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에는 간호사였어요. 홀트아동복지회에서 미혼모가 빈센트 병원 산부인과에서 아기를 낳은 후 바로 입양되곤 했어요. 태어나자마자 해외로 입양되는 아이들을 보니 마음이 안쓰러웠어요. 일주일이라도 제가 봐주고 싶었어요. 무작정 아기를 집에 데리고 왔어요. 휴가 내서 며칠씩 돌보고, 친정 엄마도 봐주시곤 했어요. 특별한 종교는 없지만 인간의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항상 생각합니다.”

강기연 곰두리봉사위원장과의 두 시간 넘는 인터뷰 시간은 너무도 짧았다. 20대 자신이 봉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봉사를 한 것은 큰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학교운영위원회 활동을 하면서부터였다고 한다. 아이가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면서 병원에서 공연할 때 환우 돕기를 했고, 서른일곱에 통장을 하며 본격적으로 지역봉사를 했다. 현재 몸담고 있는 봉사단체만도 셀 수 없다. 곰두리 봉사회, 로타리클럽, 재한외국인협회, 동 주민복지협의회, 권선구 사회복지협의회, 경자협, 수원고등학교 학부모회, 상록수 봉사단 등이다. 일주일의 봉사 스케줄은 직장인보다도 바쁘다. 집에서는 22년차 주부이면서 지역 어르신들을 위한 행복밥차를 10년간 하고 있다.

“밥차를 매주 운영해요. 세류동, 구운동, 호매실동, 권선1동 4곳을 돌아가면서 합니다. 300인분을 준비하려면 각 동마다 매번 30-40명의 인원이 필요해요. 새마을 부녀회, 적십자회, 공군전우회 등이 함께 돕고 있어요. 저 혼자서는 못하죠. 밥차 운영 기금은 고색동 산업단지의 기업체 후원 및 개인들의 후원금으로 이루어집니다. 한 끼에 약 60만원 재료비가 들었는데 최근에는 직접 다리품 팔아 시장에서 장을 보니 40만원 들더라고요. 연말 남은 돈으로 산타축제를 하거나 불우이웃돕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곰두리봉사회는 최근 시작하였지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져 차별 없는 세상 만들기를 위해 활동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돈이 많아야 봉사하는 것은 아니다.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일, 약간의 시간을 내는 일로도 충분하다. 봉사를 통해서 배운 것이 있다면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가치 있고 소중한 존재다. 뿐만 아니라 20년 가까이 봉사를 하면서 얻게 된 사람들이 자신의 재산이 된다. 행복한 삶은 별 거 없다.

봉사단체에서의 활동뿐 아니라 개인적으로 자녀와 함께 양로원 봉사도 10년간 이어오고 있다. 딸과 아들을 데리고 중앙양로원에 가서 식당 봉사를 한다. 아이들 역시 한 번도 빼놓은 적이 없다.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큰 유산이 바로 이러한 봉사의 삶 아닐까. 지속적인 봉사가 아니면 시작도 하지 않는다는 소신을 오랜 세월 지키기 쉽지 않다.

여유시간 생기면 뭘 하냐고 했더니 “또 봉사할 거리를 찾아요. 자꾸만 생각이 나요”라고 말한다. “7월과 8월은 밥차 봉사를 쉬어요. 그래서 수원고등학교 학부모회에서 교복 수거하여 수원시와 자매결연 맺은 캄보디아의 도시에 있는 수원 중,고등학교에 보내주는 것 하려고요”라고 덧붙인다. 캄보디아에 화장실이 부족한 문제를 곰두리봉사회가 십시일반 도와 ‘곰두리 화장실 짓기’ 운동을 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도 내놨다. 강기연 위원장은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밥차를 하면서 또 하나의 꿈이 생겼다. 사실 어르신들이 “진짜 맛있더라”라고 하는 말 한마디가 보람이다. 직접 장 보고, 메뉴 짜고, 요리하여 누군가가 맛있게 먹어주는 것이 기쁘다. 수고했다는 소소한 말 한마디가 힘이 난다. 돈을 버는 일보다 누군가와 함께 더불어 행복한 삶이 좋다. 수원시에 ‘무료급식소’를 차려 나이 구분 없이 누구나 밥 한 끼 먹을 수 있는 곳을 만드는 게 소원이다. 꿈이 있다면 얼마든지 함께 할 사람들을 모아 해낼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강기연 위원장의 바램, 조만간 이뤄지지 않을까.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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