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돈만 생기면 달려갔던 그곳. 동네 포장마차 떡볶이 가게에 가면 100원 어치만 사도 배고픈 초등학생에게 훌륭한 간식이 되었다. 밀가루떡의 쫄깃한 맛은 환상적이었다. 일주일 내내 떡볶이를 사 먹어도 질리지 않았다. 그밖에도 연탄불에 구워먹는 달고나(뽑기), 문구점에서 파는 쫀드기, 설탕 묻힌 핫도그 등 추억의 간식거리가 많다. 영양과 청결 문제는 생각하지도 못한 채 배만 부르면 그만이었다.

비가 오는 휴일, 떡볶이가 먹고 싶다는 마음에 동네를 어슬렁댔다. 중심상가라고 불리는 상가 밀집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떡볶이 가게를 찾아보았다. 빌딩 같은 건물들이 십 수 개나 연달아 붙어 있지만 떡볶이 가게는 단 한 곳. 그마저도 프랜차이즈다. 요즘 사람들은 떡볶이를 먹지 않는 걸까. 아니면 떡복이집이 사라진 걸까. 궁금해진다.

초등학교 앞이나 동네 어귀마다 존재했던 포장마차의 옛날 떡볶이는 언제부터 사라졌을까. 그 자리에 똑같은 모습으로 남아있길 바라는 우리의 기억에도 이미 지워져버렸다. 요즘의 떡볶이 맛은 20년, 30년 전의 맛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우선 밀가루떡 대신 쌀떡이 등장하면서 통통하고 굵어졌다. 옛날처럼 가늘고 기다란 밀가루떡이 아니다. 희멀건한 국물 대신 찐득해 보이는 물엿이 가득 든 달달한 고추장 떡볶이다. 심지어는 어느 동네에서, 어느 가게에서 먹어도 맛이 천편일률적인 프랜차이즈 떡볶이다. 대형마트를 가면 ‘00 떡볶이 소스’라고 이름 붙여진 소스를 판매하기 때문에 집에서 얼추 비슷하게 맛을 낼 수도 있다.

맛뿐만 아니다. 분위기와 인테리어 역시 차이가 크다. 포장마차 비닐을 젖히고 들어가면 옹기종기 놓여있는 플라스틱 의자 혹은 기다란 나무 의자가 기억난다. 야간 자율학습 끝나고 집에 들어가기 전 포장마차에서 먹는 떡볶이는 입시의 시름을 달래주는 안정제이기도 했다. 친구들과 어느 떡볶이 포장마차를 갈지 결정하는 것도 나름 중요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떡볶이 가게도 ‘아딸’ 이니 ‘죠스’ 등의 체인점 이름을 걸고 전국에 매장이 퍼져 있다. 브랜드가 되니 가격이 배로 비싸지고, 획일화된 중독성 있는 맛을 내세웠다. 세련된 분위기에 흡사 레스토랑 같은 떡볶이 집도 생겨났다.

예전에는 주부가 만만하게 창업할 수 있는 업종 중 하나가 떡볶이였다. 쉽게 맛을 내고, 자본금도 얼마 들지 않는 일이었다. 길목에 포장마차로도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떡볶이집 하나 차리려고 해도 억대가 들 수 있다. 권리금을 주고 들어가야 하는 목 좋은 상권이라고 하면 더욱 그렇다. 당연히 떡볶이 가격은 올랐다. 예전처럼 주머니 가벼운 이들의 만만한 간식으로 여길 수가 없다. 멋진 분위기의 다양한 떡볶이 메뉴의 레스토랑 같은 곳에서는 2인이 2-3만원은 내고 먹어야 할 정도로 고급화되었다.

사람들의 입맛도 고급화된 것 같다. 밀떡볶이의 달콤 매콤하고 쫄깃한 식감이 흔치 않았던 때는 떡볶이를 따라올 만한 음식이 없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온갖 퓨전 요리와 다양한 먹거리로 입맛이 다각화됐다. 오래 전 포장마차의 떡볶이를 그대로 내놓고 팔다가는 망하기 십상일 것이다. 아쉽지만 떡볶이 포장마차의 귀환은 어려울 듯하다. 앞으로도 영원히.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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