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인석 화성시장이 ‘수원군공항 이전에 대해 내년 지방선거에서 화성시민 찬반투표로 결정하자’는 김진표(더불어민주당, 수원 무) 국회의원의 제안에 대해, “국방장관의 요청이 오더라도 내가 현직에 있을 동안은 민민갈등을 조장하는 주민투표를 하지 않을 것”이며 “어떠한 정치적, 행정적 제재가 오더라도 화성시장으로서의 제 역할에 당당히 임할 것”이라고 단호히 거부했다. 현행 법체계 하에서 군공항 이전의 키를 쥐고 있는 채 시장이 공개적으로 주민투표를 실시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화성시로의 수원군공항 이전은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채 시장은 21일 오전 11시 화성시청 상황실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은 김 의원이 수원시의 지역이익을 위해 대표발의 했다. 또 예비이전후보지 선정 과정에서도 화성시 한 곳만을 콕 집어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해왔다”고 비판한 후 “전투비행장의 현대화 및 공군전력의 강화는 국가안보를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국방부와 공군, 전문기관에서 신중하게 분석하고 그 판단은 국민들에게 물어야 하는 일이다. 수원시와 지역정치인이 선거운동마냥 떠들어서는 안 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의 긴급 기자회견은 지난 17일 수원시가 시청 대강당에서 지역 정치인과 시민들을 모아 ‘새정부 국정운영정책설명회’를 연 자리에서 수원 전투비행장 이전 사업과 관련해 ▲안보와 국익을 내세운 화성시로의 군공항 이전 ▲화성시장의 군 공항 이전 문제에 대한 중립 요구 ▲전투비행장 이전 대가로 향남-동탄간 철도 신설 등의 제안이 나온 것에 대해 화성시가 입장을 표명하기 위해 열렸다.

먼저 채 시장은 회견문을 통해 “지난 주에 굉장히 놀랍고 화가 나는 일이 있었다. 새로운 시대, 촛불 민심의 정의로운 나라에서 김진표 수원시 국회의원과 염태영 수원시장은 ‘새정부 국정운영정책설명회’라는 행사를 열고 ‘화성시는 국익을 생각해 군 공항을 받아들이라’고 했다”며 “55년간 매향리 미 공군사격장에 고통 받으면서도, 수원 전투비행장과 오산 전투비행장의 소음에 짓눌리면서도 ‘국가안보’를 위해 묵묵히 감내한 화성시민들에게 할 말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국익이라는 미명하에 수원의 이익을 탐하면서 화성의 미래를 말살하는 것이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인가”라고도 반문했다.

채 시장은 또한 “수원군공항 이전을 반대하는 화성시민도 있지만 찬성하는 시민도 있다”고 한 김 의원의 발언을 의식한 듯 “수원시장과 김진표 의원에게 부탁드린다. 수원 전투비행장 이전에 따른 천문학적 비용 부담에 대한 수원시민의 의사 먼저 물어보라”고 요구하면서 “정치생명을 걸고 반드시 수원전투비행장 이전을 막아내겠다”고 결기를 드러냈다.

■ 채 시장, 김진표 중립 요청 압박에 “지방자치 분권 무시하는 것” 반발

채 시장은 특히 문재인 정부의 실력자이자 수원의 대표적인 정치인인 김 의원이 지난 17일 공개적으로 했던 “채인석 화성시장에게 군공항 이전 문제에 대해 중립을 지켜달라고 요청했다”고 한 발언을 문제 삼았다. 군공항 이전과 향남-동탄 철도 연결 빅딜 제안에 대해서도 국책사업에 대한 얼토당토 않는 제안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김 의원의 발언과 제안이 지방자치 분권을 해치고 자신을 압박하는 행위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

이와 관련, 채 시장은 “달포 전에 김진표 의원과 만났다”고 인정한 후 “화성시 관련 주요 사업을 추진해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채 시장은 “화성시의 미래에, 70만 화성시민들의 미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군공항이 들어온다는데 ‘화성시장은 빠져 있으라’는 말에는 분노를 넘어 큰 슬픔까지 느꼈다. 주민 의견을 대표하는 시장에게 ‘중간에 가만히 있으라’는 말 또한 정치인이 할 말이 아니다”고 반발하며 “도대체 누구를 위한 중립인가. 수원시의 지역이익을 위해 화성시장은 조용히 있으라는 말에 화성시민들의 자존심은 크게 상처받았다”고 분노를 표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으셨던 김진표 의원은 대통령의 생각으로 오해할 수 있는 모든 행위를 중단해 달라. 군공항을 받으면 향남-동탄 간 철도를 넣어주겠다니. 우리 시민을 현혹시키고 민민갈등을 조장하는 무책임한 행위를 당장 중단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화성시민들을 분열시키는 주민투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채 시장은 “그동안 70년 가까이 군공항으로 인해 피해 받은 병점 등 화성 동부 지역 주민들의 고통을 감안하고, 부안사태 등의 사례를 보며 민민간 갈등을 우려했다. 여태껏 수원 측에서 얼토당토 않은 논리를 내세우고, 내정간섭을 해도 참고 또 참아왔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좌시하지 않겠다. 제 정치생명은 이 법안이 발의됐을 때 정리했다. 3선, 4선, 국회의원, 정치적 입신양명 이런 거 이미 다 내려놨다. 더 이상 나를 시험에 들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경고했다.

이날 채 시장은 ‘전투비행장 이전으로 화성시의 지역경제가 발전한다’는 수원시의 군공항 이전 논리가 ‘초등학교 수준’이라면서 수원시와의 군공항 이전 토론회가 열릴지라도 참석하고 싶은 생각이 없으며, 더불어민주당 중앙이나 경기도 차원의 중재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해관계를 적당히 조정해서 될 일이 아니다. 당에서 중재할 일이 있고, 중재 안 할 일이 있다. 근본이 잘못된 문제이기 때문에 바로 잡는 것만이 답”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탈당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축했다.

한편, 채 시장은 수원군공항 이전 저지를 위해 오는 29일 ‘수원전투비행장 화성이전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 등 시민과 함께 국방부를 방문해 반대 의사를 보다 분명히 전달할 예정이다. 또한 화옹지구 등 서해안 바다를 새정부 국정기조인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보고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조백현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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