로 그녀 본인이 아닐까 싶다. 얼마 전에는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서 동시 캘리그라피 전시를 했고, 우쿠렐레 동호회에서 연주를 했다. 시인이 되려면 그녀처럼 재주가 많아야 하는 걸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마지막으로 ‘시 쓰기의 유익함이 뭘까’를 물었다.

“가치 있게 살아가는 하나의 방법이에요. 나이가 들어서도 성장해 나갈 수 있는 일이 드물어요. 하지만 시를 쓰는 것은 끊임없는 자기 성찰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글을 쓰고 수십 번 고치고 다듬어 나가면서 한 편의 시가 완성되기까지 인내의 시간도 필요해요. 그 모든 게 배움과 성장의 과정 아닐까요.”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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