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에서 가장 낙후했던 비산동 지역에서 오랜 시간 살아왔던 임채호 경기도의원은 지역의 변화를 위해 정치에 입문했다. 당시 한나라당 영향력이 강했던 비산동에서 주민들의 추천으로 시의원에 출마했다. 마지막 ‘라’ 번을 받고도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그의 저력은 어디서 나올까?

“학원을 운영했었는데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많이 했어요. 지역과 교류하고 사회 환원 차원에서 해 오던 일들이었는데, 그게 선거 때 주민들의 투표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현역 의원 2명을 포함한 가, 나, 다 세 후보의 표를 합한 것보다도 많은 득표를 해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주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시의회에 진출한 임채호 의원은 당시 시급했던 비산동 낙후 지역 개선사업에 힘을 모았다. 주거환경 개선 사업은 지금의 재개발 사업과는 다르다.

“대통령령으로 진행한 사업이었습니다. 도로도 없고 집과 상가의 구획 정비도 안 되어 있는 열악한 비산동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LH공사에서 높은 가격으로 부지를 매입하고 주택을 싸게 공급하도록 했어요. 원주민이 떠날 수밖에 없는 현재의 재개발, 재건축하고는 다르죠. 원주민 정착률이 70% 정도 됩니다. 이곳에 임대 아파트를 많이 지어서 서민 주거안정과 개선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있고요.”

비산동 주거 환경 개선에 이어 도서관 건립을 위해서 일했던 것도 시의원으로서 기억에 남는 일 중 하나다.

“현재 비산도서관이 있던 자리가 원래는 시에서 소방서, 파출소를 지으려고 했던 자리입니다. 학교와 아파트가 밀집된 동네다 보니 주민들은 도서관에 대한 요구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주민들 의견도 모으고 시정 질문을 통해 끊임없이 문제제기한 결과 비산 도서관을 건립하게 됐습니다. 주민들 만족도도 높고 도서관을 이용하기 위해 길게 줄 서 있는 모습을 보면 뿌듯합니다.”

우리 이웃의 일을 내 일처럼 생각하던 시의원 자리에서 12년을 일한 임 의원은 도의원에 도전해 2010년 도의회에 진출했다. 지방자치의 가장 기초가 되는 시의회와 국회를 연결하는 허리에 해당하는 도의회에서 일하다 보니 임 의원은 여러 가지로 책임이 막중함을 느끼게 되었다.

“경기도는 범위도 넓고 예산 규모도 크기 때문에 도의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제가 초선의원으로 도의회에 처음 들어온 2010년에는 저와 같은 초선 의원들이 많았습니다. 시의회에서 의회 경험을 하고 온 분들도 있었지만 처음 정치에 입문한 분들도 많았죠. 그래서 여러 가지 경험이 있었던 제가 당시 초선임에도 부의장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임 의원은 이외에도 초선 의원으로서 하기 힘든 굵직굵직한 일들을 해냈다. 예결산위원회에 간사로 있을 때는 처음으로 친환경 급식을 위한 예산이 편성되도록 해 친환경 급식의 물꼬를 텄다.

“도의원으로 일하면서 해왔던 일 중에는 제1신도시에 해당하는 평촌, 산본, 분당의 노후배관 교체 사업을 추진한 일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현재도 진행 중인 이 일은 주민들의 식수 문제를 해결하는 일로 가장 기본적인 안전과 건강에 관한 일이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끝까지 완수하려고 합니다. 또,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악취 방지 지원 조례를 만들었습니다. 공단과 같은 곳은 악취가 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시설을 지을 때 지원을 해 주는 데, 주거지에 있는 공장들에는 이런 지원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공장 근처 주민들의 불편함으로 인한 민원은 많은 데 해결해 줄 수 있는 방법은 없었어요. 이 부분을 조례를 통해 도와 시가 함께 일정 부분 지원해서 공장에서 악취 방지 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서울을 벗어나 수도권에 공장이 들어섰는데 이제 밀려나고 밀려난 사람들이 공장 근처에 집을 짓고 살게 되었다. 그런데 먼저 있던 공장을 향해 냄새 난다고 나가라고 하면 공장으로선 억울하다.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지원해 주는 일을 임 의원이 조례로 만들어 냈다.

“요즘 의식이 해결되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무료 밥차를 통해서라도 어떻게든 해결이 됩니다. 하지만 주거 문제는 매우 심각합니다. 최저 기준 주거 미달 가구 수가 10% 정도 인데 이걸 낮춰야 합니다. 수익성을 보고 재개발을 하는 게 아닌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한 도시공사의 주거 환경 개선 사업에 남은 임기 동안 더욱 힘쓰고자 합니다.”

내년이면 도의원 임기가 끝나는 임채호 의원은 2018년 지방 선거에서 안양시장에 출마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오랜 시간 안양을 위해 일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임 의원이 변화시키고자 하는 안양의 모습은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현재 안양은 베드타운의 성격이 강합니다. 공장이 나가면 그 부지에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는 걸로 안양을 유지해 왔습니다. 하지만 지방분권 시대에 도시 자체가 생산력을 갖추고 도시 안에서 자급자족을 해야 합니다. 원주민이 떠나는 재개발을 멈추고 도시 재생을 통해 균형적인 발전을 이뤄 우리 손자의 손자까지 오랜 시간 안양에서 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판교테크노밸리, 가산디지털단지와 같이 안양에도 자체 생산이 가능한 집중화된 단지를 만들어 일자리 창출과 세수 확보를 해야 합니다. 구도심인 만안구와 신도심 동안구의 균형도 이루어야 하고요. 서민과 취약계층의 주거 안정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고, 경제적 자치와 정치적 자치를 이루는 안양을 만들고 싶습니다.”

시의원과 도의원을 거쳐 지역의 일꾼으로 자치단체장에 도전하는 임 의원의 꿈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유명 대학을 나온 변호사, 교수, 국회의원 출신 이름만으로 지방자치 단체장이 되는 선거가 아닌 우리 주변에 있던 동네 사람이 자치단체장에 도전하는 2018년 선거를 보게 될 것 같다.

서지은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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