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릉의 왕릉 가운데 ‘혜릉’을 지나면 현종(재위 1659∼1674)과 명성왕후 김 씨(1642∼1683)의 ‘숭릉’을 만나게 된다. ‘숭릉’이 동구릉의 가장 안쪽에 자리하고 있다 보니, 의외로 이곳까지 찾는 발길은 많지가 않다. 게다가 현종 역시 아버지인 효종(재위 1649∼1659)이나 아들인 숙종(1674~1720)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왕이다. 하지만 기록을 통해 본 현종은 그렇게 존재감이 없었던 왕이 아니었다. 나름의 정치력을 발휘해 당대의 정쟁이었던 예송논쟁을 비롯한 큰 재난이라고 할 수 있는 ‘경신대기근’을 극복하는데 많은 노력을 했다. 그리고 현종 때 이르러 대동법이 전라도까지 확대가 되기도 했던 것을 비추어 보면 역대 왕들에 비해 크게 드러나지 않지만, 오히려 묵묵히 조선을 안정화시킨 현종의 공은 실로 크다고 할 수 있다. 오늘은 이러한 현종의 생애와 함께 조정의 정쟁이 되었던 예송논쟁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수복방터에서 바라본 ‘숭릉’의 전경. 정자각과 함께 능침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제향공간인 정자각의 전경. 조선왕릉 중 유일하게 지붕이 기와로 되어 있다.

심양에서 태어난 현종, 예송논쟁의 정쟁에 휘말리다

현종의 아버지는 훗날 효종이 되는 봉림대군으로 인조의 차남이었다. 인조(재위 1623~1649)는 원비인 인열왕후 한 씨(?~1635)와의 사이에서 맏아들인 소현세자(1612~1645)와 차남인 봉림대군을 두었다. 본래 조선은 왕위 계승에 있어 적장자 계승이 원칙이었기 때문에 맏아들인 소현세자가 차기 왕이 되고, 봉림대군은 종친의 한 사람으로 남게 될 운명이었다. 그리고 이들 두 아들은 모두 공교롭게 병자호란의 결과로 청나라의 인질이 되어 심양으로 끌려가게 되는데, 바로 이렇게 끌려간 심양에서 봉림대군의 아들인 현종이 태어난 셈이다. 하지만 청나라에 대한 입장을 두고 서로 다른 견해를 견지했던 인조와 소현세자는 점차 사이가 벌어지게 되고, 1645년 소현세자가 귀국한지 얼마 되지 않아 소현세자는 의문의 죽음을 당하게 된다. 이상한 점은 적장자 계승 원칙에 따라 소현세자가 세상을 떠날 경우 세자의 아들이자 세손인 석철이 그 지위를 이어받으면 됨에도 불구하고, 인조는 차남인 봉림대군을 세자로 세웠다는 점이다. 이렇게 세자가 된 봉림대군은 인조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르게 되니 이가 효종으로, 효종의 즉위와 함께 현종은 세자로 책봉이 되었다. 하지만 이처럼 인조가 무리하게 왕통을 바꾼 결과 훗날 현종 대에 벌어질 예송논쟁의 씨앗을 심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능침에서 바라본 사초지와 제향공간의 모습

‘숭릉’의 능침공간. 현종과 명성왕후 김 씨의 봉분이 자리하고 있다.

능침의 중앙에 자리한 장명등의 모습

실제 효종이 세상을 떠난 뒤 왕위에 오른 현종은 정치적 논란이 된 예송논쟁에 휘말리게 된다. 예송논쟁이란 쉽게 인조의 계비인 자의대비(장렬왕후 조 씨, 1624~1688)가 상복을 몇 년을 입는가에 대한 논쟁이었다. 이러한 예송논쟁은 2차에 걸쳐 진행이 되었는데, 1차 예송의 논쟁은 효종이 세상을 떠난 뒤 발생했다. 왕의 장례는 통상 삼년상을 치루는 것이 관례이지만, 서인을 중심으로 효종이 인조의 장남이 아니라 차남이기 때문에 일년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러한 예송논쟁은 당시 남인과 서인이 대립하는 가운데 정치권력의 변화를 가져오는 정국의 흐름이 되었다. 1차 예송으로 불리는 기해예송 당시 송시열을 비롯한 서인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일년상을 치르게 된다. 이후 2차 예송으로 불리는 갑인예송은 인선왕후 장 씨가 세상을 떠난 뒤에 발생하게 되는데, 이 때 남인들은 일년상을 주장한데 비해 서인들은 이에 반대해 9개월로 줄여야한다고 주장을 했다. 하지만 이 때는 남인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정국은 남인들이 장악하게 된다. 이처럼 예송논쟁은 단순히 몇 년을 할 것인가를 떠나서 왕권과 신권의 대립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며, 이러한 당시의 정쟁에서 현종은 정치력을 발휘해 조정을 안정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장 아들인 숙종이 인위적인 환국정치를 통해 정치를 교란시켰던 것과 비교해보면 현종의 정치력을 높게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외에도 전대미문의 재난이라고 할 수 있는 ‘경신대기근(1670~1671)’의 위기 속에 백성들의 고통을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는가 하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구휼에 나섰지만 재난은 최악으로 흘러갔다. 그럼에도 현종의 치세였기에 그나마 이러한 대응도 가능했다는 의견도 있을 만큼 조선에 있어 ‘경신대기근’은 재앙으로 기록되고 있다. 한편 현종의 치세기간 중 치수시설의 정비와 함께 나라의 재정을 복구하는데 큰 힘을 기울이게 되는데,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선왕의 유지라고 할 수 있는 북벌정책의 폐기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더 이상 명분뿐인 ‘북벌론’에 집착하지 않고, 청나라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을 받아들이는 비교적 개방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현종은 남인과 서인 간 세력의 균형을 맞추는 한편 병자호란 이후 조선을 재건하는데 노력을 했고, 그 역할을 충실히 마무리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봉분의 주위를 수호하는 석양의 모습

능의 좌우에 자리하고 있는 문인석의 모습

문인석의 아래에 자리하고 있는 무인석의 모습

조선왕릉 중 유일하게 기와로 제작된 ‘숭릉’의 정자각

현종과 명성왕후 김 씨가 잠든 ‘숭릉’은 현재 동구릉 내에 자리하고 있다. 현종의 원비는 명성왕후 김 씨로 영돈녕부사 청풍부원군인 김우명(1619~1675)의 딸이다. 1651년 현종과 가례를 올려 세자빈이 되었으며, 현종이 왕위에 오르면서 왕비로 책봉이 되었다. 현종과의 사이에서 아들인 숙종을 낳았으며, 이후 1683년 창경궁에서 세상을 떠나게 된다. 여느 조선왕릉처럼 ‘숭릉’ 역시 그 예에 따라 진입공간에 홍살문이 세워지고, 망릉례를 행했던 배위와 참도가 설치되었다. 또한 조선왕릉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인 정자각을 세우고, 좌측으로 피장자를 알려주는 비각을 세웠다. 특이한 점은 제향공간인 정자각인데, 다른 정자각과는 달리 지붕이 기와로 제작된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조선왕릉에서 유일하게 ‘숭릉’에서만 나타나는 특징이다. 사초지를 올라 능침공간에 오르면 쌍릉으로 조성된 봉분으로 모습을 드러내는데, 봉분에는 난간석만 설치가 되었다. 우측에는 현종이 좌측에는 명성왕후 김 씨의 능이 자리하고 있으며, 조선왕릉의 예법에 따라 각 봉분의 앞에는 혼유석과 고석이 설치가 되었다. 능의 중앙에는 장명등이 설치가 되었으며, 능의 주위로 내시를 상징하는 석양과 석호 2쌍과 함께 봉분을 보호하기 위한 곡장을 둘렀다. 한편 신분질서를 상징하는 상계와 중계, 하계가 장대석으로 구분이 되어 있으며, 이러한 구분에 따라 좌우로 문인석 1쌍과 무인석1쌍, 석마 2쌍이 자리하고 있다. 이를 통해 문인석과 무인석의 위치를 통해 당시 문인석의 지위가 더 높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마치 현재 ‘숭릉’의 모습처럼 조선의 왕들 중 유독 현종에 대한 존재감이 없는 점은 대중에게 현종을 각인시킬 사건이나 인식이 없었던 점에서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왕의 존재를 잘 몰랐던 요순시대를 태평성대의 시대로 인식했을 당시였다. 비록 존재감은 미미하지만 백성들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처럼 아파했으며, 묵묵히 병자호란의 아픔을 치유하고 조선을 안정화시킨 현종의 공은 재평가를 받아야 한다.

김희태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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