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아저씨 박영환 작가는 수원 공방거리를 만들어 낸 초대 아름다운 행궁길(공방거리) 회장으로 이 골목 터줏대감이다. 최초 공방거리 조성 당시 있었던 30여개 공방 중 현재는 박 작가의 공방과 칠보 공예 공방만이 남았고, 그 외 공방은 계속 바뀌어 왔다. 그가 이 거리를 떠나지 않고 지키고 있는 이유는 무얼까?

“처음에 공방거리를 조성하고 작가들이 모이고 했을 때는 시에서도 간판 조성 사업, 야생화 단지 사업, 프리마켓 사업 등을 단계적으로 계획 했었어요. 그런데 간판 조성 사업하고 길걸리 정리 사업 이후 지원이 끊겼죠. 최근 화성사업소장이 새로 오면서 남창 초등학교 아래 야생화 단지를 조성해 다시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데, 이미 이곳 분위기가 처음 같지 않아요. 공방 작가들 사이 단합도 그렇고, 중국산 재료 가져다가 체험학습 하고 해도 누가 뭐라고 할 수 있나요.”

박 작가는 현재 공방거리의 운영에 대해 많은 안타까움을 가지고 있다. 공방거리를 찾는 분들과 작은 것이라도 나누고 소통하고 싶은 그의 마음이 전달되지 않는 문화에 화가 나기도 한다.

“겨울에 주민들이랑 관광객들 위해서 밖에 모닥불을 피우면 연기난다고 민원이 들어가요. 얼마 전엔 제가 저기 공터에 뒤주를 가져다 놨거든요. 화성하면 사도세자 아닙니까? 그런 이야기를 하기 위해 공들여 찾아서 뒤주를 가져다 놨는데 누가 폐기물 딱지를 붙여 놓은 거예요. 그래서 제가 떼었더니 다음 날 그걸 모두 부숴놨더라고요. 이게 요즘 이 동네 인심이에요.”

공방 거리에서 작가들이 모여 작품을 보러 오는 사람들과 어울리고자 했는데 뒤주가 산산조각 나면서 함께 무너진 것 같아 안타까웠다. 이런 아픈 마음들을 나무에 새기며 그는 또 하나의 작품을 만든다.

“나무가 작가 손에 들어오면 다시 살아납니다. 죽어가는 나무를 살릴 수 있어요. 또 나무는 늙을수록 속살이 고와요. 사람도 이렇게 곱게 늙어야 되는데 말이죠. 이 나뭇결이 좋아서 만지다 보니 오랜 시간 서각과 나무 공예를 하게 됐네요. 처음에 서각을 배웠고 나무 공예를 따로 배운 게 아니라 그냥 어깨 너머로 보고 만들어 본 것들이에요.”

아름다운 글을 새기다 보니 나무에 글을 새기는 게 아니라 자신의 마음속에 새기게 되었다는 박 작가는 나무에 서각을 새기는 일을 하나의 수행으로 표현한다.

“나무가 사람 몸이면 칼은 침이에요. 침을 놓을 때 혈 자리를 보고 놓아야 하듯이 칼도 나뭇결을 잘 보고 새겨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나뭇결이 일어나요. 서각 하나를 만들기 위해 칼질, 망치질을 천 번이고 만 번이고 하는 데 묵언수행과 다름없어요. 나무가 오랜 세월 동안 품어온 이야기를 들으면서 대화 나누며 칼을 대어야 할 자리를 찾아 새기는 작업이죠.”

나무가 품어온 세월과 이야기 나누며 자기 자신과 대화하며 만들어낸 작품을 대중들에게 선보이고 값을 매겨 팔아야 하는 일이 그에겐 쉽지 않다. 팔자니 자식을 시집보내는 것처럼 안타깝고 안 팔자니 그것 또한 자식에게 못할 짓이다.

“내 자식 시집보내는 데 값을 흥정하면 속상해요. 대접 잘 받고 시집가길 바라지 누가 흥정해서 깎아내리길 바라겠어요. 이미 작품 만들면서 깎을 만큼 다 깎았는데 거기서 뭘 더 깎으려는 건지... 작품을 몰라보고 돈으로만 흥정하는 분들을 만나면 속상하지만, 봉투에 돈을 넣어서 대접해 주는 분들도 있어요. 아무쪼록 시집가서 한 쪽 구석에 쭈그리고 있는 게 아니라 좋은 곳에서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 받으면서 있길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박 작가는 나무 공방을 하기 전에 25년간 태권도장을 운영했다. 도장을 하면서 취미로 시작한 서각이 이제는 본업이 되었고, 이 일도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여기 공방 거리에서만 8년 째 공방 거리를 운영하고 있어요. 공방거리를 만들어 놓고 주민들이 서로 인사하고 지나갈 때가 가장 보람됐죠. 다시 그런 날이 오길 바라고요.”

그의 공방에는 ‘커피무료 웃음무료 행복 무료’라고 써져 있다. 들어오는 모든 이에게 열려 있는 공간이다. 사람들이 와서 커피 마시며 이야기 나눠주지 않으면 그는 계속 작업을 한다. 손님과 이야기하다 영감을 받아 작품을 만들고 그 속에서 쉼을 갖는 나무 아저씨 박영환 작가는 나무와 소통하고 사람과 소통하고자 하는 작가다. 그의 숨결이 새겨진 작품들이 건네는 이야기들이 공방거리에 오래 도록 울려 퍼지길 바란다.

서지은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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