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쌓고 있던 스포츠마케팅 커리어를 버리고, 아직 시장에 정의되지도 않은 ‘라이프스타일 큐레이터가 되겠다’라는 목표로 회사를 박차고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을 모아 팀을 꾸렸습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일상이 좀 더 풍성해질까 연구하며 오늘도 관찰하고 관찰합니다.”

‘핀즐(www.pinzle.net)’의 창업자 김재홍 씨는 자신의 사업이 바로 가치를 전달하는 일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예술이라고 하면 평범한 사람들에게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그림을 소비하는 것은 상류층의 전유물 같기만 하다. 하지만 매달 저렴한 비용으로 새로운 그림과 예술가의 이야기가 우리 집으로 배송되어 온다면? ‘핀즐’은 책이나 영화, 음악을 즐기듯 그림을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화풍이라는 뜻의 ‘핀즐’은 그림 구독서비스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작가의 세계와 스토리가 담겨져 있다.

모두 다른 전공과 경력을 가진 청년 넷이 모여 1년 7개월간 준비를 하고 9월 창간호를 발간했다. 핀즐의 미션은 “멋진 아티스트의 영감을 발굴하고, 그 영감을 현대인들에게 잘 전달하여 일상에 작은 변화를 주는 것”이다. 매월 새로운 그림을 통해 내가 살고 있는 공간에 변화를 일으키고, 그것이 우리의 삶에 다름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핀즐 구독자는 그림뿐 아니라 아티스트의 라이프스타일, 삶과 영감을 기록한 매거진 및 일상을 취재한 영상이 전달된다. 다른 경험은 결국 다른 삶을 살게 한다.

이미 수개월을 거쳐 일본과 유럽에서 아티스트들과의 만남을 가졌고 와디즈라는 크라우딩 펀딩을 통해 목표액보다 1,500% 초과 달성하는 기적을 이뤄냈다. 해외 아티스트의 작품을 집에 걸어 감상할 수 있는 A1사이즈의 대형 아트프린트와 매거진, 영상콘텐츠 세 가지를 통해 구독자는 그림을 쉽고 친숙하게 즐기게 된다. 9월 창간호의 아티스트는 일본 도쿄에서 활동 중인 일러스트레이터인 반나이타쿠(Taku Bannai)다.

“직접 해외에 있는 작가를 찾아갑니다. 반나이타쿠에게 인터뷰를 요청했고 흔쾌히 그의 집과 작업실로 초대해주었습니다. 9월 창간호에는 반나이타쿠의 ‘일상’이 담겨져 있습니다. 작가의 삶에 깊이 공감하며 인터뷰를 진행하고, 핀즐의 멤버들이 느낀 감성이 글과 사진 속에 녹아있습니다. 영상도 퀄리티가 매우 높습니다. 핀즐은 과월호 잡지가 되어 버리는 유한한 가치를 바꾸어 놓았습니다. 매달 한 명의 작가만 오롯이 소개하며 소장성 높은 아트 잡지라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김재홍 씨는 이야기한다. “많은 사람들이 경험을 통해 영감을 얻을수록 이제는 돈을 버는 것 같아요. 결국 가치를 파는 일이죠!” 하지만 처음 스타트업 당시 수많은 창업 지원금 사업에서 거절당했다. 심사위원들은 상품이 모호하여 비즈니스 모델로서 효용가치가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핀즐을 창업한 4명의 멤버 김재홍, 진준화, 정준희, 정범희 씨는 각기 마케팅과 컨설팅, 프로그래머, 영상과 사진 등을 담당하면서 스스로의 힘으로 세상에 내놓았다.

“저는 어릴 때부터 뉴질랜드에서 살았고, 외국에서의 경험이 많습니다. 스포츠 분야의 마케팅과 컨설팅, 에이전트, 유통업 등의 10년 가까운 경력을 쌓았습니다. 저는 사실 예술과는 거리가 멀기도 합니다. 하지만 핀즐 사업을 발제한 동업자인 진준화의 아이디어에 매료되었고, 가장 나이 어린 그를 대표로 앉혀 사업을 하게 됐죠. 그림과 잡지를 정기구독하는 서비스는 지금까지 세상에 없던 것입니다.”

‘요즘 사람들은 무얼 즐기면서 살까’를 고민하던 중에 나왔다는 사업의 아이템이 현실화 되었다. 열정만으로 이루어낸 사업이다. 그렇지만 창간 9월호에 벌써 400명 가까운 구독자를 만들어냈다. 비싼 그림을 저렴하게 그리고 가볍게 붙여 놓고 일상에서 신선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 핀즐의 지관통에 담겨져 있는 그림과 매거진은 우리 집으로 오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그 신비롭고 두근거리는 예술의 경험이 우리 삶을 달라지게 할 듯하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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