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 사는 작은 아버지는 오래 전부터 닭을 키워 가족들이 먹을 만큼의 계란을 생산하고 계셨다. 두 세 마리의 병아리가 이제는 스무 마리 넘는 닭이 되었다. 일정 수가 넘으면 잡아서 먹는다. 일년에 두 번 정도는 식구들 열 댓 명 정도 모여 삼계탕을 먹는 날이다. 달걀을 가져가라고 한 판을 따로 챙겨주신 적도 있는데 놀라운 점은 크기와 색깔이 제각각이다. 작은 것부터 큰 것, 진하고 옅은 색깔이 다양하다. 자연은 획일적이지 않다. 직접 키운 닭과 달걀을 맛본 이후 시판되는 닭고기 및 계란이 얼마나 맛없는지 알게 됐다. 하지만 모든 가정이 닭을 키워서 달걀을 먹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은가.

아이 키우는 집은 알 것이다. 계란이 가장 만만한 영유아들의 반찬이라는 것을. 마땅한 반찬 없을 때 계란 후라이나 계란찜은 쉽고 편한 영양 반찬이다. 계란말이, 각종 전류, 계란빵, 삶은 달걀 등 활용도도 다양하다. 그래서 주부들은 냉장고에 계란이 떨어지면 불안 증세를 겪기도 한다. 장바구니에 항상 넣는 품목은 바로 계란이다. 계란을 특별하게 싫어하거나 먹지 않는 사람도 많지 않다. 시판되는 웬만한 빵, 과자 등에도 계란이 들어가지 않은 것은 없을 정도다. 그런데 먹거리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이번 ‘살충제 계란’에 대한 불안감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계란 하나 제대로 먹을 수 없는 비정한 세상이 되어 버렸다.

문제가 된 계란에서 검출된 피프로닐 성분은 동물의 진드기와 벼룩을 잡는데 쓰인다. 다량 섭취시 간과 신장, 갑상선에 이상을 일으켜 식용동물엔 사용이 금지됐다. 하지만 농가에서 닭의 진드기를 없애기 위해 사용한 일부 살충제에 피프로닐이 혼합되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농장에서 생산된 달걀에서도 살충제 피프로닐이 검출되면서 달걀대란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이에 정부는 살충제 달걀을 모두 회수해 폐기하겠다고 방침을 내놓았지만 이미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언제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다. 오래 전부터 살충제 검출 달걀에 대한 경고등이 켜졌었다. 살충제 달걀을 먹으면 어떻게 될까. 몸무게 65kg의 성인이 오염된 달걀을 1일 7개 먹으면 치명적 손상을 입는다고 한다. 구토와 설사 증세, 장기 손상으로 이어진다. 알 수 없는 면역 질환이 생겨난다. 먹어서는 안될 독약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먹거리를 위해 사육되는 동물인 대표적인 닭, 소, 돼지 3대 육류에 관한 문제는 끊임없이 불거진다. 공장식 축산의 문제는 앞으로 점차 확대될 수밖에 없다.

보통 닭은 겨울에 알을 잘 낳지 않는다. 왜냐하면 일조량이 줄고, 기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자연의 이치다. 하지만 양계장의 닭들은 24시간 전등빛을 받고 산란을 해야만 한다. 생산량과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서 끊임없이 알을 낳아야 한다. 인간으로 치면 임신과 출산의 연속이다. 이 과정 속에서 닭은 스트레스가 심하게 생긴다. 건강하지 않은 닭이 낳은 달걀이 건강하지 않음은 뻔한 이치다. 거기다가 꼼짝달싹 할 수 없는 닭장 속에 갇혀서 생존권이라는 것도 무시당한 채 기계처럼 알을 낳아야 한다. 그러한 달걀을 완전식품이라고 여기면서 먹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다.

이제는 우리가 먹는 모든 식품의 생산 과정을 고민하고 들여다보아야 할 때다. 앞으로 살충제 달걀 같은 이러한 문제는 계속 확대될 것이다. 대다수의 전염병 및 바이러스의 전파는 동물을 사육하는 과정에서 파생된 균이다. 동물을 키우는 방식, 먹거리를 생산하는 모든 과정 등이 이제는 중요해진다. 무엇을 먹는가는 어떠한 삶을 사는 것과도 직결된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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