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5일 향년 66세의 나이로 마광수 교수가 생을 마감했다. 노인이라고 부르기 민망한 나이에 마광수 교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 많은 국민들이 충격을 받았다. 우울증에 시달리며 힘든 시기를 보냈다는 마 교수 관련한 기사들이 연일 보도되고 사망 당일에는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살아생전에도 화제의 인물이었고, 죽은 후에도 화제가 된 마 교수를 우리는 어떻게 보내야 할까?

1992년 소설 <즐거운 사라>로 인해 마 교수는 강의를 하던 도중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체포됐다. 당시 사건은 해외에서도 크게 보도되었다. 현직 교수를 강의 중 체포하는 유례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음란문서 유포’혐의로 법정에 서게 된 마 교수는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 실형을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판결문에 “이 판결이 불과 10년 후에는 비웃음거리가 될지도 모르겠으나, 나는 판사로서 현재의 법 감정에 따라 판결할 수밖에 없다”라고 썼다. 재판부도 한 개인, 예술가의 창작물에 대한 자신들의 판단에 확신이 없었던 것이다. 예술 작품을 법리적으로 해석해 죄를 물어야 하는 상황이 군사정권에서 첫 문민정권으로 교체된 해에 일어났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마 교수는 필화 사건 이후 대학 동료들과 문단에서 따돌림을 당했다. 당대 주류 문학인들과 기득권층은 그를 조롱했다. 변태로 매도하는 대중들에 시달리며 마 교수는 몸과 마음이 시들시들 아팠다.

필화 사건은 한 개인에게 상처이자 우리 사회와 문학계의 안타까운 사건이다. 국가권력에 의해 법집행이 시대에 따라 폭력적으로 행해질 수 있다. 당시 판사도 그 점을 암시하는 문구를 판결문에 넣지 않았는가. 문제는 이후 이 사건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다. 개인의 자유로운 표현, 엄숙하고 권위적인 성문화에 대한 일침을 받아들이지 않은 사회는 마 교수를 따돌리고 법적 처벌보다 더한 형벌을 내렸다. 그가 아프고 힘들었던 건 집행유예 판결이 아니라 사회적 시선이었다.

여성학자 정희진은 성폭력 피해자에게 힘든 일은 성폭력 당시의 기억보다 이후 주변인들이 피해자를 대하는 태도라고 했다. 예로 한 여학생이 성폭력을 당한 후 씩씩하게 학교도 잘 다니고 평소처럼 생활했다. 그랬더니 부모가 ‘너 성폭력 당한 애 맞니?’라며 피해 학생에게 갖은 험담을 했다고 한다. 이후 여학생은 의기소침하고 우울하며 힘든 나날을 보냈다고 한다.

누구나 힘든 일을 겪을 수 있다. 문제는 그 일을 겪은 이후 이겨내는 과정이다. 마광수 교수가 겪은 필화 사건과 같은 일은 지금도 일어날 수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백남기 농민의 사인을 서울대병원에서 병사로 발표했었다. 이것을 많은 국민들이 인정하지 않았고 촛불을 든 시민들이 탄핵을 이뤄낸 이후 외인사로 사인이 바뀌었다. 마광수 교수의 경우 그가 우울하고 힘든 시기를 보낸 것은 필화 사건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사회 속에서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법원이 그의 작품을 음란물로 판단한 것보다도 학계나 사회에서 그의 작품이 하나의 시각으로만 매도 된 것, 그것이 그를 더욱 아프게 했을 것이다. 다양한 시각과 목소리가 인정되는 사회로 나아가지 않으면 이러한 안타까운 죽음이 또 일어날 수 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서지은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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