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국무총리(73)가 23일 만기출소하면서 그녀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지지자들은 이명박 정권에 의한 ‘정치탄압’이자 ‘억울한 옥살이’라고 하면서 “사법적폐를 청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현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한 전 총리의 구속을 “이명박 정권하 정치보복”이자 “검찰의 기소독점주의와 더불어 잘못된 재판이라는 점을 만천하에 보여준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정치탄압을 기획하고, 검찰권을 남용하며, 정권에 부화뇌동한 관련자들은 청산되어야 할 적폐세력”이라면서 사법정의를 바로세우겠다는 비장한 다짐도 덧붙였다. 추미애 대표 역시 “기소도 잘못됐고, 재판도 잘못됐다”며 사법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여권이 공식적으로 한 전 총리 구속의 ‘정치성’을 주장하며 사법부를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맞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야당은 한 전 총리를 보호하려는 집권여당의 모습이 사법독립성을 침해하고 사법체계를 부정하는 위험한 행태라고 강력 비판 중이다.

우선 한 전 총리에 대한 민주당과 지지 세력들의 그녀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는 여러 모습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추미애 대표, 우원식 원내대표 등 민주당의 핵심 인사들이 그녀의 무죄를 확신하는 발언을 그동안 지속적으로 내 놓았고, 출소 당일에도 20여명의 현역 의원과 200여명의 지지자들이 몰려 환호하며 그동안의 고생에 대해 위로한 바 있다. 이것은 그녀가 여성민우회 회장,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환경운동연합 지도위원, 방송개혁국민회의 공동대표 등 그동안 일생을 바쳐 ‘민주화’와 ‘여성운동’을 위해 헌신해왔고, 정치권에 들어와서도 개혁성과 진정성으로 여성부장관, 환경부 장관에 이어 여성 최초의 국무총리를 역임한 경력에 대한 존경과 인정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그러나 몇 차례의 국회의원 선거와 서울시장 후보, 대통령 후보 당내 경선에 나서는 정치 과정에서 부딪혔을 현실적 벽은 누구라도 뛰어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것은 능히 짐작 가능하다. 특히 검찰은 하필 2010년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한 전 총리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면서 표적수사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검찰의 집요한 수사와 1심 무죄가 예상되자 또 다른 혐의 적용, 1심 무죄 이후 뒤집힌 2심 재판 등 한 전 총리를 둘러싼 재판 과정은 끊임없는 논란을 낳았다.

그러나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후보 경선을 앞두고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에게 세 차례에 걸쳐 9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2010년 7월 기소된 한 전 총리는 결국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유죄가 인정돼 형이 확정됐다. 당시 9억원 가운데 대법관 13명 전원은 3억원을 유죄로 인정했다. 한만호 씨가 발행한 1억원의 수표가 한 전 총리 여동생의 전세금으로 들어간 것, 한 전 총리가 비서를 시켜 한만호에게 돌려준 2억원이 그것이다. 나머지 6억원에 대해서는 8명은 유죄, 5명은 증거부족을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다. 그녀의 이력과 진정성을 알고 있던 사람에게는 커다란 충격이었다. 결국 한 전 총리는 2015년 8월 수감돼 2년간의 형을 다 채우고 지난 23일 만기 출소했다.

한명숙 사건에 대해 이명박 정권 하에서 검찰이 당시 야당의 서울시장 후보에 대해 표적 수사한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 점에서 민주당이 반발하고, 같은 정당 소속의 동지를 지켜내지 못했다는 자괴감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민주당이 대법원에서 보수, 진보성향 할 것 없이 대법관 전원이 3억원 수수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사안에 대해 지금과 같이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못한 채 한 전 총리가 아무런 죄가 없고, 정치적으로 희생됐다고만 주장하는 것은 지나치다.

억울함도 있겠지만 자숙해야 할 한 전 총리 사건에 대해 집권 여당이 대변인까지 나서 공식적으로 무죄를 주장하고 사법부를 비난하는 것은 적절치 못한 행동이다. 더구나 한 전 총리 사건을 사법적폐 해소와 사법권의 독립을 위한 계기로 삼겠다는 것은 더욱 어불성설이다. 사법개혁의 순수성을 상실하고 적폐세력에게 반격의 빌미만을 줄 뿐이다. 민주당은 지지자들만을 보는 정치를 거두고 국민 여론을 직시하면서 제대로 된 사법개혁에 나서야 한다.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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