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조선왕릉 중 오늘 소개할 홍릉(弘陵)은 한쪽이 비워진 채 조성이 되어있다. 이는 다른 왕릉에서는 보기 어려운 구조로, 특이한 능침의 모습은 이곳에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홍릉은 영조의 원비인 정성왕후 서 씨(1692~1757, 이하 정성왕후)의 능으로, 정성왕후는 숙종(1674~1720)의 아들이자 왕자였던 연잉군과 가례를 올려 이 때 달성군부인으로 봉해졌다. 당시만 해도 연잉군(영조, 재위 1724~1776)은 일개 왕자의 신분이었고, 이미 경종(재위 1720~1724)이 세자로 책봉이 되어 왕위 계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경종의 건강이 좋지 못했기 때문에 후사가 없을 경우 유력한 차기 왕의 후보였다. 이는 숙종이 세상을 떠나고 경종이 즉위하면서 현실화되었는데, 경종이 즉위한 지 1년 만에 조정의 대신들은 연잉군에 대한 세제 책봉 문제를 들고 나오게 된다. 이러한 압박에 결국 경종은 연잉군을 왕세제로 봉하면서, 자연스럽게 정성왕후 역시 세제빈이 되었다. 이어 경종이 왕위에 오른 지 4년 만인 1724년 세상을 떠나면서 왕세제였던 연잉군이 왕위에 오르게 되니 이가 영조였다. 이 때 정성왕후는 영조의 원비가 되었다.

홍릉으로 가는 길

참도와 제향 공간인 정자각의 모습. 멀리 능침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영조와의 사이가 좋지 못했던 정성왕후 서 씨

정성왕후의 본관은 달성으로 아버지는 달성부원군 서종제(1656~1719)로 어머니는 잠성부부인 이 씨였다. 영조가 왕위에 오른 뒤 왕비로 책봉이 되었지만, 영조와의 사이는 그렇게 좋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영조의 혈통에 대한 콤플렉스가 한몫을 했다. 무수리 출신이었던 어머니 숙빈 최 씨(1670~1718)의 신분은 재위 기간 내내 영조를 괴롭혔다. 이러한 측면에서 왕자였던 시절 영조가 정성왕후와의 가례를 올린 첫날, 고생을 하지 않아 손이 곱다는 정성왕후의 이야기는 갖은 고생을 한 어머니와 비교가 되었다. 비록 어머니의 신분은 미천했지만 영조는 어머니에 대한 효성이 지극했던 점을 본다면 이 때의 일화는 영조와 정성왕후의 사이가 좋지 못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일화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인지 영조와 정성왕후의 사이는 그리 좋지 못했으며, 자연스럽게 영조와의 사이에서 후사를 두지 못했다. 대신 정빈 이 씨(?~1721)의 소생인 효장세자(1719~1728, 추존 진종)와 영빈 이 씨(?~1764)의 사도세자(1735~1762, 추존 장조)를 아끼며 지지 세력이 되어주었다. 영화 ‘사도’에 등장한 것처럼 평생을 외롭게 살았지만, 온화하고 어진 성품을 가졌던 정성왕후는 1757년 창덕궁의 관리합에서 세상을 떠나게 된다.

홍릉의 능침. 정성왕후 서 씨의 봉분이다.

홍릉의 좌우에 자리한 문인석

홍릉의 좌우에 자리한 무인석. 장대석으로 구분한 상계와 중계가 있는데, 무인석에 비해 문인석이 더 높은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살아서나 죽어서나 외로움이라는 숙명이 느껴지는 홍릉

정성왕후가 세상을 떠난 뒤 지금의 서오릉에 묻히게 되는데, 이는 영조가 자신의 아버지인 숙종의 곁에 묻히기 원했던 것에서 비롯됐다. 이러한 과정에서 숙종의 명릉과 가까이에 홍릉을 조성하면서 정성왕후의 옆에 영조가 묻힐 자리를 비워 두었던 것이다. 하지만 영조의 의사와는 반대로 정조는 영조의 능을 동구릉 내에 조성하게 되는데, 이는 당시 계비였던 정순왕후 김 씨를 배려한 조치였다. 홍릉은 크게 진입공간인 홍살문과 망릉례를 행했던 배위, 참도를 지나 제향 공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정자각이 중앙에 자리하고 있다. 홍릉의 좌측에는 피장자를 알려주는 비각이 자리하고 있으며, 사초지 아래 축문을 불태우는 예감과 산신에게 제사를 지낸 산신석이 배치되어 있다. 사초지를 오르면 홍릉의 능침이 나타나는데, 능침의 좌측에는 정성왕후의 봉분이 자리하고 있다. 반대로 우측은 비워진 모습으로 앞서 이야기한 영조가 묻힐 자리였지만 실제 영조는 동구릉의 원릉에 묻히게 되면서 현재의 모습을 하게 된 것이다.

홍릉의 빈자리. 본래 영조가 묻힐 자리였으나, 정조에 의해 동구릉 내 원릉에 묻히면서 지금처럼 빈자리로 남게 된다.

배면에서 바라본 홍릉의 모습. 이 같이 기형적인 형태의 왕릉은 홍릉이 유일하다.

이러한 영향으로 능을 수호하는 석양과 석호의 배치 역시 영조가 묻힐 것을 감안하여 설치가 된 것을 알 수가 있다. 봉분의 앞에는 혼유석과 그 아래 받침으로 고석이 자리하고 있으며, 장명등의 경우 정성왕후의 봉분 앞에만 조성이 되었다. 능을 보호하기 위한 곡장이 넓게 조성이 되어 있으며, 장대석으로 신분을 구분하기 위한 상계, 중계가 설치되어 있으며, 신분질서에 따라 좌우로 문인석 1쌍과 무인석 1쌍, 석마 2쌍이 배치가 되었다. 살아서나 죽어서나 외로움이라는 숙명을 안고 있는 홍릉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진한 그리움이 느껴지는 것 같다. 때문에 기형적인 홍릉의 모습에서 이곳에 담긴 역사적 의미를 알 수 있었던 시간으로, 한동안 이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어쩌면 죽어서도 영조를 기다리고 있는 홍릉의 모습은 아마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김희태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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