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 날 성남 모란시장에서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개들을 위한 위령제를 여는 과정에서 상인들과 부딪쳤다. 동물학대를 방지하기 위해 더 이상 먹기 위해 개를 기르거나 도축해서는 안 된다는 쪽과 자신들의 생존권은 어떻게 되는 거냐는 쪽이 팽팽히 맞섰다. 이는 보신탕에 대한 우리 사회의 오랜 찬반 논쟁이 수면위로 떠올라 법적, 행정적 절차들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오는 진통이다.

2016년 성남시와 모란가축시장 상인회는 ‘모란시장 환경정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1년에 우리나라에서 개고기, 식용 목적으로 죽는 개는 동물보호단체 추산 연간 약 200만 마리다. 이중 8만 마리의 개가 모란 시장에서 전시, 도살, 판매되었다. 모란 시장 외에도 부산 구포시장, 대구 칠성시장 등 개고기를 소비하는 시장은 많지만, 변화하기 위한 행정절차가 처음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다.

이 협약에 따라 상인들은 모란시장에서 판매 목적의 개 보관과 전시, 도살을 중단하고 이와 관련한 시설을 폐쇄해야 했다. 성남시는 업종전환과 전업이전, 환경정비 등을 위해 최대한의 행정지원을 하기로 했다. 특히 여러 차례 대화를 통해 상인들의 업종전환을 유도했는데, 최근 불법적 도축과 도살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것이 불거져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이날 위령제에 참석한 동물보호단체는 모란시장 내 노상 등 공공장소에서 개를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거나 다른 개들이 보는 앞에서 같은 종류의 개를 죽이는 행위는 현행 동물보호법 제8조 동물학대 금지에 해당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성남시와 모란가축시장 상인회는 양측이 맺은 협약 내용을 이행해 개 도축 판매를 하루빨리 중단하라고 요구하며 해당 협약에 참여하지 않은 업소들도 동참하라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상인들은 생존권 보장을 주장했다. 하루 아침에 생업을 전환하는 일이 쉽지 않으므로 매우 조심스러운 문제다.

그동안 보신탕에 대한 찬성 의견은 주로 우리나라 전통 식문화라는 측면에서 이야기됐다. 먹을 것이 없던 시절 보릿고개를 넘기고 약해진 소화기에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한 방법으로 개고기를 먹었으며, 동의보감에도 소화에 좋은 음식이라고 쓰여 있음을 주장의 근거로 삼았다. 최근 애완견으로 키우는 개들과 식용개는 품종이 다르다는 것도 내세웠다.

그러나 이 주장은 보신탕이 보신이 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타당하지 않다. 개고기 자체는 소화에 좋을지 모르나 현재 도축되는 개고기는 몸에 좋지 않는 방법으로 사육되고 도살된다. 소, 돼지, 닭과 같이 축산물로 관리되는 고기들은 여러 가지 절차와 기준을 가지고 관리되고 유통된다. 반면 개고기는 축산물 관리 규정에 저촉되지 않는다. 기준치의 10배가 넘는 항생제를 투여하고, 중금속이 든 재료에서부터 음식물 찌꺼기까지 관리 되지 않은 사료를 먹고 자란 개들이 몸에 좋을까? 도살한 후 고기의 위생도 관리되지 않는데 보신하기 위해 먹는 그 음식이 과연 보신이 될지 따져봐야 할 문제이다.

개고기를 축산물로 분류해 잘 관리하면 되지 않느냐는 주장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전 세계적으로 동물복지가 확대되어 가고 있는 상황인데 역행하는 일을 하면서까지 먹어야 하는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다만, 상인들의 생존권 문제는 조금 다르다. 이제 시대가 변했으니 무조건 따르라고 하면 그들 입장에서는 매우 억울하다. 행정적 지원도 해 줄 테니 빨리 바꾸라고 몰아세우기 전에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 확산이 우리 사회 전반에 선행돼야 한다.

서지은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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