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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충기 문자’로 드러난 재벌과 언론, 권력기관 간 ‘추악한 거래’와 ‘카르텔’
조백현 발행인 | 승인 2017.08.10 05:48
(사진=시사IN 캡처)

언론과 권력기관이 삼성에 얼마나 굴종하는지, 삼성의 돈이 어떻게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이 터졌다.

시사IN 제517호에서 주진우 기자가 ‘그들만의 세상’ 대한민국의 민낯을 생생하게 드러내는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의 문자 메시지를 폭로한 것이다.

‘삼성 장충기 문자 전문을 공개합니다’라는 제목의 해당 주 기자의 기사에는 언론인들과 청와대 관계자, 전직 검찰총장 등이 일개 삼성 임원에게 광고청탁, 인사채용, 사외이사 자리 부탁 등을 요구하거나 국정의 비밀정보를 제공하는 낯부끄러운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정경유착을 넘어 삼성 재벌이 천문학적인 돈을 바탕으로 이 사회의 모든 권력 부문을 장악해 줄세우기 시키고 이건희 일가의 공화국을 건설했음을 보여준다.

박근혜 최순실에게 뇌물을 갖다 바치고 국민연금을 이용한 경영권승계 지원을 받은 의혹으로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는 현재, 왜 주류언론과 경제지들이 일방적으로 이 부회장을 옹호하고 특검을 공격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풀리는 대목이다.

장충기에게 보낸 문자에서 김병직 문화일보 편집국장은 “올 들어 문화일보에 대한 삼성의 협찬+광고 지원액이 작년대비 1.6억이 빠지는데 8월 협찬액을 작년(7억)대비 1억 플러스(8억) 할 수 있도록...”이라면서 “관심 갖고 챙겨봐 주십시오. 죄송합니다. 앞으로 좋은 기사, 좋은 지면으로 보답하겠습니다. 김병직 배상”이라며 노골적으로 광고를 대가로 한 기사 거래를 제시하고 있다. 문화일보는 현재 보수 강경 논조로 진보성향의 현 정부 정책에 대해 앞장서 강도 높게 비판하는 중이다.

국가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의 조복래 편집인(콘텐츠융합상무)은 <뉴스타파>의 보도를 통해 적나라하게 밝혀진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동영상 관련 보도에 대해 “장 사장님. 늘 감사드립니다. 시절이 하수상하니 안팎으로 조심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누워계시는 이건희 회장님을 소재로 돈을 뜯어내려는 자들도 있구요. 나라와 국민, 기업을 지키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져 갑니다”라는 상식 이하의 문자를 보냈다. 연합뉴스 노조는 이에 대해 “한국을 대표한다는 기업의 총수가 성매매를 한 혐의를 받고 있는 현실은 놔둔 채 '돈을 뜯어내려는 자'들만 성토하는 것이 언론사 편집인이 할 말인가”라면서 ‘국가기간통신사’가 아니라 ‘삼성기간통신사’로 전락시킨 책임을 지고 조복래 상무와 이창섭 현 연합뉴스TV 경영기획실장의 보직 사퇴를 요구했다.

<매일경제>의 한 기자는 “매경이 어떻게 해야 삼성의 면세점 사업을 도와줄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알려주셨으면 좋겠다... OOO 올림”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언론사가 자본과 권력을 감시하기는커녕 재벌의 지침을 요구하는 있을 수 없는 참담한 일이다. <서울경제> 출신의 전 간부이면서 초빙교수로 소일한다고 밝힌 한 인사는 “염치불구 사외이사 한 자리 부탁드립니다. 부족합니다만 기회 주시면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청탁한다. 경제지들이 왜 그토록 일방적으로 노동자들을 공격하고, 재벌의 편에 서서 시장 질서를 왜곡하고 서민경제를 파탄 내는 데 앞장서는지 미루어 짐작이 된다.

CBS의 한 간부는 “제 아들아이 OOO이 삼성전자 OO 부문에 지원을 했는데 결과 발표가 임박한 것 같습니다... 이름은 OOO 수험번호는 1OOOOOOO 번이고 OOO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이같은 부탁이 무례한 줄 알면서도 부족한 자식을 둔 부모의 애끓는 마음을 가눌 길 없어 사장님의 하해와 같은 배려와 은혜를 간절히 앙망”한다는 자녀 채용 청탁을 했다.

신원이 특정되지 않은 한 인사는 “방상훈 사장이 조선과 TV조선에 (이건희 회장 성매매 동영상 관련) 기사 쓰지 않도록 얘기해두겠다고 했습니다. 변용식 대표가 자리에 없어서 OOO TV조선 OO에게도 기사 취급하지 않도록 부탁하고 왔습니다”라는 문자를 남겼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재벌과 기업은 정치권력과의 유착을 강화하는 한편, 언론계를 돈으로 매수하고 타락시켜 왔다. 지난해에는 조선일보 소속의 송희영 주필이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8박 9일 동안 무려 2억원대의 초호화 유럽여행 접대를 받은 것이 밝혀져 파문을 낳았다. 친박 김진태 의원이 당시 우병우 수석과 처가의 비리의혹이 터져 나오는 와중에 우 수석을 보호하기 위해 송 주필이 뉴스커뮤니케이션즈 박수환 대표와 함께 하루 임차비용이 3천만원이 넘는 초호화 요트 ‘페레티97’와 벤츠S500 등 최고급 차량을 타고 다녔으며, 하루 숙박료만 100만원이 넘는 5성급 이상 호텔에서 숙박하고, 세계 100대 골프장으로 꼽히는 웬트워스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즐겼다고 폭로한 바 있다.

그런데 삼성 장충기에게 부탁한 대상은 언론인뿐만이 아니었다. 박근혜의 청와대가 삼성에 정보를 제공하고 이권을 주고받으며 유착한 것은 이미 만 천하에 드러난 사안이다. 그러나 검찰과 법원 역시 삼성의 그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릴 정도의 서슬 퍼런 권력의 상징인 검찰 총장 출신 임채진은 장충기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딸 부부의 인도 근무 배정을 청탁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한 대법관 후보자 역시 “하창우 대한변협 회장이 거품을 물고 저를 비토하여 두 시간 이상 격론을 벌이다가 저와 진보 측 김선수 변호사를 패키지로 같이 낙마시키는 걸로 봉합되었다 하니….”라는 인사 관련 내용을 장 차장에게 문자로 보낸다.

장충기의 문자 내용은 재벌과 언론, 권력기관 간 ‘카르텔’이 대한민국의 실체이며, 이것의 해결 없이 ‘정의로운 대한민국’은 가능하지 않음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삼성의 직원에 불과한 한 임원에게 이러한 문자들이 난무하는 것을 보면 삼성의 오너 이재용과 최고권력 박근혜와 최순실과의 거래는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이와 관련,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영화 ‘내부자들’에 나오는 이강희 주필은 이런 사람들에 비하면 양반이었네요. 이렇게 재벌에게 비굴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이 정치권과 새 정부를 공격할 때는 사회정의와 언론자유를 위해 싸우는 투사라도 된 것처럼 떠들었죠”라고 비판하는 글을 남겼다. 정곡을 찌르는 말이자, 우리 사회 주류 보수를 자처하는 자들의 자화상을 제대로 드러냈다고 판단된다. 법원이 삼성 이재용의 뇌물죄 혐의에 대해 어떠한 판결을 내릴지 국민이 더욱 눈을 부릅뜨고 감시해야 하겠다.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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