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문화재단 로비에서 매월 둘째, 넷째 주에 북크로싱 행사가 열린다. 기증 받은 책을 무료로 대출해 주는 북크로싱은 집에 잠자고 있는 책을 함께 나누자는 의미로 2016년부터 진행돼 왔다. 올해 이 행사를 담당하고 있는 로비큐레이터 이지현 씨를 만나보았다.

“로비라는 공간이 사람들이 오고가고 지나다니는 곳이잖아요. 머무는 공간이 아닌 이동하는 공간이지만 이곳에 사람들의 발길과 눈길이 잠시 머무를 수 있도록 하는 게 제가 하는 일이에요. 아주 잠깐이지만 이동하면서 머무는 그 순간에 즐길 수 있는 것들을 이곳에 마련하고 함께 소통하는 거죠.”

대학에서 미술교육을 전공한 이지현 씨는 졸업 후 친구들이 미술 교사나 교육 관련 일을 할 때 미술사학을 공부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했다. 미술교육 전공자가 미술사학이란 조금 다른 길을 가게 된 이유가 뭘까?

“어릴 때부터 미술관 가는 걸 좋아했어요. 전시 보는 게 취미였죠. 그래서 그쪽 관련 일을 하고자 공부를 더 하고 싶었어요. 대학원을 졸업하던 해에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일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게 큐레이터로서의 첫 시작이었지요.”

평소 서울시립미술관 전시를 좋아했는데 그곳에서 일을 시작하게 됐다는 그녀는 큐레이터라는 알 듯 모를 듯한 직업에 대해 스스로의 답을 찾아가는 중이다.

“보통 큐레이터라고 하면 전시를 기획하고 담당하는 사람이라고 알고 있잖아요. 그건 사전적 정의라고 생각해요. 큐레이터는 작품의 수집과 보존, 그리고 전시 기술과 더불어 작품의 실물 및 현상에 관련된 도서나 문헌 등에서부터 녹음, 녹화에 이르는 모든 자료에 관한 조사를 토대로 이를 수집, 구입, 교환, 제작, 수여, 기탁과 같은 단계를 거쳐 최종적으로 전시, 보존, 복원, 보호하는 일을 담당해요. 한 마디로 미술관이나 박물관과 관련된 모든 일을 하는 거죠. 이 많은 일 중 저는 전시를 할 때 그 안에 무엇을 담느냐, 어떤 마음으로 그 일을 하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미술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게 큐레이터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예요. 대중과 예술작품 사이에 다리를 놓는 거죠.”

이지현 씨는 현재 수원에 위치한 경기문화재단에서 근무하게 되면서 수원에 있는 대안전시공간들에 가 보았다고 한다. 많은 신진 작가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대안공간들을 보고 깜빡 놀랐다는 그녀가 만들고 싶은 전시는 어떤 건지 들어보았다.

“예전에는 미술작품을 미술관에 가야지만 볼 수 있었잖아요. 하지만 요즘은 까페에서 볼 수도 있고, 버스 정류장에서도 볼 수 있어요. 전시의 개념에 변화가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하얀 벽에 걸려 있는 작품은 우리가 선뜻 다가갈 수 없는 일정한 거리가 있어요. 하지만 생활 속 공간에 들어온 작품은 그 거리가 좁아지죠. 최근 많이 생겨나는 대안 공간의 전시는 여러 가지 융복합적인 가치를 추구해요. 저는 이러한 전시에 관심이 많아요.”

수원시에 남문 로데오 갤러리, 행궁동 대안공간 눈과 같은 곳들이 많아 서울에서 출퇴근 하는 길이 힘들지만 즐겁다는 그녀가 꾸미고 싶은 로비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로비라는 공간은 아주 짧은 시간 스쳐지나가는 공간이에요. 하지만 그 건물에 볼일을 보러 온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꼭 지나치게 되는 공간이죠. 이러한 로비의 필수적이고 순간적인 속성을 잘 살려서 일상 속 공간과 예술이 함께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꾸며보고 싶어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배우면서 최선을 다해보고자 합니다.”

큐레이터로서의 경력도 길지 않고, 더구나 생소한 로비 큐레이터로서는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이지현 씨지만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기준은 뚜렷했다. 그녀가 꾸미고 소통하게 될 로비 공간이 향후 어떻게 탄생하게 될까.

서지은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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