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라이트리는 기쁘다(delight)와 나무(tree)의 합성어다. 나무를 기쁘게 한다는 뜻을 지닌 출판사 이름이다. 딜라이트리의 박준형, 홍지민 씨는 어떻게 하면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아이들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그림책을 만들기로 했다. 지금까지 출판된 그림책은 『나무를 돌려줘』와 『콜록!마을 이야기』두 권이다.

딜라이트리가 만들어내는 책의 특징은 뭘까?

“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종이를 사용해야 합니다. 따라서 접착제 사용을 최소로 하였고, 화학인쇄가 아닌 콩기름 친환경 잉크를 사용했습니다. 재생종이로 책을 만들었습니다. 책 한 권 마다 표지에 나무와 꽃의 씨앗을 담은 ‘씨앗종이’를 바느질하여 넣었습니다. 모두 수작업으로 만든 책입니다. 또한 책 한권에 나무를 한 그루 심었다는 책임감으로 넘버를 넣었습니다. ‘딜리와 함께 00번째 나무를 심으셨습니다’라는 문구가 담겨져 있죠.”

박준형, 홍지민 씨는 둘 다 모두 문학이나 그림과는 거리가 먼 전공을 했다. 각각 경영학과 우크라이나 어를 공부한 후 해외에서 유학하고, 외국계 회사에서 일한 경험도 있다. 하지만 정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20대에 시작해보고 싶어서 청년창업지원금으로 출판사를 만들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친구였고, 경기도 의왕시에서 나고 자랐다. 둘 다 어릴 때부터 자연을 좋아했던 공통적 관심사를 지녔다. 박준형 씨는 주로 그림책의 글을 쓰고, 홍지민 씨는 기획 업무를 담당한다.

“책 한 권을 구매할 때 마다 독자는 자연에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람들이 나무를 베어 종이를 만들고, 나무가 사라진 숲에 살게 된 동물들이 살 곳을 잃어가고, 모습이 변해간다는 이야기, 미세먼지 때문에 ‘콜록!’ 하면서 말을 하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지금 시대 중요한 이슈가 되는 환경 문제를 쉽고 재미있는 스토리로 풀어냈습니다.”

씨앗 종이를 만들기 위해 파쇄지나 재활용 종이를 사용한다. 종이 역시 친환경 펄프를 재사용한 것이고 식물성 원료를 활용한 잉크라 분해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하드커버를 쓰지 않고, 코팅도 하지 않았다. 좋은 재료를 사용하다 보니 책의 단가도 높다. 하지만 종이가 다시 나무가 된다는 스토리가 있는 책으로 기억될 것이다.

“출판을 처음 해 보면서 어려운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업체를 다니면서 욕도 많이 먹었죠. 하지만 발품을 팔다 보니 노하우가 스스로 생겼습니다. 가능성만으로 시작한 사업입니다. 젊으니까 잃을 것도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모든 경험이 저의 자산이 되니까요.”

경험은 쌓여나가는 일이다. 한 번에 성공을 이룰 수 없다. 차근차근 이뤄내는 일들이 더욱 많다. 나무가 자라는 것처럼 말이다. 기본이 없으면 금방 무너져버린다는 생각으로 1년 이상 준비를 했고, 직장의 안정된 수입 대신 매일 김밥을 먹으면서 미래를 꿈꿨다. 이러한 모든 과정이 엄청난 자산이라고 여긴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졸업, 취업과 결혼. 이렇게 사람들은 흐르는 강물에 모두가 똑같이 흘러가면서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왜 똑같이 살아야 할까. 다르게 살아보자! 지금 망한다고 해도 빚은 갚으면 되지 않나. 이런 마음으로 시작한 일입니다.”

앞으로 박형준, 홍지민 씨는 수원의 노송지대 관련한 책도 쓰고 싶다고 한다. 정조대왕이 수원에 신도시를 건설하면서 밤나무, 대추나무, 배나무뿐 아니라 ‘노송지대’까지 조성하여 소나무를 많이 심었다. 하지만 매연으로 노송지대 소나무가 죽어가는 것이 안타깝게 여겨진다. 노송지대와 정조 이야기! 역사와 환경이 만나는 새로운 장르의 그림책이 되지 않을까.

“둘 다 어릴 때부터 영화를 좋아했어요. 영화에서 영감을 얻기도 했고, 수많은 상상을 했던 것이 도움 되었어요. 구상한 것들을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얻는 배움으로 딜라이트리가 성장하길 바랍니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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