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특별한 능력을 인정받아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었던 영재들이 있었다.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그들은 과연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을까? 물론, 우문이다. 성공의 기준은 모두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한국사회에서 어떤 의미로도 성공한 천재를 본 기억이 없다.

그들의 지적 성과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유명했던 어린 천재들이 하나같이 자신을 힘들게 했던 것으로 주변의 과도한 관심과 기대, 그리고 결과를 재촉하는 성급함을 지적했다. 많은 천재들은 자신의 유년시절이 외로웠으며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더 많은 시간을 또래와 어린 시절에만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서 지내고 싶다고 했다. 이렇듯 잊힌 천재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능력 향상 위주의 공부가 갖는 폐해와 또래집단을 통해 배우는 공동체의식과 윤리의식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지금껏 입시위주의 교육을 통해 공부만 잘 하면 된다는 사고방식, 결과가 좋으면 모든 것이 좋다는 가치관을 아이들에게 가르친 것은 아닐까? 이 질문의 대답을 지난 겨울 우린 국정농단 세력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는 이 사회의 엘리트들인 법을 집행했던 자들, 정부의 고위관료, 대기업의 경영진들이 법망을 솜씨 좋게 피하면서 법을 조롱하고 국민의 권리와 이익을 내팽개친 채 사리사욕을 채웠던 야비한 모습을 봤다. 그들은 하나같이 공부 잘하는 수재였고, 어려운 시험을 통과한 능력자들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인 사람들이었다. 그들에게는 공동체, 헌신, 명예, 양심과 같은 가치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것이 오늘 우리를 슬프게 하는 이유고 우리의 교육이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근거다.

지능이 뛰어났던 천재들이 자신의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교육여건과 함께 또래집단과 함께 생활할 수 있는 공동체 정신을 가졌더라면 그들은 조금 더 사회성과 도덕성을 갖춘 인간으로 자랄 수 있지 않았을까? 수재들의 뛰어난 능력이 단순히 지능의 우수함이 아닌 공동체의 이익에 복무하기 위해서는 보다 철저한 공동체의식과 윤리관 교육을 수행해야 하지 않았을까? 결국, 학교 자체를 위계화 하는 방식이 아니라 공부능력이 뛰어난 아이든 그렇지 않은 아이든 또래집단과 함께 공동체의 일원으로 함께 생활하고 공부하며 사회와 자아에 대해 고민하고 배우는 공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 물론 공교육 안에서 특별한 재능이 있는 학생들이 자신의 능력을 향상할 수 있는 시스템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학교자체를 위계화 하여 자신들만의 세계에서 특권의식을 가지거나 입시교육 위주의 학교교육으로 경쟁의 승리자가 되도록 키워진다면 우리는 지금의 현실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서울교육청의 ‘자사고 3년 시한부 재지정’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학교위계화를 반대하고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인데 갈등적인 상황을 봉합하고 그 책임을 교육부로 넘긴 모양새라 더욱 안타깝다. 물론 법적으로 교육청이 갖는 한계는 있겠지만 이런 식이면 교육청이 앞으로 어떤 청사진을 내놓더라도 그것을 신뢰하며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긴 호흡으로 교육에 대한 장기간의 청사진을 제안하고 보다 폭넓은 논의가 촉발될 수 있도록 교육청과 정부가 나서야 할 때이다.

김예니(청운대 강사)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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