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류석춘 연세대 교수를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류 교수는 탄핵 정국에서 아스팔트 극우 인사들의 태극기 시위를 의병이라 추켜세우고 본인도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또한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아이들의 머리를 획일적으로 통제하려던 박근혜 정부의 시대착오적 퇴행을 적극 지지했다.

합리적 보수, 서민의 삶을 보듬는 따뜻한 공동체를 추구하는 신보수와는 먼 강경보수 이념 중심의 뉴라이트 계열의 극단적인 지식인을 박근혜 탄핵으로 위기에 빠진 당의 구원투수로 내세운 셈이다. 홍 대표와 자유한국당의 자정능력에 대해 생각이 있는 국민이라면 고개를 절로 흔들 수밖에 없다.

아니나 다를까 류 교수는 혁신위원장 지명 후 처음 가진 11일 기자회견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제기된 혐의들이 실체가 없고 너무 과한 정치적 보복을 당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다”며, 박근혜 탄핵이 “너무 억울하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박근혜와 최순실, 친박 세력, 재벌이 합작해 만든 ‘국정농단’, ‘헌정유린’ 사태를 언론의 사실 왜곡 탓으로 돌렸다. 국회의 합법적인 절차와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의한 탄핵, 법원의 판단에 의한 구속, 촛불 집회와 여론조사, 대선에서 확인된 민심 등을 모두 부정한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벌의 뒤를 봐주면서 돈을 뜯어내 K스포츠 재단·미르재단을 만들고, 국가기관을 사유화하고,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민주주의를 압살한 것에 대해서는 눈을 감으면서 “자유한국당이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주의를 추구하는 조직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니,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더욱 기가 찬 것은 당내에서도 장제원 의원 등이 “과거의 잘못을 언론 탓, 허무맹랑한 선동 탓, 동조한 국민 탓, 조작된 증거 탓으로 돌린다면 어느 국민이 우리의 혁신을 인정하겠느냐. 당이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극우화하는 것 같다”고 우려하자 홍준표 대표가 ‘극우란 개념을 한 번 찾아보시고 비판하길 바란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점이다. 장 의원이 이에 대해 “유신독재를 미화하고 무력통일도 불사해야 한다는 인식이 극우가 아니냐”고 재반박까지 했으니, 당이 갈 데까지 간 모양새다.

자유한국당이 국민으로부터 버림받는 것은 수구를 보수로 대체하고, 비민주적으로 당과 국가를 운영했으며, 경제와 안보에 무능해 민생을 파탄시켰으며, 부패와 비리의 썩은 냄새로 우리 사회를 진동시켰기 때문이다. 초등학생도 알만한 사실을 애써 부정하는 류석춘 교수는 보수의 위기를 극복해 내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수렁으로 몰고 갈 인물이다. 혁신의 주체가 아니라 혁신의 대상이라는 것이 보다 정확한 진단일 것이다. 원내 의석 107석의 제1 야당으로서, 보수의 본산을 자임하는 자유한국당의 끝없는 추락과 정치적 수준이 정말 우려스럽다.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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