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야가 아들 키우느라 수고했다고 사준 벤츠”라는 짧은 글과 함께 올린 자동차 사진 한 장. 소셜 미디어 인스타그램에서 본 사진이다. 사진을 보면서 ‘나도 아들 키우는데 누구는 수고했다고 벤츠를 사 주는 남편이 있고, 부럽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물질적인 욕망은 진정한 행복이 아니야!’라고 말은 하지만 내면의 속물근성은 아직도 살아있나 보다. 아이를 잘 키우는 것도 물질적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집이 있구나를 알게 되니 갑자기 내가 가진 모든 것이 초라해 보인다. 벤츠 사 주는 남편은 당연히 없다.

행복에 겨워하는 이미지로 가득 찬 세상이 SNS다. 자크 라캉은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결국 우리의 욕망은 세상으로부터 주입된 것이 대부분이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사진은 이미지의 소비일 뿐이다. 진짜 욕망이 아닌 가짜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왜 가짜인 줄 알면서도 타인의 행복을 바라보며 나는 불행하다고 느끼는 걸까. 아무래도 우리가 생각하는 행복은 타자의 기준에서 벗어나기 힘든가보다.

프로방스 스타일의 인테리어가 있는 카페, 유기농 재료로 요리한 채식 요리 음식점, 미니멀리즘을 지향한 패션과 집 등은 사실 행복의 본질에서 벗어나 있다. 사실 소비주의의 사회에서 행복이라는 개념도 소비재에 불과하다. 웰빙(wellbeing)은 잘 사는 것이다. 그런데 웰빙이 하나의 소비 패턴 혹은 상품화되고 있다. 친환경적인 북유럽 스타일의 집을 꾸미기 위해서는 원목이나 가구 모두 일정 기준을 만족시킨 고가의 상품이다. 웰빙을 추구하는 유기농 식자재는 모두 특별한 매장에서만 판매한다. 맑은 물, 깨끗한 공기, 안전한 집 등이 모두 상품화하여 소비를 부추긴다.

여기다가 최근에는 웰빙과 라이프스타일이 결합하여 ‘킨포크 라이프’와 같은 삶까지도 소비하게 만든다. 킨포크는 원래는 여유 있고 느리게 자연 속에서 소박한 삶을 지향하는 현상을 말한다. 2011년 미국 포틀랜드에서 작가, 화가, 사진가, 농부, 요리사 등 40 여 명의 지역 주민들이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여 창간한 ‘킨포크’라는 잡지가 시발점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킨포크식 삶이 하나의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킨포크라는 트렌드가 가치 지향적인 소비라고 이야기하지만 결국 유기농이나 친환경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는 무언가를 욕망하게 만든다.

타인의 행복한 이미지를 보면서 그것을 행복이라고 여기고 나의 삶을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타인의 기준으로 나의 행복을 평가한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 미디어의 이미지가 가짜라고 하지만 여전히 타인의 멋진 사진을 보면서 갈망한다. 정신건강에 가장 악영향을 미치는 소셜 미디어가 바로 인스타그램이라고 영국 BBC는 보도한 바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 남의 행복을 좇는다.

우리는 타인이 행복하면 나는 불행해지는 시스템 속에서 살고 있다. 함께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지 않는다. 내가 행복하면 타인이 행복해지고, 타인이 행복하면 내가 행복해지는 세상은 진정 불가능한 걸까.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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