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까페에서 북클럽을 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꾸준히 하고 있는 ‘더미북클럽’은 그림책을 만들어 보면서 그림책을 알아가는 온라인 모임이다. 작년부터 시작해 이제 1년 정도 된 이 모임은 그림책 작가들이 책을 만들기 전 시험용으로 만드는 ‘더미북’을 직접 만들어 보겠다는 취지로 운영되고 있다.

이 북클럽은 대략 6개월 단위로 새로 모임원을 모집해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100일 동안 매일 그림 그리기를 하고 3개월은 주제에 맞는 더미북 만들기 작업을 하기 때문이다. 더미북을 만들기 전 그림 그리는 연습과 주제에 대한 공부를 하기 위해 두드려 본다는 의미의 100일 두들이라 칭하는 이 기간에는 공휴일도 쉬지 않고 그림을 그려서 온라인에 올려야 한다. 모임장은 매일 20명의 모임원 중 그림을 올리지 않은 결석자가 있는지 지각자가 있는지 체크한다. 이렇게 해서 연속 3일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강제 퇴장이 된다.

글쓰기를 위해 필사를 하듯 더미북을 만들기 위해 매일 한 장 씩 그림을 그려 보는 건데 육아와 가사, 거기에 직장을 다니는 엄마도 있는데 이 작업이 쉽지 않다. 혼자서 하기는 어려운데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가능하다. 채팅으로 대화도 나누고 서로 그림도 보고 격려도 해가며 하루하루 나아가고 있다. 초등학교 이후로 그림을 그려 본 적이 없었음에도 그림책을 좀 더 알고 싶다는 마음에 덥석 이 북클럽에 참여했다. 막상 멤버들을 보니 전공자들이 많았다. 매일 올라오는 그림들이 하나같이 작품이었다.

화려한 그림 솜씨를 자랑하는 멤버들 속에서 내가 그려내는 그림은 어눌했다. 최근 함께 북클럽을 하는 지인이 내 그림에 대해 느낌이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다른 사람들 그림은 잘 그렸지만 예쁘기만 한데 내 그림에서는 감정이 전달된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으니 어찌나 부끄럽던지. 혼자 있을 때 왜 그럴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아마 틈 때문인 것 같다. 다른 전공자나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들 그림은 완벽하고, 절정에 오른 기교가 꽉 차 있어 보는 이가 들어갈 틈이 없다. 그린이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반대로 내 그림은 어수룩하고 서툴다. 그래서 틈이 많다. 기교는 알지도 못하고 그냥 보이는 대로 마음 가는대로 그리다 보니 보는 이가 그 마음을 읽기 쉬운 게 아닐까?

그림을 오래 그린 대가들도 마지막에는 자신의 그림을 단순화한다. 쉽게 그린 것 같은, 어린 아이가 그린 것 같은데 잘 그린 그림을 그리는 그림 작가들이 많다. 이러한 그림을 보면 나도 한 번 해볼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든다. 보는 이의 마음이 그림 속에 들어갈 틈이 있는 것이다. 그린이와 보는 이가 서로 교감할 수 있는 틈이 생기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이 틈이 중요하다. 너무 깨끗한 물에는 물고기가 살지 않는다. 조금 어수룩하고 조금 틈을 내보여 모자람이 드러나는 게 더 좋다. 바쁜 일상 속에서 일사천리 모든 일이 척척 돌아가게 하기 위해 쉬지 않고 움직이는 걸 잠시 멈추고 한 구석쯤 삐거덕 거려도 괜찮다는 마음을 가져보자. 마침 한 구석에 문제가 생기면 그 틈에 쉬어가자.

쉬어가도 크게 문제가 되는 건 없다. 오히려 삶이 편안해 진다. 오늘 하루 다른 이와 혹은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틈이 있는 일상이 되길 바란다.

서지은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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