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공범자들’의 지역 상영회가 끊이지 않고 있다. 수원 지역에서 시민단체들이 마련한 상영회에서는 관람객들이 몰리는 바람에 상영당일 상영관을 하나 더 잡아야했고, 경기도 고양과 파주지역에서는 상영을 추진한 지 나흘 만에 모든 좌석이 매진됐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언론장악 실태를 다룬 다큐멘터리 ‘공범자들’은 꾸준히 입소문을 타면서 누적 관객수 17만명을 돌파했다.

KBS·MBC 두 공영방송을 망친 주범과 그들과 손잡은 공범자들에게 초점을 맞춘 이 영화는 최근 공영방송의 파업과 맞물려 시민들의 관심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년간 우리의 눈과 귀를 막아온 실체가 누구이며,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를 보여주는 이 다큐멘터리는 이명박 전 대통령, 김재철·안광한 전 MBC 사장, 김장겸 현 MBC 사장, 길환영 전 KBS 사장, 고대영 현 KBS 사장,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 등이 주연으로 출연한다. 이들에 의해 쫓겨난 언론인들의 싸움도 그려진다. 권력의 공영방송 장악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직장을 잃은 언론인들의 이야기다. 자신일 하던 직장에서 쫓겨나 거리에 내몰린 사람들, 비제작부서로 보내져 아이스링크를 관리해야 했던 피디와 아나운서들에 관한 다큐멘터리기도 하다.

‘공범자들’을 보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세월호 사건이다. 당시 오보에 대해 언론인들이 서울로 계속 진실 보도를 요구하고 실제 사실을 알리지만 방송은 바뀌지 않는다. “전원 구조가 아니다, 현재 구조 활동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언론인들의 목소리는 묻혔고, 세월호 안의 사람들은 희생됐다. 언론이 권력의 편에 서게 되면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는 것, 80년 광주에서의 일이 2008년도부터 지금까지 현재 진행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영화 ‘택시 운전사’에서 주인공은 서울에 혼자 있는 딸에게 가기 위해 광주를 나와 순천에서 국수를 먹는다. 이때 “북한군이 광주에 침투했다, 깡패 세력이 광주에서 폭동을 일으켰다”는 등의 이야기가 방송에서 나오고 순천 시민들은 이를 사실로 받아들인다. 지금 광주에서 일어나는 일, 그 진실을 알고 있는 주인공은 결국 서울로 가지 못하고 다시 광주로 향한다. 진실을 알면 우린 행동하게 된다.

‘공범자들’과 ‘택시운전사’의 교집합은 진실을 가리려는 권력과 이를 알고자 하는 사람들의 싸움에 있다. 한나 아렌트는 600만 유대인을 학살한 홀로코스트의 주범은 히틀러나 아이히만 같은 전범이 아니라 이에 침묵, 동조한 평범한 독일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학살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책임의 정도는 커진다고 말했다. 자신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광주로 차를 돌렸던 택시운전사와 진실을 알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사회는 발전해 왔다.

MBC 김장겸 사장이 부당노동행위 관련 자진 출두해 조사를 받겠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언론 탄압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 겨울 대통령 탄핵을 주장한 사람들과 태극기를 흔들었던 사람들이 있었던 것처럼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한다. 이러한 이야기들 중에 나는 어떤 목소리를 낼 것인가 결정하기 위해서는 먼저 알아야 한다. 나와는 상관없다고 침묵하는 사람이 가장 무거운 책임을 질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침묵을 깨고 어떤 목소리든 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서지은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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