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오릉의 경내에 자리한 ‘순창원’은 명종(재위 1545~1567)의 아들인 순회세자(1551~1563)와 공회빈 윤 씨(?~1592)의 원역이다. 조선이 창업한 이래 명종에 이르기까지 왕실은 왕과 왕비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직계 혈통이 이어졌다. 당시 명종의 아버지인 중종(재위 1506~1544)은 계비인 장경왕후 윤 씨(1491~1515)와의 사이에서 인종(재위 1544~1545)을 두었으며, 문정왕후 윤 씨(1501~1565)와의 사이에서 명종을 두었는데, 중종이 세상을 떠난 뒤 왕위에 오른 인종은 불과 1년도 못되어 세상을 떠났다. 이에 인종의 뒤를 이어 명종이 왕위에 오르게 되는데, 당시 명종이 왕위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도 유일한 직계 혈통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 때문에 정말 어렵게 얻었던 아들이자 직계로 이어지는 혈통인 순회세자의 정통성은 이미 세자로 책봉되던 그때부터 시작이 되었다. 1557년 7살의 나이에 세자로 책봉이 되었으며, 세자빈 책봉을 위해 당시 황대임의 딸인 황 씨를 간택하게 된다. 하지만 황 씨의 건강 문제로 결국 윤옥의 딸인 공회빈 윤 씨와 가례를 올렸다. 정상적으로 흘러갔다면 명종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를 유력한 인물이었던 순회세자, 하지만 안타깝게도 13살이 되던 해 요절하면서 조선 왕실의 직계는 여기서 끊어지게 된다. 흔히 선조를 방계 출신의 첫 왕이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순회세자가 세상을 떠난 뒤 현 위치에 ‘순회묘’가 조성이 되었으며, 뒤에 ‘순창원’으로 그 격을 높였다.

순회세자와 공회빈 윤 씨가 합장한 ‘순창원’

제향 공간의 핵심인 정자각의 전경

‘순창원’의 원침 전경. 망주석을 제외한 석물은 다른 원에서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시신이 없는 공회빈 윤 씨의 재궁이 ‘순창원’에 합장된 사연

순회세자가 요절한 뒤 홀로 남게 된 공회빈 윤 씨는 계속 궁에서 거처하다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직전 세상을 떠나게 된다. 이 때문에 상을 치르던 중 임진왜란의 여파로 인해 선조(재위 1567~1608)는 급하게 파천을 할 수 밖에 없었고, 제대로 된 장례절차가 이어질리 만무했다. 파천 중이던 선조도 벽제관에 이르러서야 이 사실을 인지하고, 창경궁에 안치하고 있던 공회빈 윤 씨의 시신을 인근의 후원에 가매장할 것을 지시했다. 이후 선조가 의주까지 피신하게 되나 왜군에 맞서 의병이 일어나고, 명나라가 전쟁에 참전하면서 전세의 상황이 역전이 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순신이 이끄는 조선 수군이 제해권을 장악하면서 임진왜란은 교착상태에 빠지게 되면서, 결국 왜군은 남해안에 왜성을 쌓아 장기전으로 돌입하게 된다. 이에 다시 한양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선조는 공회빈 윤 씨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시신을 찾게 되지만, 이미 시신의 행방은 알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결국 공회빈 윤 씨는 시신이 없는 상태로 신주만 봉안하는 형태로 장례를 치르게 된다. 하지만 이 신주도 병자호란의 과정에서 분실이 되는 등 안식을 얻지 못했으며, 이 때문에 '순창원'은 공회빈 윤 씨의 시신이 없는 상태로 합장이 된 경우이다.

측면에서 바라본 원침의 모습. 봉분의 중앙에 혼유석과 고석, 장명등이 세워졌으며, 좌우로 문인석과 석마가 1쌍이 자리하고 있다.

‘순창원’의 석마 너머로 보이는 정자각

원침에서 바라본 정자각. 사초지 아래 축문을 불태우던 예감이 설치되어 있다. ‘순창원’은 특이하게 비각과 비석이 없는 형태이다.

배면에서 바라본 ‘순창원’의 원침 전경

'순창원'의 원역은 크게 홍살문과 참도를 지나 제향 공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정자각이 세워져 있다. 정자각의 뒤로 축문을 불태우던 예감이 설치되어 있으며, 둥근 사초지를 올라서면 원침을 마주하게 된다. 원침은 크게 난간석이 설치되지 않은 봉분과 봉분의 중앙에 혼유석과 고석, 장명등이 세워졌다. 봉분의 뒤로 석양과 석호 각 1쌍이 세워졌으며, 봉분을 보호하기 위한 곡장이 설치가 됐다. 원침의 좌우에는 문인석 1쌍과 석마 1쌍이 세워져 있으며, 전체적으로 원침에서 나타나는 석물의 형태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순창원'은 기존의 조선 왕릉과는 다른 형태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보통 능이나 원에는 비각과 함께 피장자의 신분을 알려주는 비석이 세워져 있지만, '순창원'에는 비각과 비석이 설치되지 않았다. 임진왜란으로 도굴이 되어 시신이 없이 안장된 선릉과 정릉과 함께 또 하나의 사례로 이야기될 공회빈 윤 씨의 사연은 임진왜란이 남긴 아픈 역사의 현장으로 주목해볼 만하다.

김희태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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