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책방 여행이 하나의 여행 테마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 연남동, 홍대, 상수동 등 다양한 책과 문화 공간이 생기고 있다. 소소하고 작은 책방이 하나 둘 문을 열면서 사람들이 이색적인 곳을 찾아간다.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책방을 여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결국 모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밖에 없나보다. 평생 책을 읽고 책과 더불어 살아온 사람들이 책방을 연다. 그리고 또다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런 공간에서 누군가와의 연결을 꿈꾼다.

지난 주 괴산에 위치한 ‘숲속작은책방’ 이라는 곳을 다녀왔다. 숲속에 있는 작은 책방은 아담한 2층집이었다. 아기자기한 정원도 있고, 야외에도 책을 읽을 수 있는 오두막이 인상적이다. 책방 주인은 <작은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의 저자 백창화, 김병록 씨다. 책의 위기, 인문학의 위기 속에서 종이책이 새로운 문화 콘텐츠로 서서히 주목받고 있다. 올해 서울국제 도서전에서는 ‘서점의 시대’라는 부스를 열어 전국의 작은 책방 20여 곳이 다양한 책 행사를 했다. ‘숲속작은책방’도 국제도서전의 부스에 참여했고 TV에도 여러 번 소개됐다.

최근 이색적인 책의 공간들이 하나 둘 늘고 있다. 경남 통영의 ‘봄날의 책방’은 출판사 ‘남해의 봄날’ 이 운영하는 책방 겸 게스트하우스이다. 속초의 ‘완벽한 날들’은 메리올리버의 시구에서 이름을 딴 곳으로 서점과 카페 및 게스트하우스를 겸하고 있다. 서교동의 ‘홍대던전’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라이트노벨을 주로 취급하는 문화공간이다. 한남동의 ‘북파크’는 과학을 테마로 한 도서관 같은 서점이다. 파주의 ‘모티브원’은 북스테이로 오랫동안 자리 잡은 곳이다. 제주도의 ‘소심한 책방’ 은 이미 관광 명소가 되어 버렸다. 원주의 ‘터득골’은 출판인이 만든 책방 겸 카페이다. 전국의 이름난 작은 책방으로 여행을 다녀도 이제는 일년이 모자랄 판이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다. 영국의 산골마을 헤이온와이는 책마을 프로젝트로 버려진 마을을 살려냈다. 이탈리아 베로나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상품화한 곳이다. 일본의 키죠 그림책 마을은 시골 마을 살리기를 위해 그림책으로 공동체 활성화를 하였다. 우리나라의 원주에서도 최근 ‘그림책 여행센터’를 오픈했다. 원주문화재단은 그림책 도시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왜 다시금 책방의 귀환일까. 그것도 모든 책을 다 갖추고 있는 대형 서점이 아닌 서점 주인장의 취향이 묻어난 작은 책방을? 사람들은 연결을 원한다. 나와 타인이 책으로 연결된 지점 속에서 혼자가 아님을 느낀다. 덜 외롭고 덜 쓸쓸하다.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이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 속으로 웃음 짓는다. 아무리 책 읽는 인구가 사라져도 소수의 독서가들은 살아남게 마련이다.

또한 앞으로의 책은 이전과의 독서와는 달라질 수 있다. 책이 하나의 인테리어가 될 수도 있다. 책이 있는 공간 자체로 힐링을 얻을 수 있다. 내가 고른 책보다 누군가가 특별한 의미를 담아 골라준 책은 의외로 읽고 싶은 욕구가 더 크다. 타인의 마음을 움직인 책 속에서 나도 울림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제는 여행도 제각각의 취향을 존중하는 여행이 되어야 한다. 타인의 기준으로 여행을 가기보다는 나만의 철학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책방에서 하룻밤 머물며 책을 조용히 읽다 가는 것도 하나의 여행이 된다. 올 여름 전국의 책방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북적거리는 해수욕장으로의 피서보다 낫지 않을까?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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