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 나무로 만든 호루라기를 지역주민 그리고 제자들에게 선물하는 선생님. 교사 시절 400평 텃밭에 아이들이 직접 농사 지어 점심시간에 먹게끔 하고, 감정전달법으로 소통하는 선생님. 강원도 횡성에 사는 ‘호루라기 선생님’ 홍의재 씨는 교장으로 은퇴한 후 고향에서 나무호각을 만든다. 홍천 마리소리골 축제에서 만난 홍의재 선생님은 호각이 다양한 소리를 내는 것을 직접 시연해 주셨다. 지금까지 수 천 개의 호각을 만들면서 이제는 예술 작품으로 승화하고 있다. 어떻게 하여 호루라기를 만들게 됐을까.

“2004년 한국스카우트연맹 교수 모임에 참석했다가 우연히 지인으로부터 제작기술을 배웠어요. 아이들 안전에 관심이 많아서 호루라기를 만들어 나눠주게 된 것이 시작입니다. 하나 만드는데 20분에서 1시간이 걸리는데 15년 가까이 쉼 없이 만듭니다. 이제는 은퇴하여 고향의 집에서 작업장을 마련해 놓고 만들고 있습니다.”

평생 시골의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자연 속에서 바른 인성을 키워가도록 애쓴 선생님이다. 처음에는 아이들의 안전을 위하여 호각을 만들어서 나눠주었는데, 이것으로 악기를 만들어 곡을 부를 수 있게끔 한다. 아마도 자신이 전 세계적으로 나무 호각으로 악기를 처음 만들었을 거라 한다. 하나의 음만을 가진 호루라기가 어떻게 화음을 내는 소리를 낼 수 있을까. 나무마다 각기 다른 음을 내고, 소리도 다르다. 이 중 ‘도레미파솔라시도’의 음을 지닌 호루라기를 찾아내어 나무 호루라기 합창단을 만들기도 했다. 핸드벨의 원리를 이용한 합주단으로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했다.

가늘고 긴 소리를 내는 호루라기는 호신용으로 인기다.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적합하다. 그 뿐만이 아니라 나무를 깎아 만든 모양 자체가 예술적이다. 직접 적당한 나무를 구하여 자르고, 사포질하고, 구멍을 내고, 풀칠하여 낙관작업까지 한다. 손이 상처투성이인데다가 만드는 과정이 고생스럽다. 공 들여서 만든 다음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지역 주민들에게도 나눠준다. 각종 지역 축제에서 판매도 하는데 무엇보다도 먼저 자신이 호루라기 만들게 된 스토리를 들려준다.

“나무 호각은 음의 고저 높낮이가 모두 달라요. 나무의 종류나 재질에 따라서도 다르죠. 크게 작게도 만들 수 있어요. 나무호각이 가진 매력에 푹 빠져들어 만드는 재미, 나누는 재미가 큽니다.”

이렇게 말하는 홍의재 선생님은 환한 미소로 자신이 만든 호각을 직접 불어 보인다. 멀리 웅장하게 울려 퍼지는 깊은 소리를 내는 것도 있다. 가늘게 짹짹 거리는 소리도 있다. 힘찬 소리, 여성스러운 소리, 고요한 소리, 가벼운 소리 등 다양하다. 사람의 얼굴이 제각각인 것처럼 나무 피리도 소리가 다르다. 직접 산을 다니면서 채집한 나무를 갖고 만든 것이라는 점도 의미가 있다. 버려지는 것을 재사용하는 것, 나무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 과정이다. 낙관을 새겨서 하나밖에 없는 작품으로 승화한다.

“앞으로 남은 인생 나무 피리 깎고, 만들고, 가르치는 일을 제2의 업으로 삼으면서 갈 거예요”라고 말하는 홍의재 선생님의 즐거운 노후를 응원한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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