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에서는 의사가 되려면 한방, 양방 모두 공부해야 합니다.”

한 가지 분야에서만 전문가가 되기도 힘든데, 의사 면허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한의학과 양의학 모두를 공부해야 하는 몽골. 현재 몽골의 국립병원에서 몸담고 있는 바야르를 만나게 되었다. 한국 병원과의 교류를 위해 몇 달 간 방문하였고, 한국 의료 서비스와 수술 노하우를 배우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연히 만난 몽골 의사 바야르에게 들어 본 이야기를 통해 몽골이 결코 의료 분야에서 뒤떨어지는 나라가 아님을 알게 됐다.

손목을 잡고 진맥을 하더니 과거 나의 병명이나 현재의 문제 등을 모두 파악하는 바야르. 진맥을 통해 우선 사람의 몸을 파악한다. 기본적으로 얼굴의 색깔, 혀, 체온, 눈동자를 살펴보고 진맥을 하면서 환자의 몸을 전체적으로 보는 것이 의사의 기본이라 한다.

“몽골에서는 의사들이 한방과 양방이 모두 힘을 합쳐서 진료합니다. 보통 의사가 침도 놓고, 주사도 놓습니다. 한약과 양약 모두 사용합니다. 어느 한 쪽만으로 사람의 병을 판단하고, 치료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봅니다.”

한국에서는 보통 의사라 하면 의대를 나온 사람이고, 한의사는 한의대를 전공한 사람이다. 반면 몽골은 의사들이 두 가지 분야를 모두 공부하는데, 각기 의사 면허를 따야 의사로 활동할 수 있다. 전체 의사 중 30%만 남자 의사이고, 대부분은 여자 의사라는 점도 특이하다. 전문직에 진출해 있는 여성이 훨씬 많다. 현대의학에서 사용하는 치료법도 사용하지만 한약을 쓴다거나 침이나 뜸을 쓰는 것도 일반 병원에서 흔한 일이다.

“저는 할아버지가 의사였습니다.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를 따라하곤 했는데, 환자를 진맥하는 것만으로도 병을 아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의대 들어가기도 전에 환자를 많이 보고, 진맥하는 것을 배워서 어릴 때부터 사람의 병을 잘 파악했습니다. 자연스레 의사가 꿈이었습니다.”

몽골의 의사는 하루에 환자를 20명 정도 진료를 하며, 당연히 과잉진료하지 않는다. 몽골은 경제 발전은 뒤떨어져있긴 하지만 과거 러시아와 수교를 맺은 공산국가였기 때문에 의료나 교육 면의 혜택은 잘 되어 있는 편이다. 각 병원들이 최근 중국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몽골을 아시아 제2의 의료관광나라로 마케팅을 펼치는 듯하다. 하지만 바야르는 몽골 의술에 대한 자부심이 매우 높다. 새로운 기계나 수술법은 아직까지 도입되지 않았긴 하지만 대체의학, 한의학 분야 수준이 높다. 몽골인에서 유래한 한국인과도 정서가 비슷한 것이 장점이다.

놀라웠던 점은 몽골의 의사들은 2년마다, 5년마다 의사 자격시험을 유지하기 위한 시험을 주기적으로 보는 것이다. 반면 한국의사들은 한 번 면허 취득하면 평생 의사 면허를 유지한다.

칭기즈칸의 후예, 기마민족으로서 몽골인은 전 국민이 지금도 말을 잘 탄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경우에도 친척이 대체로 시골에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린 시절 초원에서 말 타는 것은 흔한 일이라 한다. 초등학교 시절 여름방학 3개월은 자연과 지내고, 국가에서도 어린이들을 위한 자연 캠프가 활발하다. 한반도의 7.5배 달하는 국토 면적이지만 인구는 서울 인구보다도 적다. 경제발전은 뒤처졌지만 몽골인은 과거 역사적 자부심이 높고, 성장과 발전 가능성이 높은 나라다. 바야르 역시 한국의 의술을 배우기 위해 왔지만, 몽골의 의학이 갖고 있는 장점이 많음을 강조한다.

“약이나 수술에 의존하는 병원의 시스템은 문제가 있습니다. 그보다도 근원 치료 및 스스로 자신의 몸을 돌볼 수 있는 방법, 먹거리, 생활습관 등이 전반적으로 건강에 있어서 중요합니다.”

이렇게 말하는 그의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 의사들에게서 보지 못한 인간애를 느낄 수 있었다. 사람의 생명을 귀히 여기고, 전통과 역사를 중요시하는 바야르와의 만남은 참으로 뜻 깊었다. 현대인의 원인 없는 통증, 근골격 및 신경계의 문제는 수술과 약물에 의존하는 것보다는 근원치료가 중요하다. 바야르에게 내년에는 몽골의 병원 및 의과대학에 직접 견학을 가 보겠다고 약속하였다. 한 사람을 알게 됨으로써 몽골이라는 나라에 대한 호기심과 함께 호감도가 생겼다. 서로 아는 것은 역시 관계의 시작이 아닐까.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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