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란 머리에 담긴 지식을 쏟아 붓는 일이 아니라 삶쓰기라고 새삼스레 깨닫습니다. 책읽기가 아닌 삶읽기를 하고, 글쓰기가 아닌 삶쓰기를 하면서 말투와 글결은 나날이 거듭납니다.”

전라도 고흥에 살면서 도서관학교, 헌책방, 시골살이, 사진책 등을 주제로 글을 써 온 최종규 작가는 『시골에서 책읽는 즐거움』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사진책과 함께 살기』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헌책방에서 보낸 1년』 등을 써냈다. 주로 우리말에 대한 고민과 성찰로 사전 만드는 작업을 10년 이상 하고 있다.

대학에서 네덜란드어를 공부했으나 공부를 하지 않는 대학의 모습에 실망하고, 오히려 스스로의 말과 글을 찾아냈다. 보리출판사 영업부로 입사한 이후 사전을 만드는 편집장 일을 하게 됐다. 보리국어사전 편집장과 자료조사부장으로 일을 했고, 이오덕 선생님의 유고와 일기를 정리하기도 했다.

“당시 출판사 근무하는 사람들이 해당 출판사가 펴낸 책의 20%도 책을 읽지 않고 책을 파는 거예요. 저는 약 80%는 읽었던 것 같아요. 안 읽은 책을 어떻게 사람들에게 소개할 수 있을까요? 삶도 마찬가지에요. 어떻게 제대로 살지 않은 삶을 글로 쓸 수 있겠어요? 살림, 살아가는 일은 모두 글과 연관됩니다.”

최종규 작가의 말은 순하고 곱다. 아내를 ‘곁님’이라고 부르고, ‘나누고’ ‘가꾸고’ ‘짓고’ ‘숨결을 기울여’라는 말을 자주 쓴다.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영롱한 말을 사랑하며 사용한다. 그는 두 아이를 모두 정규 학교에 보내지 않는다. 일부러 학습지나 문제집 등으로 공부시키지 않는다. 아이들의 교과서는 작가가 스스로 지은 시와 이야기다.

“사는 것은 스스로 살림할 줄 아는 방법을 터득하는 일입니다”라고 말한다. 남이 한 것을 베껴 쓰고 흉내 내는 일로는 자신의 삶을 살 수 없다. 하기 싫은 일들을 억지로 하면서 불행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오로지 하고 싶은 일들만 하면서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한다. 학교에서 배운 것들이 시험을 위한 공부뿐이라는 점을 안타까워한다. 글을 알지 못했던 조상들은 몸으로 배우면서 살았다. 농사짓고, 살림하고, 아이 낳고 다 살았다.

“글을 쓰는 사람 특히 남자들은 살림을 해 본 적 없어요. 지식의 말은 살림하는 말과 달라요. 아이와 하루, 온 종일 보내어 보면 무엇을 놓치고 버렸는지 뚜렷이 알 수 있습니다. 머리만 굴려 쓰는 지식의 말이 아닌 진흙밭에서 구르면서 바닥의 일을 해 본 경험이 글로 전해질 때 공감이 될 것입니다.”

문명을 거부하거나 세속적인 삶을 살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다. 책으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이어나간다. 시골에서 책을 읽어나가면서 ‘숲책’ ‘시골책’ ‘마음책’ ‘사랑책’이 되는 것을 꿈꾼다. 우리말 지킴이 최종규 작가는 스스로 시골살림을 하면서 진솔한 글을 쓴다. 학자나 전문가의 글과 강연이 인문학이 아니다. 밥 한 그릇, 놀이, 노래가 인문학이다. 스스로 삶을 짓는 일이 인문학이고, 삶이면서 이야기가 인문학이다. 꽃과 나무와 흙, 바람, 해, 빗물 등이 수천수만 권의 책과 맞먹는다. 마지막으로 책을 읽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지식을 채우려고 책 읽는 게 아닙니다. 배우는 것, 가르치는 일은 끝이 없습니다. 팔순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도 예순 살 먹은 아이들에게 배우겠죠. 말은 의사소통의 수단이 아닙니다. 더 나은 사람으로 늘 거듭나면서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를 찾고, 찾은 그 길을 즐겁게 나아가는 하루를 맞이하려고 말을 하는 것입니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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