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달 중 332개의 모든 공공기관에 ‘블라인드 채용’ 가이드라인을 배포한 뒤 전면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로써 대학이나 출신지역, 가족관계, 외모나 신체조건 등에 의한 것이 아닌 오직 실력으로 공정하게 경쟁할 기반이 조성되게 됐다.

그동안 한국사회의 취업시장은 입학점수가 높은 대학을 나오거나 사회적 지위가 높은 집안 출신 자녀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했다. 지방대 출신이나 집안 배경이 좋지 않은 젊은이들은 능력이 있어도 보이지 않는 제약에 의해 눈물을 훔쳐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흙수저 계급에 학력까지 나쁜 취업 희망자들은 일단 입사지원서를 제출하고 통과하기부터 쉽지 않다. 학력과 사진 만으로 이들은 고용시장에서 걸러지는 신세다. 이들은 실업자가 되거나 정규직의 절반밖에 보상을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으로 전락해 비참한 삶을 살게 된다.

이러니 부모들은 아이들을 어려서부터 급이 높은 유치원에 보내려고 하고 사교육 시장으로 몰면서 소위 일류대를 보내기 위해 전쟁을 벌여야 한다. 또한 취업 희망자들은 입사지원서에 붙이는 사진이나 면접 시 인상을 좋게 하기 위해 자신의 몸에 칼을 대는 성형까지 불사한다. 이러한 비극적인 현상은 이 사회가 학벌과 빽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발생하는 폐단이라 할 수 있다.

현재 블라인드 채용의 시도는 공공부문에 한정된다. 그러나 민간 기업이 실력에 기반한 평등한 기회와 공정한 과정을 보장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변화와 개혁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공공 민간 할 것 없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에게 동등한 조건에서 실력을 겨룰 기회를 보장해줘야 하는 이유이다.

우수한 인재가 출신학교와 친인척의 빽, 외모 등에 의해 직장과 사회에서 좌절을 맛보고 사회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것은 대한민국의 미래지향적인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안된다. 흙수저 출신이나 ‘을’의 위치에 있는 사람도 노력과 실력에 의해 자신의 꿈을 펼치고 행복한 삶을 꿈꿀 수 있는 사회가 희망이 있는 선진사회이다. 편견과 태어나면서 주어지는 조건에 의해 배제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또한 우리 사회의 학력과 학벌주의를 타파하는 첫 걸음을 내딛었다는 점에서 블라인드 채용 시도에 대해 지지의 박수를 보낸다.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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