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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할까?
김소라 기자 | 승인 2017.08.09 13:00

최근 김영하 작가가 tvN의 ‘알쓸신잡’ 프로그램에서 친구라는 존재에 대해 밝힌 소신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의 산문집 『말하다』에서도 “마흔이 넘어서 알게 된 사실 하나는 친구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썼다. 그리고 “자기 자신의 취향에 귀 기울이고 영혼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하였다. 친구와 보내는 시간을 낭비 혹은 허비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말대로 친구와 함께 쓰잘데기 없는 데 시간 보내는 대신 책을 읽거나 잠을 자거나 혼자 걷는 게 나을까.

유달리 친구를 같은 나이 동갑 혹은 동년배로만 한정짓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김영하 작가의 말은 일부 옳은 듯하다. 나에게는 오래된 친구라고 말할 존재가 없거나 적다. 초등학교, 중학교, 대학교 친구 각각 한 명씩이 전부다. 그나마도 만나는 횟수는 몇 년에 한 번이다. 대부분 내가 관계하고 만나는 이들은 관심사가 같은 주변인들이다. 대체로 나에게 ‘쌤’(선생님) 이라는 호칭으로 부르는 수강생 및 토론모임 회원들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엄밀히 말해 친구가 아닌 걸까.

사람들은 내게 “성격이 쾌활하니까 친구가 많을 것 같아요”라고 한다. 하지만 내가 학창시절 관계 맺고 있는 친구가 소수인 사실에 놀란다. 그렇다고 말할 대상이나 함께 놀 수 있는 상대가 없는 건 결코 아니다. 삶을 지향하는 방향이 비슷한 사람들은 다양하다. 나이대 혹은 직업 혹은 사는 곳도 천차만별이다. 때로는 깊은 관계를 오랫동안 이어나가지 못하기도 하고, 사람들이 자주 바뀌기도 한다. 영원한 친구라고 불릴 만한 사람은 생각해 보니 단 한 명도 없다.

나이가 들면 학창시절의 친구는 하나 둘 떠난다. 자신만의 시간을 훨씬 더 갖게 된다. 뿐만 아니라 여자의 경우 결혼과 출산 후 새롭게 맺어지는 관계에서 친구가 많아진다. 아이를 키우면서 만나게 되는 동료 같은 친구가 생기기도 하고, 같은 아파트에서 만난 지역 주민으로의 친구도 만들어진다. 과거보다 친구의 스펙트럼은 확장된다.

김영하 작가의 ‘친구론’ 에 일부는 동의하고, 일부는 동의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 성장기에는 친구라는 존재 및 영향이 지대하다. 중학교 3학년 같은 반 친구로 인해 나는 꿈이 생겼다. 그 친구의 아버지가 대학교수였다. 친구 집에 놀러가서 엄청난 서재의 책을 보면서 나도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희망이 싹텄다. 매일 등굣길을 오고 가면서 친구와 나눴던 대화는 생각나지 않지만 친구 하나로 인해 세상은 외롭지 않은 곳이라고 느꼈다. 대학시절에는 친구와 함께 수업을 땡땡이 치고, 낮술을 마시면서 허무맹랑한 시간을 보낸 것도 추억이 되었다.

오히려 서른, 마흔이 넘고 보니 관계의 지속에 쏟는 시간과 에너지가 불필요해진다. 아이를 통해 맺어진 네트워크가 여성들의 또 다른 친구가 되면서 서로 비교하고, 소모적인 수다에 시간을 들인다. 오전 11시 대에 분위기 좋은 브런치 카페에 가 보면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다. 당연히 중요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는 아니다. 매번 반복되는 일상의 하루하루 감정을 토로하는 자리다. 남자들의 술자리 역시 마찬가지다. 퇴근 후 직장 동료들과의 한두 잔, 동창 모임에서 이루어지는 등산과 골프 모임 등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관계들이다.

결론은 때마다 다르고, 자신의 선택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 아닐까. 혼자서도 잘 노는 사람들은 함께 놀아도 잘 논다. 혼자만의 시간을 못 견디는 사람들은 함께 있어도 외로울 뿐이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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