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김대웅 부장판사)는 30일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정치개입’과 ‘선거개입’을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시켰다.

법원이 국가정보원의 2012년 대선개입을 유죄로 선고하면서 이제 관심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배후가 누구인가로 쏠리고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대북 정보기관인 국정원 단독으로 헌법과 민주주의를 유린하며 국내 정치에 개입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이명박 전 대통령과 당시 청와대 인사들이 핵심 의혹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국정원 댓글공작을 한 사람들이 국정원 심리전단 요원들뿐만 아니라 ‘늘푸른희망연대’ ‘한국자유연합’ 등 이명박 전 대통령과 관련 있는 관변단체 회원들이 주로 했다는 점이 의혹을 증폭시키는 근거이다. 국정원의 ‘SNS 장악’ 문건이 이명박 청와대의 지시로 만들어진 것인지, 국정원이 청와대에 여당후보 지원 방안을 보고했는지 등 현재 드러났거나 의혹으로 불거진 핵심 사안에 대한 수사당국의 조사가 추가로 진행돼야 한다.

박근혜가 대통령에 당선될 당시 문재인 후보와의 득표율 차가 겨우 3.6%포인트에 불과했으니 국정원의 정치개입과 여론조작이 없었다면 2012년 대선의 선거결과가 어떻게 됐을지도 예측하기 힘들다. 탄핵으로 국민의 심판을 받은 박근혜 정권의 출범 과정 자체의 정당성조차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정원과 청와대, 이명박과 박근혜 전 대통령 등 최고 권력이 관련돼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그동안 원세훈 전 원장의 ‘2012년 대선 정치개입’은 진실이 은폐된 채 파행만 거듭했다.

국정원 댓글 사건을 조사하던 당시 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권력의 눈 밖에 나 문책성 좌천됐고, 채동욱 검찰총장은 누군가 언론에 정보를 제공한 혼외자 사생활이 폭로되면서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검찰의 솜방망이 수사와 1심부터 파기환송심까지 네 번의 재판 동안 선거개입 혐의에 대해 심급마다 판단이 바뀌는 등 법원의 눈치보기도 계속됐다. 촛불혁명으로 국민이 정권을 교체하고 나서야 결국 원세훈 전 원장에 대해 법원이 유죄를 인정되며 진실이 바로잡히는 모양새다.

이제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과 원 전 원장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진실이 드러나지 않게 외압을 행사한 인물은 없었는지 등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여전히 원 전 원장과 국정원이 왜 헌정을 유린하면서까지 공무원과 정보기관의 ‘정치 중립성’을 훼손하고 정권 창출과 유지의 도구로 전락했는지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절대 중립으로 대북 대응과 국익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정보기관이 국민을 배신하고 정치와 선거에 개입하며 국가시스템과 민주주의를 무너뜨린 이 사건은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몸통을 드러내 역사의 교훈으로 남겨야 한다. 원세훈 단독으로 국기를 흔드는 엄청난 공작정치를 기획하고 지휘했다고 한다면 세상물정 모르는 초등학생도 웃을 일이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정치공작의 몸통이 아니다. 배후의 지시자를 찾아내 단죄해야 한다.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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